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은 잘 활용하면 당신의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다고 해서 바로 그 약점을 버리고 강자의 무기를 취하려 든다면 상황이 다시 급변할 것이다. 끝까지 잊지 마라. 애초에 자신이 성공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아무리 찜찜하고 다소 초라해 보여도 한 번 무기로 휘둘러 성공한 이상 그것은 쉽게 포기해선 안 되는 당신만의 고유한 장점이 된다.”- 78쪽, 이승한의 <예능, 유혹의 기술> 중

TV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이승한의 글은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반한다. 최근에는 한 TV 비평 프로그램에 시청자 위원으로 출연, 새로 선보인 프로그램에 대한 평을 하던 중 ‘폐지’까지 주장했다. 이제 첫 회를 끝낸 프로그램에 대해서 그렇게 말을 할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이승한은 그런 말을 생각으로만 남겨두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그에게 그런 면만 있는 게 아니다.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도 보낸다. <예능, 유혹의 기술>에서 실패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이 잘하는 점을 찾아, 자신의 자리를 만든 유재석을 보는 눈은 따뜻하다. 오랜 무명의 시절을 이기고 최고의 MC로 선 그에게 사실 차가운 시선을 보낼 이유를 크게 찾을 수 없겠지만.

이 책에서 이승한은 성공의 날개를 단 후 추락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한 가지 말을 당부한다. 성공의 기회를 만들어 준 ‘무기’를 버리지 말라는 것. 각자 지니고 사는 인생의 약점을 무기로 활용하라고 한다. 성공의 길에 들어섰다고 힘이 되어 준, 날고 초라한 듯한 무기를 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책을 쓴 소노 아야코는 ‘불행도 쌓이면 소중한 인생의 자산’이라고 말을 했다. 불행을 한탄하며 세상과 인생에 악평을 쏟아내며 자신에게 다가올 기회를 놓쳐버리지 말라는 말을 건넨다. 인간은 본디 강하기에 어려운 일을 견뎌낼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뜻하지 않게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불행과 남들과 다른 약점을 인생 성공의 무기로 만드는 일은 결국 내가 취하는 삶의 태도에 달려 있다. 그러한 순간 속에서 어떤 이는 나쁜 말을 던지고, 악을 쓰고 산다. 어떤 이들은 그걸 견뎌내며 희망을 놓지 않고 산다.

“사람은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난다.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무언가를 흉내 내고 비슷해지려고 시도하는 순간 타고난 광채를 상실한다.”-66쪽,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 중

요즘 미디어 시장을 보면 잘 되는 프로그램의 포맷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다 쓰는 경우를 본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남과 다른 모습을 갖기보다는 남이 잘되는 것을 따라 하며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뉴스조차도 쉽고 재미있게 다가선다고 예능으로 푼다.

남과 비슷해지려고 하는 순간 자기만의 고유한 색을 잃어버리고 만다. 잠깐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괜찮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결국 그 빛은 오래 가지 못한다.

기다렸던 가을이 우리 눈앞에 와 있다. 똑같은 것 하나 없는 잎들이 감춰두었던 각자의 색깔로 빛을 낼 것이다. 그 뜨거웠던 햇살 아래서 준비해 온 시간, 자연이 보여 줄 총천연색 축제의 시간 속에서 잠시 쉬었다가 갈 일이다.

그 속에서 나의 무기, 남과 다른 나의 색깔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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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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