3박4일 동안 페낭에서 본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페낭힐에 올라가고 조지타운 돌아보기에도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공항으로 가면서 페낭이 얼마나 큰 섬인지 실감했다. 고층건물들이 셀 수없이 이어진다. 말레이시아 2대 도시라는 것이 실감난다.

페낭공항
페낭공항

체크인을 하고 공항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옆에 앉은 남자가 말을 건다. 페낭의 퀴사이드에 사는 의사란다. 사는 집을 사진으로 보여주는데 근사하다. 사려면 5억 정도이고 한 달 렌트비는 백만원이 좀 넘는단다. 부인이 복부인이라 의사인 본인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단다. 아버지도 의사시고 딸도 의사가 될 거란다. 복 터진 남자다.

말레이시아항공 사이트에서 항공권을 구입했는데 정작 브랜치 항공기다. 요즘도 프로펠러 비행기가 있다니 반가우면서 놀랍다. 프로펠러 비행기인데도 기내간식과 음료수는 준다. 담부턴 이 지역에선 에어아시아를 타야겠다. 공항카운터를 에어아시아가 점령하고 있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종착역인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방콕에서 기차로 오려던 처음의 계획이 송크란축제 때문에 물거품이 되었다. 살아가면서 계획대로 되기 참 어렵다. 순리대로 닥치는 대로 잘 사는 수밖에...

쿠알라룸푸르
쿠알라룸푸르

우버 대신 그랩 어플을 급히 깔았다. 구글지도에 그랩이 잡힌다. 우버보다 이용하기가 더 편하다. 그랩택시를 타고 숙소로 왔다. 호텔에 지쳐서 레지던스 호텔로 예약했다. 방이 널찍하고 발코니가 있어서 좋다.

짐을 풀고 시내로 나갔다. 부킷빈탕에 숙소를 잡기 잘했다. 딱 내 스탈이다. 이세탄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지하로 가니 먹자세상이 펼쳐진다. 짜장면같이 생긴 것이 보여서 시켰다. 맛은 그저 그렇다. 두리안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했다.

파빌리온으로 가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간식들이 줄서있다. 뱃살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하나씩 내안으로 흡수했다. 배가 점점 풍선처럼 불러온다.

파빌리온에 들어서자 입이 딱 벌어진다. 명품쇼핑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압구정동보다 고급스럽다. 내가 오래전 왔던 쿠알라룸푸르가 맞는지 의아하다. 입구에 한국산화장품 쇼케이스가 크게 자리 잡고 행사 중이다.

파빌리온
파빌리온

드넓은 파빌리온을 돌아다녀도 내가 살만한 것은 없다. 명품구경은 눈이 부시도록 했다. 쿠알라룸푸르의 소비수준을 다시 봤다. 일요일이라 대형쇼핑몰에는 사람이 넘쳐난다.

페낭에서 사 입은 바틱이 시원하고 편해서 찾아다녀도 안 보인다. 중저가 쇼핑몰 컬쳐센터에서 겨우 하나 샀다. 여름을 대비해서 더 사고 싶은데 아쉽다. 여기저기 물어서 일단 정보는 구했다.

야시장으로 가는데 비가 내린다. 야시장은 비가 내리는데도 하나둘 개점중이다. 딤섬이 예뻐서 기웃거리는데 오클라호마에서 온 미국인이 사서 먹어보라고 권한다. 하나 먹어보니 맛있다. 더 먹으라고 권하는데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

야시장
야시장

야시장구경은 역시 재미있다. 가격이 싸지는 않다. 용과를 하나 사려고 들었다가 그냥 내려놓았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비싼데다 쭈글쭈글 늙었다. 동남아에서 늙은 열대과일 먹기는 억울하다.

스카이박스로 가려고 산책로 쪽으로 갔더니 문을 닫았다. 돌아가려고 걷다보니 황금시간대를 놓쳤다. 내일로 미루고 호텔로 걸어가는데 외국인일행이 말을 건다.

스카이박스
스카이박스

로컬이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 했더니 난감해한다. 부킷빈탕에 어떻게 가냐면서 하소연한다. 바로 눈앞에 두고 헤매고 있다. 저녁 먹을 곳을 찾는다고 해서 자세히 길을 알려주니 다들 화색이 돈다.

사람 사는 일이 그렇다.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헤매는 경우가 허다하다. 파랑새를 바로 옆에 두고도 찾아서 먼 길 떠날 때도 많다.

반달이 스카이박스위에 떠올랐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발 간판이 난무하고 카페와 바에는 열대의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발 간판 아래로 끌려 들어갔다. 여인의 육중한 팔뚝에 불쌍한 내발을 맡겼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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