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한 기관에서 진행한 교육을 받고 막 현장 업무에 투입될 즈음, 나는 그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처음 내 생각과 달랐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결과가 어떻든 주어진 일을 하기 위해서 교육을 받고 시간을 쏟은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만둬야 할지, 억지로라도 해야 할지’ 하는 것도 곤란하고 그만둔다고 말을 하는 것도 나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쉽게 판단이 서질 않는다.

밤새 교육에 투여한 시간이 아깝기에 ‘그래도 한 번 더 다시 해보자’는 마음과 ‘여기서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졌다. 그 후에 쏟아질 어떠한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먼저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없다.

나는 고민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길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결론을 모으고 내 어깨의 짐을 내려놓았다. 아직 나에게는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쳐진 마음을 위로했다.

우리는 남과 같은 길에 있지 않은 상황을 두려워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추구하는 삶을 부러워하는 일에는 1등을 하지만, 정작 스스로가 그런 삶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마음이 답답할 때 혹은 자유로운 기분이 필요할 때 시 한 줄은 힘이 된다. 시인의 손을 떠난 시 한 줄은 시를 읽는 이에게 전해지는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이다. 책장에 먼지를 먹고 있던 시인들의 시집 몇 권을 다시 펼쳤다. 격정적인 문장도 좋고 해지는 인생을 돌아보며 차분히 쓴 문장도 좋다. 그리운 이를 향한 뜨거운 마음은 또 어떤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시인들의 풀냄새 풀풀 풍기는 시도 좋다.

시인들의 시집 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문장, 시인은 우리에게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노래한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보다는 때로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고 일어서야 할 때 일어설 수 있는 삶의 태도는 어떤가.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 세운다 할지라도

정호승 시집 <포옹>의 '넘어짐에 대하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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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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