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사진=KBS1

16일 오후 방송되는 KBS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그립고 소중한 어머니의 눈물밥을 소개한다.

▲백수 할머니를 위한 손녀의 여름 보양 밥상

경남 거창에는 동네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티격태격하다가도 금방 안고, 뽀뽀하는 유별난 사이의 할머니와 손녀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올해 99세, 백수가 된 하출이 할머니와 39살 손녀 임현숙씨! 할머니는 장사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현숙 씨를 키워주시고, 시집간 손녀를 위해 반찬을 만들어 몰래 가져다주는 ‘엄마’같은 존재다.

그런 할머니가 여름날에 가장 좋아하시는 보양식은 ‘다슬기국’에 밥을 말아 드시는 것! 폭염으로 무더운 여름날, 할머니의 보양식을 만들기 위해 4대가 모여 다슬기 잡기에 나선다. 고생한 가족들을 위해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고추다짐장’은 4대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반찬으로 찬물에 밥말아서 같이 먹으면 밥 한그릇 뚝딱이다. 다진 청양고추와 말린 멸치를 넣고 볶다가 멸치육수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한 후 졸여낸 고추다짐장은 사업차 외국에 나가 있는 작은 아들에게도 늘 그리운 맛이다. 백수 할머니를 위해 4대가 함께 준비하고 나누는 여름 보양밥상을 만나본다.

▲할머니의 80년 손맛을 이어가는 손자의 시원한 묵 한 사발

전북 남원에는 묵 맛으로 유명한 3대가 산다. 13살의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 14살 때부터 묵을 만들어 팔면서 5남매에 손주들까지 키워낸 98세 김봉례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의 묵 맛을 잊지 않기 위해 전통 재래 방식으로 묵을 만드는 47세의 손자 소영진 씨가 그 주인공이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생각나는 시원한 묵 한 사발! 할머니의 비법 그대로, 손맛을 이어받은 손자의 여름 묵 밥상이 펼쳐진다.

도토리묵뿐만 아니라 요즘 같은 여름에는 잘 씻어낸 우뭇가사리를 오랜 시간 가마솥에 고아 낸 후, 굳히면 완성되는 우무가 제격이라 한다. 좋은 원료에 정성을 쏟아 만든 묵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쳐낸 ‘우무무침’과 콩 국물에 얼음 동동 띄어 ‘우무냉콩국’으로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여름 별미 ‘노각깻국’을 곁들이면 뜨거운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밥상이 완성된다. 할머니를 위해 모인 가족들이 다 함께 즐기는 묵 밥상을 들여다본다.

▲농사꾼 어머니와 아들이 나누는 눈물의 보리 밥상

곡창지대로 이름난 전남 나주 다시면, 오랜 농사일로 손가락이 다 굽은 79세의 어머니 최귀님 씨는 여름 날이면 바쁜 농사일에 밥을 차려먹는 시간 조차 아까워 논두렁에 앉아 찬물에 보리밥을 말아먹으며 끼니를 해결하기 일쑤였다. 그런 모습을 봐 온 47살의 막내아들 종현씨는 쇠약해지시는 어머니를 대신해 보리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고, 어머니가 평생 일군 땅에서 농부가 되었다.

여든을 앞둔 어머니는 직접 농사일을 하시지는 못하지만 아들이 농사지은 보리로 풀을 쒀 ‘보리열무김치’를 만들고, 아들을 위한 밥상을 준비한다. 또한 메줏가루에 묵은김치를 넣어 익힌 ‘묵덕장’은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한편, 아들은 봄에 딴 보리 순을 냉동실에 보관해놓고, 어머니가 드시고 싶어 하실 때마다 꺼내서 귀한 홍어 애와 함께 ‘홍어보리앳국’을 끓인다. 가난한 지난 날, 눈물로 보리밥을 드셨던 어머니는 이제, 아들과 함께 웃으며 보리밥을 나눈다.

▲지리산 농부 셰프의 어머니를 위한 여름 별미 밥상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유명일식 셰프였던 46살의 양재중 씨는 5년 전, 어머니 진금순 씨가 대장암에 걸리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향 남원으로 내려와 농부가 되었다. 어머니는 공부하길 바랐던 아들이 앞치마를 매고 요리를 하겠다는 것도, 도시가 아닌 시골에 내려와 농사를 짓겠다는 것도 반대하셨지만 결국 아들의 뜻을 품어주었다. 평생 지리산에서 농사 지으신 어머니는 무더운 여름날, 우물에서 길어온 물에 밥을 말아 드시며 끼니를 해결하셨다. 그 모습을 많이 지켜봐온 아들은 어머니의 여름 밥상이 안타까웠다.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듯 재중 씨는 어머니를 위한 특별한 여름 밥상을 차린다. 닭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민들레를 넣어 뜸을 들이는 ‘닭고기민들레밥’에, 열사병 예방에 좋은 깻잎 종류인 적자소로 냉차를 만든 ‘적자소차’를 후식으로 준비한다. 어머니 역시 여름날 입맛 잃은 아들을 위해 ‘가지냉국’을 만드신다. 가지냉국과 밥 한 술을 뜨면 당연스레 함께 올려먹던 이 집안의 반찬이 있는데 그건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멸고장’! 멸치에 된장과 청양고추를 넣어 끓이는 음식으로 한결같은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모자의 밥상을 함께 즐겨본다.

이은수 기자 e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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