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길윤웅의 책으로 만나는 세상] 쓸데없는 일도 모이면 쓸모가 있다

발행일시 : 2018-09-28 00:00
[길윤웅의 책으로 만나는 세상] 쓸데없는 일도 모이면 쓸모가 있다

얼마 전, 경기도 내 한 고등학교 방송반 학생 대상으로 영상제작 강의를 했다. 세 번의 강의를 마치는 마지막 시간, 학생들에게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종이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눈에 띄는 답변 중 하나가 ‘그래도 나는 대학에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시험을 앞둔 시점이어서 다른 학생들이 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험 잘 보자’는 응원을 적었다.

방송반 담당 선생님은 강의 전, 방송 기획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담당 선생님은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좀 더 방송반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한때 잘 운영되던 방송반이 침체가 됐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방송반 선배들이 대학입시에 실패하면서부터 그랬다고 한다.

나는 좋은 기획은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쓸데없는 일’을 해보라고 했다. 모든 것이 대학을 통해야만 된다는 것을 머릿속에 가득 채우고 있는 학생에게 그런 말을 했다. 쓸데없는 일들도 하나하나 모이면 그것도 쓸모 있는 일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대가 다르고 경험의 수준이 다른데 한 학생의 답을 읽고는 괜한 말을 했나 싶었다. 꼭 대학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다른 길도 있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길윤웅의 책으로 만나는 세상] 쓸데없는 일도 모이면 쓸모가 있다

“야,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

“김 과장,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해”

우리는 창의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새로운 일을 찾는 데 필요한 ‘쓸데없는 일’을 허용하지 않는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일은 쓸데없는 일이다. 내가 필요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누군가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꿈을 꾸라고 말을 하면서도 정작 어른의 시선에서 벗어난 일은, 궤도에서 벗어난 일을 불량스러운 행동이고 쓸모가 없는 일이다.

시대가 다르면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 세상을 이끄는 리더들의 면면을 보면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났던 사람들이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벗어난 행동과 생각이 오늘의 그들을 있게 한 것이다.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줄에 세워 출발시킴으로써 늦게 혹은 먼저 출발시킨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정책은 우리의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
학교의 교육은 학생들의 몸과 머릿속에 갇혀 있는 창조성을 개발하고 그 창조성을 깨우쳐 주는 데 있다. 관리의 편리성을 위해 통제와 규제 속에서 ‘똑같은 꿈을 꾸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아는 것 불행한 일이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이 지난 9월 24일(현지시각), 유엔총회에서 인상적인 연설을 했다. 대표 연설을 한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실수하는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과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당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남들과 같은 목표 대신에 다른 목표를 가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때가 올 수 있도록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쓰자. 그래야 단조로운 학교생활에서 에너지를 찾고, 직장 생활의 불편함을 걷어낼 수 있다.

최근 공중파에 출연하며 인기를 이어가는 유튜버, 연간 17억 이상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말하는 대도서관의 이야기는 그래서 눈에 더 들어온다. 그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남들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한 것들이 그에게는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쓸데없는 짓 한다며 혀를 끌끌 차는데도 굳이 열심히 하는 이유는 그 일이 재미있고 신나기 때문이다. 그 일이 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해도 그걸 하는 동안은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내가 남보다 그 일을 잘 알고, 잘한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일을 통해 진짜 나를 찾고, 더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쓸데없는 것에 주목하는 이유다. 아무짝에도 쓸데없이 보이지만 내가 좋아서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진짜로 원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92쪽, '유튜브의 신' 중에서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 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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