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지을 때에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원자재는 콘크리트이다. 기초 원자재 중 사용량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압축강도가 약한 불량 콘크리트를 사용해서 건물을 짓는다면 안전을 답보할 수 없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90% 이상이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그 중 교량이나 고층건물은 반드시 최고의 품질을 가진 강도 높은 모래가 배합된 콘크리트를 사용한다. 건물 내에 주거하는 사람의 안전성과 수명을 좌우시키는 건설자재의 품질 확보는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콘크리트(모래+시멘트+물+혼화제)는 압축강도가 매우 우수해야 한다. 즉, 콘크리트 제조 때 잡석과 천연모래를 혼합해야 최고의 품질이 확보된다.

전국바다골재협의회에 의하면 현재 바다골재 채취가 단계적으로 중단된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고 한다. 사업체 39곳과 종사자 및 그 가족들 8만 여명의 생계에도 영향이 있다.

이런 고품질 콘크리트의 수요는 넘치는데 바다모래는 공급정지가 되다 보니 바다모래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어 현재는 업자마다 부르는 게 값인 실정이다. 기초 건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건축비 상승과 주택분양가 인상이 예상되어 소비자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소비되고 있는 골재는 부피로 약 2억5000만㎥이다. 그 중에서 바다골재는 약 2000만㎥이지만 바다골재 채취가 중단되면서 골재를 보충하기 위해 산림이나 하천, 논, 밭 등 자연환경이 훼손될 여지가 크다.

이에 반해 바다 골재는 복원력이 우수하여 조류의 흐름으로 인해 원상태로 돌아오지만 지상에서 캐는 순환 골재는 복원기간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정부에서 바다골재의 대체 자원으로 검토하는 것이 ‘순환골재’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순환골재의 주원료인 폐콘크리트는 구조물 해체 때 발생하는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건축물 해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며 “공장으로 입고할 때 폐콘크리트가 폐목재, 폐벽돌, 프라스틱, 석면이나 유해폐기물 등 각종 이물질이 혼합된 상태로 순환골재 생산업체로 유입되기 때문에 충격적이다”라고 전했다.

2016년엔 순환골재 콘트리트 표준시방서를 신설하면서 순환골재 사용제한을 완화했다. 정부가 지난 5월 16일 예고·고시한 ‘콘크리트용 골재 산업표준’ 개정안은 순환골재 용도를 콘크리트 구조체용 등까지 확대한 것이 주요 골자다. 사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아파트 기둥·보 등 중요 부분에도 순환골재가 사용되고 있는 것은 우려되는 현실이다.

골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순환골재 품질은 철거 현장에서 얼마나 이물질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는 지에 따라 갈린다”며 “우리나라는 건축물 철거과정에서 제도와 규정이 미비해 폐목재, 폐유리, 폐플라스틱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사실상 이물질 범벅인 폐콘크리트가 순환골재 생산업체에 납품되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해 권장하고 있는 순환골재는 건물의 안전과 국민의 건강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는 품질이 뛰어난 대체골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정부는 바다골재 채취 중단으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들인 실업자 양산, 자재가격폭등, 순환골재 사용 따른 건축물 안전 우려, 산림훼손 등 환경파괴 등의 부작용을 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각계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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