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은 놀라운 기술이지만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체험해 본 소비자가 많지 않았다. 초기 'VR 기기' 비싼 가격과 부족한 콘텐츠, 멀미 현상에다 사용자 환경 제약으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후 스마트폰을 장착해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연계형 VR 기기'를 비롯해 다수 '저가형 VR 기기'가 등장하며 대중화됐다. 부족했던 콘텐츠도 시간이 지나며 풍부해졌다. VR 촬영기기 등장으로 누구나 VR 영상이나 사진을 제작할 수 있게 됐고, 여러 산업 분야에 VR 기술이 접목돼 제작된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

VR가 조금씩 대중화되며 관심도 높아졌으나 현재는 여러 단점 중에 일부만 해결했을 뿐이며 킬러 콘텐츠는 여전히 눈에 띄지 않는다. 더욱 실제 같은 VR 구현을 위한 기술혁신이 빨라지고 있으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콘텐츠·기능 따라 갈리는 VR 기기 선택

VR가 최근 등장한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이미 1930년대에 처음 등장한 이래 수십년에 걸쳐 개발돼 온 기술이다. 1968년 이반 서덜랜드가 최초로 머리에 착용해 체험하는 HMD(Head Mounted Display)를 개발했고, 동작 인식 기술 등이 뒷받침되며 VR는 현재 수준에 이르고 있다. HMD 형태로 개발된 'VR 헤드셋'은 현재 데스크톱 또는 콘솔 장치와 연결하거나 스마트폰과 연계해 사용하는 두 가지 형태로 시중에 나와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 [사진=오큘러스 유튜브 채널]
오큘러스 리프트 [사진=오큘러스 유튜브 채널]

전자는 게임 콘텐츠를 중심으로 VR B2C 사업 모델을 제시한 '오큘러스 리프트' '에이치티씨 바이브' '플레이스테이션 VR(PSVR)'이 대표적이다. 등장 초반에는 워낙 비싼 가격에 즐길 콘텐츠도 없어 외면 받았지만 점차 콘텐츠가 늘어나며 가격 역시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HTC VIVE는 스팀 계열 VR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진=HTC VIVE 유튜브 채널]
HTC VIVE는 스팀 계열 VR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진=HTC VIVE 유튜브 채널]

이들 기기는 화각과 해상도 등 차이는 있지만 현재 가장 완성도 높은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단 기기별 플랫폼이 다르고 제공되는 콘텐츠 역시 제각기 제한된 점은 고려사항이다. 특정 플랫폼과 독점 계약으로 제공되는 콘텐츠도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이 주로 선호하는 VR 콘텐츠를 파악하고 그것을 가장 폭넓게 제공하는 플랫폼을 골라 VR 기기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물론 여전히 이들 VR 기기는 평균 70만~100만원대 수준으로 비싼 편에 속한다.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면 근처 VR 체험관을 들러보길 권한다. VR 체험관 선택 기준으로는 체험장에서 어떤 기기를 제공하고 있는지, 어떤 게임이 있는지 등을 미리 살펴보는 것도 좋다.

◇VR 대중화를 이끈 스마트폰 연계형 HMD

스마트폰을 HMD 전면에 장착해 사용하는 VR 헤드셋은 일종의 액세서리다. 구글 카드보드, 폭풍마경, 삼성 기어 VR 등이 대표적이고, 가격은 대개 10만원대 이하로 데스크톱·콘솔 연결 VR 헤드셋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기어 VR는 삼성전자와 오큘러스 제휴로 개발된 VR 헤드셋으로, 오큘러스나 삼성 플랫폼에서 기어 VR 전용으로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기어 VR은 오큘러스와 삼성전자의 합작으로 개발된 스마트폰 연계형 VR 기기다 [사진=오큘러스 유튜브 채널]
기어 VR은 오큘러스와 삼성전자의 합작으로 개발된 스마트폰 연계형 VR 기기다 [사진=오큘러스 유튜브 채널]

기어 VR를 제외한 VR 헤드셋은 흔히 '저가형 VR'로 구분된다. 기어 VR처럼 일부 기종에서 컨트롤러가 추가 제공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 외 대다수 기종은 컨트롤러 없이 단순 VR 콘텐츠 뷰어로서만 기능하고 콘텐츠도 제공하지 않는 때가 많다. 비록 PC나 콘솔용으로 제작된 VR 헤드셋에 비해 기능 한계가 많지만 게임만 즐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저가형 VR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저가형 VR 기기라도 오큘러스나 HTC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는 때도 있고, 오큘러스와 HTC가 아니더라도 유튜브와 같은 공용 플랫폼이나 구글플레이를 통해 설치할 수 있는 별도 앱을 통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허구를 위한 노력

엔비디아 VR 총괄 책임자 제이슨 폴(Jason Paul) [사진=엔비디아 유튜브 채널]
엔비디아 VR 총괄 책임자 제이슨 폴(Jason Paul) [사진=엔비디아 유튜브 채널]

제이슨 폴 엔비디아 VR 총괄 책임자는 “VR는 일반 PC게임보다 약 7배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한다”면서 “그래픽을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빠른 GPU가 없었다면 오늘날 VR 경험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현재 VR 기술도 완벽하게 가상세계를 구현하지 못하며, 더 많은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VR 기기는 한 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자 고개 돌림에 따라 즉시 처리해 반영해야 하므로 고도의 연산 능력을 갖춘 CPU와 GPU 개발이 절실하다. 물론 혁신 속도가 날로 빨라져 과거보다 고성능 하드웨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지금 기술도 완벽한 VR를 구현한다고 보기 어렵다.

콘텐츠는 주로 제자리에 정지해 감상하는 형태를 띤다. 3D TV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동의 자유는 없다. 실제론 정지한 상태지만 이동하는 VR 화면에 사용자는 부조화를 느껴 멀미를 느끼기 일쑤고, 그래픽 해상도 또한 기존 4K 해상도를 VR 화면에 맞게 늘려놓은 것에 불과해 고해상도로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아무리 좋은 기기를 쓰더라도 모기장처럼 격자 선이 보이는 무아레(Moire) 현상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곤 한다.

트레드밀은 기존 VR 기기와 결합해 제자리에서 360도로 회전하거나 모든 방향으로 걷기, 뛰기, 앉기 등과 같은 다양한 움직임을 VR 환경에서 인지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인지 부조화를 줄이고 멀미를 최소화한다. [사진=MMOne Project 유튜브 채널]
트레드밀은 기존 VR 기기와 결합해 제자리에서 360도로 회전하거나 모든 방향으로 걷기, 뛰기, 앉기 등과 같은 다양한 움직임을 VR 환경에서 인지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인지 부조화를 줄이고 멀미를 최소화한다. [사진=MMOne Project 유튜브 채널]

업계에서는 해상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효과적인 엔진을 개발하고 개발자에게 공개하는 등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멀미를 줄이기 위한 '트레드밀'도 개발돼 VR 체험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 상용화를 앞둔 5G 기술도 현재 VR 기술이 가진 한계와 근본 문제를 대폭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지난 9일 5GX 게임 페스티벌 개최 소식을 전하며 옥수수 소셜 VR 서비스를 연내 상용화할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10일 10일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5GX 게임 페스티벌에서 실감형 VR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을 배경으로 인기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선보이고 있는 장면 [
SK텔레콤은 지난 9일 5GX 게임 페스티벌 개최 소식을 전하며 옥수수 소셜 VR 서비스를 연내 상용화할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10일 10일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5GX 게임 페스티벌에서 실감형 VR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을 배경으로 인기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선보이고 있는 장면 [

◇체험으로 진화하는 콘텐츠 가능성

VR는 수십 년 동안 개발돼 왔지만 최근에서야 △엔터테인먼트 △의료 △군사 △우주개발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하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기술 혁신으로 VR가 실제와 같은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다면 소비자 역시 콘텐츠를 통한 경험보다 직접적인 체험에 더 익숙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콘텐츠 제작 양상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익숙한 △동영상 △사진 △글 형태 콘텐츠는 제작자가 자신 경험을 소비자에게 공유해 간접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하지만 VR로 가능해진 콘텐츠 제작 범위는 접근이 어려운 실제 공간이나 가상 세계관을 직접 소비자에게 체험시켜 강한 설득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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