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의 <라틴어 수업>은 대학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라틴어 안에서 꿈과 희망, 삶의 의미를 짚어보는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언어를 배우는 일은 인생을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다. 인생은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결국 ‘깊어지고 넓어지는 일’이라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깊어지고 넓어지는 일은 결국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일이다.

"또한 그 달리기 끝에서 느끼는 우울함이나 허망함과 같은 감정들은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다'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달려갔다가, 막상 이루고 나서야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달려본 사람만이 압니다. 또 그게 내가 꿈꾸거나 상상했던 것처럼 대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만큼 불필요한 집착이나 아집을 버릴 수도 있어요. 그만큼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겁니다." -137쪽, <라틴어 수업> 중

직업만족도나 이직률, 스트레스 지수 등 직장생활 관련 여론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짚어보는 중요한 데이터 중 하나다.

2016년 12월, YTN은 스웨덴의 리서치 기업이 전 세계 57개국 직장인, 2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질문 중에 직장생활 만족도를 비롯한 행복지수 항목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전체 57개 국 중 49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 항목에서 다른 나라 중 일본은 47위, 태국은 40위를 각각 차지했다.

행복하냐는 물음에 대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직장 생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보람은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개인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니는 회사는 매년 기록적 성장을 하는데 1년 전이나 2년이 지난 시점이나 별다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면, 일은 많아지고 스트레스도 쌓이는데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보람만으로 직장을 다닐 수 없지만 직장 생활하면서 스스로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들 때 보람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회사는 이 지점에서 직원들이 좀 더 한 단계 올라올 수 있는 단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직원의 성장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기회 제공은 결국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일이다. 좋은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가족 같은 회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 같은 회사를 이유로 직원을 붙잡을 수도 없고 붙잡혀서도 안 된다. 그것이 내 삶을 만족시키는 이유는 아니다.

사람들은 눈을 돌려 이제 돈 버는 기계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일과 삶을 균형을 찾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찾길 갈망한다. '워라밸'의 등장이 그를 반증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외치는 목소리에 반응하듯 여러 조치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로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7월부터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이 있지만 300인 이하 기업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문서 상 노동 시간은 줄었지만 현실적으로도 소기업 직원들이 적용받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이렇게 일하는 시간을 법적으로 줄이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일하는 시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는 없는가?

최근 출판가에 쏟아져 나오는 인생 에세이에서 우리는 이전과 다른 관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작가는 너무 열심히 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한다. 고통에서 벗어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에 우리 인간의 고통이나 스트레스는 우리를 좀 더 성장시키는 기제라고 말을 한다. 고통이나 상처가 우리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도 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이 관점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 일 가운데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좀 더 만들어 나가야 한다. 조금은 힘껏 틈을 벌려야 한다. 회사의 일에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내는 데 좀 더 힘을 낼 일이다.

왜,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 지 스스로 질문하자. 산다는 것은 깊어지고 넓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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