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퇴직간부 10명중 7명 이상이 금융권에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금융권 재취업 근절없이는 금융회사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111명의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취업제한기관인 금융권 등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취업한 106명 중 82명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재취업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인 금감원 간부가 퇴직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은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재취업을 목적으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의 부정한 유착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금융회사에 취업한 후 금감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고용진 의원실이 ‘금감원 퇴직자 재취업 현황’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11명 중 70명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취업했고, 금융유관기관 취업자(12명)까지 합하면 74%가 금융권에 재취업했다.

금감원 홈페이지
금감원 홈페이지

사실상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제도가 금감원 퇴직간부들에게는 유명무실한 제도인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심사에서 ‘업무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대부분 소속 기관인 금감원의 의견을 수용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09~10년에 11명의 금감원 고위공무원들이 집중적으로 재취업 했다. 당시 금감원이 작성한 퇴직간부들에 대한 의견서를 보면, 대부분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111명의 퇴직간부들이 소속 기관인 금감원에 검토의견서를 요청했고, 금감원은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전부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적시했다.

2009년 8월 퇴직한 박모 부국장은 푸른상호저축은행 상근감사로 재취업을 시도했다. 퇴직 전 비은행검사국 상호저축은행팀장으로 저축은행 상시감사 및 검사 업무를 총괄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 업무는 비은행검사국이 아니라 비은행감독국에서 수행한다는 이유로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박모 부국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취업제한 결정이 내려졌다. 이런 식으로 2009년에만 고려상호, 솔로몬상호, HK상호, 푸른상호, 모아 등 5개 저축은행에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만 SC제일, 새누리상호, 신라상호, 현대스위스상호, 프라임상호, 부산2저축은행 등 6개 저축은행에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재취업했다.

2016년에는 20명의 금감원 간부들이 취업심사를 통과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2016년 12월 신모 부국장은 대부업체 리드코프에 준법관리실장으로 재취업했다. 퇴직 전 서민금융지원국에서 대출사기, 유사수신행위, 미등록 대부행위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했음에도 금감원이 대부업체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해당 부서가 대부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2017년 7월, 저축은행검사국에 근무한 적이 있는 나모 수석조사역은 오케이저축은행 상무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금년 7월에도 불법금융대응단에서 근무했던 하모 국장이 저축은행중앙회에 전무이사로 재취업했다. 올해 하모 국장을 비롯한 7명의 금감원 퇴직간부들이 아주캐피탈, 전북은행 등 금융권과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용진 의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 금감원 고위간부들이 집중적으로 저축은행에 재취업했다”면서, “당시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은폐하고 금감원 검사를 막기 위해 고위간부들을 집중적으로 모셔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공정해야 할 금감원이 가장 불공정한 취업을 하고 있다” 면서 “금감원 간부들이 고액연봉의 일자리를 대가로 전관예우와 바람막이로 뒤를 봐주면 엄격한 관리감독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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