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LG유플러스는 속도 제약 없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과거 무제한 이름을 달았던 요금제가 있었지만 진짜 무제한은 아니었다. 관련 요금제는 결국 무제한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됐다. 하지만 LG유플러스 무제한 요금제는 진짜 무제한이다. 이어 5월 KT, 7월 SK텔레콤이 데이터 무제한을 포함한 신규 요금제를 선보였고, 최근 LG유플러스가 기존 무제한 요금제를 보완해 개편을 완료했다. 사실 국내 이통사 요금제는 변별력이 거의 없었다. 한 이통사가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이통사도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는다. 가격이나 기본 제공량, 혜택 등에서 차이가 없다시피 한다. 이번에 선보인 요금제는 꽤 흥미롭다. 기본 골격은 무제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요금제를 꾸렸다는 점에서 이통 3사가 비슷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완전히 다른 색을 지녔다.

김태우 넥스트데일리 기자 tk@nextdaily.co.kr

'뭉치면 산다' SK텔레콤

SK텔레콤이 내놓은 요금제 이름은 'T플랜'이다. 스몰, 미디엄, 라지, 패밀리, data 인피니티 등 다섯 가지로 구성되며 이중 인피니티가 무제한 요금제에 해당된다. 기본료가 월 10만원이다. 부가혜택으로 T로밍OnePass 1회/1개월+마티니 라운지 1회/3개월, 영화 월 2회 무료관람, 스마트워치 요금지원, 인피니티 클럽 요금 지원 가운데 두 개를 선택할 수 있다. 금액이 비슷한 T 시그니처 Master(월 11만원) 요금보다 혜택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1만원 저렴하고, 데이터가 무제한이라도 옮기지 않겠다는 이들이 많다.

사실 T플랜 핵심은 개별 요금제가 아니라 'T 가족모아 데이터' 서비스에 있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패밀리나 인피니티에 가입하고, 나머지 가족은 T플랜, 0플랜, 주말엔팅, 쿠키즈 요금에 가입하면 가족으로 묶을 수 있다. 이렇게 가족으로 묶으면 패밀리나 인피니티 데이터를 다른 가족에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매번 데이터 전송을 할 필요 없이 개개별로 공유할 데이터양을 설정해 놓을 수 있다. 전체 가족 통신비는 낮추고, 데이터 용량은 늘릴 수 있다. 다만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는 한도가 있다. 패밀리 20GB, data 인피니티 40GB다. T데이터모아 데이터 공유뿐만 아니라 데이터 선물하기, 데이터 함께 쓰기 등이 모두 해당된다. 한마디로 한도 용량 전부를 가족에게 공유해 버리면 데이터 함께 쓰기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세컨드 디바이스를 활용하기엔 그리 좋지는 않은 셈이다.

다행인 건 테더링 및 파일공유형 P2P 서비스 한도가 별도로 있다는 점이다. 패밀리 20GB, data 인피니티 30GB다. 데이터 함께 쓰기보단 불편하지만 테더링으로 세컨드 디바이스를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T 가족모아 데이터에 가입하면 안심옵션 혜택이 제공된다. 기본 제공량과 가족 공유 데이터를 모두 소진해도 속도 제약이 있을 뿐 데이터는 계속 쓸 수 있고, 추가 과금도 되지 않는다. 스몰과 미디엄은 400kbps, 라지와 패밀리는 5Mbps 속도가 된다.

여러 단말을 쓴다면 KT

KT는 '데이터ON'이라는 이름으로 요금제를 내놨다. 구성은 이통 3사 중 가장 심플하다. 프리미엄, 비디오, 톡 세 가지만 있다. 프리미엄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해당되며, 월 8만9000원으로 SK텔레콤보다 저렴하다. 음악, 영상, 웹툰, 통화 부가 등 최대 7가지 혜택을 묶은 미디어팩과 함께 스마트 기기 요금 1회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LTE에서 많이 쓰는 요금제 중 하나가 6만원대다. 기본 제공 데이터는 10GB지만 이후 매일 2GB씩 쓸 수 있기 때문에 넉넉하게 데이터를 쓸 수 있다. 문제는 세컨드 디바이스를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 셰어링을 기본 제공 데이터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10GB를 소진하게 한 후 세컨드 디바이스에서 데이터를 사용하면 과금이 되기 때문에 이후부터는 테더링을 써야 한다. 데이터ON 비디오 요금제는 월 기본 용량이 100GB다. 눈여겨볼 부분은 데이터 공유를 기본 제공 데이터 내에서 모두 쓸 수 있다. 즉 100GB를 데이터 셰어링과 데이터 투게더 회선에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6만원 이상 요금을 쓰는 이들 중에는 세컨드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이가 많다. 진짜 헤비 사용자가 아닌 이상 100GB를 초과해서 쓰는 건 쉽지 않으며, 데이터 셰어링 때문에 할 수 없이 더 비싼 요금을 사용하는 이도 있다. 테더링 또한 100GB에서 제약 없이 쓸 수 있다. 기본 제공량을 모두 소진하면 데이터 투게더 회선은 최대 200kbps로 속도 제어, 데이터 셰어링 회선은 차단된다.

SK텔레콤의 T플랜 라지 또한 6만9000원에 100GB지만 데이터 셰어링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는 15GB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테더링으로 15GB 별도로 쓸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6만9000원에 매일 5GB를 제공하는 방식을 쓰는데 더 적은 15GB를 데이터 셰어링에 쓸 수 있다. 테더링 포함 용량이다.

선택권 넓은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2종이다. 지난 2월 발표한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88에 이어 이번에 속도 용량 걱정 없는 78 요금제를 추가했다. 데이터를 속도 제약 없이 무제한으로 쓸 수 있지만 대신 추가 혜택을 축소했다. 이통 3사에서 가장 저렴한 무제한 요금제인 셈이다.

앞서 설명했던 6만9000원 요금제인 추가 요금 걱정 없는 데이터 69는 매일 5GB씩 제공하는 방식을 쓴다. 31일 기준으로 155GB를 쓸 수 있으니 데이터 총량만 따지면 해당 요금제 중에선 3사 중 가장 많다. 그런데도 매일 5GB 제한은 아쉬운 부분이다. 6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는 타사에 비해 경쟁력이 좀 떨어지는 편인데, 5만원대부터 그 이하 요금제는 눈여겨 볼만하다. 추가 요금 걱정 없는 59, 49, 44 요금제가 마련돼 있는데, 안심 옵션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즉 기본 제공량을 모두 사용하더라도 속도는 느려지지만 데이터를 계속 쓸 수 있어 추가 과금이 없다. 각각 6.6GB(이후 1Mbps), 3GB(이후 1Mbps), 2.3GB(이후 400kbps) 데이터가 제공된다.

안심 옵션은 이통 3사 모두 부가 서비스로 제공되는데 이를 요금제에 녹여 놓은 것. 이용 패턴에 맞춰 요금제를 선택하지만 기본 제공 데이터를 딱 맞춰 쓰지는 못한다. 적게 쓸 때도 있고 초과해 쓸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가 월 말이 가까워지면 데이터 용량을 수시로 확인하게 되고, 사용량이 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그런 점에서 LG유플러스 요금제는 이름 그대로 추가 요금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요금제가 이통사 선택 기준

그동안 요금제는 이통사 선택 기준이 아니었다. 차별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요금제는 무제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판을 짰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용자 이용 패턴과 원하는 요금에 따라서는 이통사를 옮기는 이도 상당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너무 고가 요금제에 혜택이 쏠려 있다는 점은 아쉽다. 이런 혜택을 바탕으로 기본요금은 조금씩 올리고, 저항 없이 사용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보편 요금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만큼 좀 더 담백한 요금제도 다양하게 선보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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