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외국어 전파담’ 저자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한국에서 영어는 필수 교육과목이자 경쟁력의 수단으로 대개의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에게 자발적이기보다는 '스트레스'로 먼저 다가선다. 외국어인 영어를 쉽고 빠르게 배우기 위해 수많은 책들과 학원, 인터넷을 뒤져보지만 여전히 정답은 찾을 수 없다. 외국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 외국어 공부의 시작과 변천의 과정 속에 외국어 공부에 대한 본질을 안내하는 서적 ‘외국어 전파담’이 최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인이자 언어학자인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다. 그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에 능통하다. ‘미래시민의 조건’과 ‘서촌홀릭’ 등 2권의 책을 이미 한글로 출간한 데 이어 세 번째 한글서로 외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냈다. 외국어 공부에 익숙한 한국인들과 소통을 위해 ‘외국어 전파담’을 냈다는 로버트 파우저 교수를 만났다.

’외국어 전파담’ 저자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외국어 전파담’ 저자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 ‘외국어 전파담’을 쓴 동기와 주요한 메시지는?

오랫동안 한국어를 비롯해 외국어 교육에 몸담으면서 외국어 교육사에 관심이 있었다. 서울대를 그만두면서 연구와 집필의 시간이 주어져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것을 좋은 책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국어로 된 교양서에 도전하고 싶어 시작했다. 외국어 교육과 학습에는 역사가 있다. ‘외국어 전파담’을 통해 독자들이 외국어에 대한 역사를 알고 자신과 외국어의 관계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 미국인으로 한국어 외에도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데 ‘외국어 전파담’을 포함해 3권의 책을 한글로 냈다. 한국어에 집중하는 이유는?

서울대 교수 시절 집필 활동을 하고 싶었으나 바빠서 쉽지 않았다.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돌아가 독립학자로 활동하하면서 한국어를 내 생활에서 유지하고 싶었고 한글로 책을 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또 한국에 친구들과 지인들이 많아 그 인연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했다. 영어나 다른 언어로 책을 낼 수 있었으나 한글로 책을 낼 기회가 먼저 생겼다. ‘외국어 전파담’의 경우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어를 공부하고 있어 한국 독자들과 소통이 쉽다고 생각했다.

▶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영어를 많은 사람들이 배우려고 한다. 영어를 비롯해 외국어를 쉽게 배우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외국어 공부에 대한 정답은 없기 때문에 외국어 교육에 대한 많은 논쟁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외국어 교육이 말보다는 독해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외국어는 실제 말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외국어의 '말 교육'에 대한 방법론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여러 외국어를 배워 본 경험에 의하면 외국어를 쉽게 배우고 싶다면 본인이 학습의 주인이 돼야 한다. 스펙을 갖기 위해 ‘배워야 한다’는 강제성 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중심을 두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여행을 위해 언어를 배우고 싶다면 모국어가 단절된 곳을 찾아가 현지인과 교류해야 하고 독해가 필요하다면 읽어봐야 한다. 내가 주인이 되어 자신만의 학습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언어 자체를 즐기다 보면 분명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이 언어에 결합하면서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이 감소되는 것 같은데?

기술이 점차 발달하면 외국어 지식을 얻거나 외국 뉴스를 보아야 하는 경우 모국어로 검색해도 그 결과가 번역이 되므로 더 이상 외국어가 필요 없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어의 도구적인 측면이 약해진다. 외국어가 기본적인 필요성을 초월한 교양이나 소통, 대화의 목적, 즉 필수가 아닌 취미나 교양의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래에는 어떤 외국어가 주류가 될 것이며 그 이유는?

영어가 미래에도 주류가 될 것이다. 영어는 역사상 첫 글로벌 언어로 세계적으로 소통의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또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미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 부국이며 영어권의 많은 나라들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고 언어 사용자 수적인 측면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영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현재 영어는 운영체제 같은 역할이며 다른 언어는 앱과 같은 역할이다.

▶ ‘외국어 전파담’ 출간 이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소감과 향후 계획이 있다면?

외국어에 대한 학습법이나 교수법이 아닌 다른 시각의 책인데도 큰 관심과 사랑에 놀랍고 영광스럽다. 여러 번의 독자와의 만남이나 북토크 등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재미있고 행복했다. 외국어를 생각하는 새로운 기회로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많은 분들의 격려와 관심이 내 자신에게는 좀더 겸손함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다음 책으로는 원도심을 포함에 활기찬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영어로 집필해 한국의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다. 더불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한국 문화에 대한 소통을 나눌 수 있는 문화사업이나 자문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향선기자 hslee@nextdaily.co.kr
사진 = 소니코리아 지원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