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수많은 기계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사람의 손으로 일구던 모든 분야에서는 혁명이 일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는 물론 정치에도 영향을 미쳐 돈을 거머쥔 시민계급이 힘을 가지게 되고 귀족이나 지주의 지배 틀이 무너지게 만들었다. 자본의 힘이 봉건적 권위를 밀어내고 돈의 파워를 발휘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무수한 데이터들이 정보로 가공되며 파워를 만들고 있다. 사람이 아닌 사물과 사물도 센서로 연결되고 서로간의 통신으로 최적화를 이루며 조건을 만족하면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어렵지 않다. 4G(LTE)가 만들어 내는 속도가 채 적응되기도 전에 그보다 20배 빠른 5G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데이터 전송에는 이제 0.001초 시대이다. 1㎢ 범주에 100만개의 사물이 동시에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고속이란 말로 부족한 초고속의 시대에는 시스템을 알아야 돈을 사용할 수 있다.

단순한 물물교환에서 물건의 가치를 화폐로 계산하고 이제는 신용카드가 화폐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카드가 아닌 전자화폐가 신용카드의 자리를 위협한다. 물건을 구매하면서 쌓은 포인트가 돈이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이용한 통신사의 인프라가 실생활에서 같은 통신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 범주에 포함된 상점들이 해당 통신사를 가진 고객에게 포인트 특혜를 주고 있다. 액세서리처럼 따라 붙는 포인트들이 돈으로 바뀌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늘어난다. 블로그에 올린 영상이 조회수가 많아지면서 광고가 달리고 이를 보는 사람 수가 많아질수록 해당 블로거에 광고비가 지급되는 시대이다.

반듯이 목적을 달성하고 땀을 흘려서 노동의 대가로 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취미 또는 일상의 정보 공유로 만든 웹 사이트가 돈이 되기도 한다. 오늘의 세대는 정보와 기술에 능통할수록 다양한 루트로 돈을 만들고 돈을 사용할 수 있다.

금융(finance)이 기술(technology)을 입으면서 새로이 등장한 핀테크(fintech)는 실험중이 아니라 벌써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다. 기존의 금융 서비스와 다르게 IT기술이 동반된 핀테크는 그 편의성 면에서 사람들의 호응이 크다. 작년 이 핀테크 시장은 2조9000억 달러 규모로 확장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 100대 핀테크기업 중 겨우 1개사만 올라가 있다. 금융 선진국이라 말하지만 선진국인가 하는 대답을 스스로 얻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규제를 푼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규제들은 굳은 주름을 펴지 못하고 있고 더구나 금융위원회는 변수가 많은 신생의 금융서비스를 기존의 틀 안에서 운용하라고 하니 그 딱딱한 규격 앞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체들이 손을 들어 버리고 말았다. 혁신보다 틀 안에서의 안전이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날이 새로운 기능으로 탈바꿈을 거듭하는 핀테크 회사들은 이제나 저제나 달라질까 하며 금융위원회의 눈치만 보다 국내를 떠나고 있다. 제도가 혁신을 따라오지 못하니 경쟁업체에 밀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게다가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업계에서도 이들을 반기지는 않았다.

실제로 국경을 넘어서 돈을 송금할 경우 기존의 금융체계를 이용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핀테크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거래비용이 대폭 줄어들거나 비용의 발생이 전혀 없이 진행할 수가 있다. 사업이나 유학 등의 이유로 잦은 송금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보다 편한 서비스가 없을 것이다. 은행은 자신들의 인프라와 이를 대행해주는 수수료를 떼지만 핀테크 업체들은 네트워크 안에서 이를 해결하니 국가 입장에서는 돈의 거래의 확인이 어려우니 세금 문제 때문에 반대이고 은행권에서는 자신들의 사업의 한계가 보이니 협조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69%의 핀테크 도입률을 가지고 있다. 반면 우리는 32%로 발달한 기술에 비해 낮은 보급률을 가진다. 세계는 NFC(근거리무선통신)기술이나 OR코드 등 스마트 폰에 결제수단을 넣어 앱으로 결제는 물론 송금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가 은행에 남은 잔고를 알려주고 기존 은행들이 자회사를 설립하여 암호화폐에 투자와 거래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플랫폼을 가진 IT기업들은 핀테크 시장에 진출하여 빅테크(Bigtech)의 아우라를 발휘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커다란 몸집으로 핀테크 시장에 뛰어들며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마존신용카드, 모바일메신저에 뱅크 기능을 더한 위뱅크(WeBank) 등 저마다에 시장에 필요한 부분의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은 뱅킹의 기능을 넘어 보험, 대출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작은 신생기업,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닌 대규모의 자본을 가진 IT기업들의 시장 참여는 기존의 금융권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줄 것이다. 또한 기술을 입은 금융의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게 할 것이다.

빅테크 기업은 여기에 자신들이 보유한 무수한 데이터를 토대로 또 어떠한 서비스를 벌일지 모른다. 기술이 바탕이 되고 플랫폼이 펼쳐져 있는데 금융기능마저 더해진다면 한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상당히 많아질 것이고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더 이상의 외면은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미래를 전망한 기업들은 7년 안에 기존 은행이 하고 있는 지급결제와 대출, 투자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이 빅테크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불편한 은행보단 편리한 핀테크로 이동하여 필요한 작업을 해낼 것으로 은행들에게 존폐를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변화하는 기술에 따라 변화하는 생활과 문화처럼 금융시장이 변하고 있다. 고정된 지폐와 동전이 신용카드 안으로 들어가는 변화를 겪었다면 이제 가상화폐로의 변신은 다양한 데이터와 연동되어 우리에게 다가설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에 상품을 구매하면서 따로 포인트 카드로 챙겼던 포인트처럼 내가 사용하는 핀테크 방법에 따라 나에게 다가오는 효용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 휴대폰 통신사에 따라 멤버십 카드가 열어주는 할인이나 혜택처럼 핀테크 선택에 따른 할인이나 혜택이 달라질 것이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달라진다. 이제 과거처럼 돈은 단순한 물건의 교환가치가 아닌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효용으로 기술을 알아야 같은 가치의 돈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했던 18세기의 산업혁명으로 갑작스레 달라진 생활환경과 수준처럼 핀테크, 빅테크의 활약은 그 이상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세계는 벌써 이들의 가능성과 편의성을 알고 구체화를 시작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곳저곳을 더듬으며 이들의 역할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분명한 것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그만큼의 가치를 소모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통하여 부가가치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돈이 기술을 입어 달라짐을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기존의 틀 안에 갇혀서 변화를 읽지 못하며 적극 대처를 하지 못하는 금융권은 소비자에 외면 받고 퇴보하게 될 것이다. 이들도 생존을 위해 기술을 입고 협업하며 더 큰 가치를 위해 상생의 카드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돈을 사용하는 우리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알고 보다 현명한 소비와 저축의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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