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진행되던 일이 안 풀릴 때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내가 경험한 바는 그렇다. 해보려고 애쓰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 자리 지킨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자리에 앉아 있어야 일을 하고 생각한다. 업무와 관련 없는 행동과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 어떤 사람과 일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직장 내‘공기’가 어떤지.

일하기 전 그 일과 관련 없는 다른 일을 먼저 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그렇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달리 ‘예열’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의 단서는 일과 관련 없는 다른 곳에서 찾는다. 일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그렇다. 일을 마치고 나서 때로는 허무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런 기분이 들지 않게 나름 노력을 한다. 어떤 일을 한 가지 하고 나서 뭔가 축적되고 성장하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다음 일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내가 뭘 한 거지, 왜 한 거야?’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면 집중이 안 된다. 때로 한 가지 일로부터 많은 것을 얻으려고 욕심을 부린다. 노력과 시간 등 투입자원 대비 돌아온 결과가 거기에 비례하지 않으면 실망도 크다.

회사 설립 당시 원년 멤버로 참여했다. 조직이 커지면서 업무 영역은 새로운 인력들이 충원되면서 세분되고 축소되었다. 그만두어야 할 때인지 버텨야 할 때인지 생각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불필요한 욕심으로 제대로 제때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제대로 된 목표를 갖지 못했고 집중하지 못했다.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생각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복잡하게 일을 만드는 것은 많은 생각이다. 일을 단순화시키면 문제가 보인다. 일 잘하는 사람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울적하게 만드는 것, 기분 나쁜 감정도 다른 사람보다 적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요리후지 분페이는 조직 생활을 경험하고 독립하여 회사를 차린 후 일을 대하는 감정과 태도에 대한 에세이를 펴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에서 그는 일하면서 슬럼프에 빠질 때 벗어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많은 생각을 하고 다른 것들에 신경 쓰면 답을 찾는 게 더 어렵다. 자기 손에 든 카드에만 초점을 맞추고 무리한 생각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 자신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슬럼프에 빠지면 무조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안정된 방법으로 일을 진행한다. 새로운 문맥을 파헤치는 야심은 접어두고 절대로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서 확실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완성한다. 내 손에 든 카드에만 초점을 맞추고 표현에 대한 무리한 욕심은 무시하며 가는 것이다. 어차피 발상이란 뇌의 전기신호에서 비롯한 것일 테니 언젠가는 1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을 계속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해서 슬럼프에 벗어나지 못한 적은 없다."-126쪽 중

애매한 지점에서 일을 마치거나 물러나면 다른 일을 하는 게 어렵다. 차라리 바닥까지 떨어지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 그러면 올라갈 일밖에 남지 않는다. 내려간 것도 올라간 것도 아닌 애매함은 버리자.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평상시 갖춰 둘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딴짓하는 날이 늘어나야 한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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