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주제로 대한민국의 미래 ICT 초강국 재도약을 위해, 민·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으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진행된 ‘블록체인 초강국의 길 콘퍼런스’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상민 의원 주최, 한국핀테크연합회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 행사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기술 블록체인을 대하는 국내외 사례를 살피는 한편, 현재 업계에 만연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첫인사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위원장 민병두 의원은 “‘블록체인 초강국의 길’을 주제로 이렇게 콘퍼런스를 열게 된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평소 ‘ABC(AI, Blockchain, Contents) 코리아’를 내세웠던 민 의원은, “이 기술이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고, 탈중앙화해서 새로운 산업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블록체인이다”며, “콘퍼런스를 통해서 대한민국이 트러스트시티로, 또 유니콘밸리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이 많이 나와 합의에 이르기를 바란다”고 축사를 전했다.

콘퍼런스 첫 발표는 한국핀테크연합회 홍준영 의장의 ‘4차 산업혁명의 트러스트시티, 블록체인 유니콘 밸리’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홍 의장은 “왜 블록체인 혁명인가?”라고 화두를 던지면서, 블록체인이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풀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는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최근에 출연된 여러 기술들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서 제2인터넷 혁명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치가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들, 상당히 위조되거나 변조된 데이터들, 가짜뉴스 등이 판을 치는 인터넷 세상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상당히 위협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성장이 멈춰있고, 많은 고령화와 전 세계적으로 침체한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조금 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홍 의장은 블록체인으로 4차 산업혁명 주력기술의 보안성을 강화한 ‘트러스트 시티’(Trust City)를 제안했다. 독점이 아닌 탈중앙화와 분산시키는 세상, 공개된 투명한 사회를 열어가는 새로운 플랫폼 세상 트러스트 시티 건설에는 ▲제도 개선 ▲시장의 질적 성장 추구 ▲기술과 유니콘 기업 등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무플래닛의 공경식 대표는 ‘초연결 사회, 물리적 보안을 넘어 논리적 보안의 시대로’라는 주제로, 블록체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을지 제시했다.

공 대표는 초연결사회를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단체 산업, 그리고 사람과 사물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회’로 정의하면서, “이러한 초연결사회는 공공·교육·교통·금융·에너지·의료·유통·제조 등 여러 영역이 서로 연결되며 인간의 편리한 삶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초연결사회가 빅데이터, AI, ICT, IoT 등 첨단기술로 연결돼 있는데, 이러한 핵심 기술들이 보안에 매우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보안관점은 사회적 보안 논리적 보안 물리적 보안으로 볼 수 있다”며, 블록체인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논리적 보안은 지난 2014년, 금융감독원에서 처음 도입한 FDS의 진화된 형태로서, 빅데이터 기반으로 사전에 이상 금융거래를 탐지하고 예방할 뿐만 아니라, 해킹이 발생하더라도 추적이 가능해 처벌도 쉽다는 의견이다. 또 “향후 정책적으로 입법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보안 기술 적용이 선행되어야 신뢰 확보가 가능하다. 초연결사회 실생활 요소요소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상민 의원은 축사와 함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다른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이런 새로운 신기술·신분야·신사업과 기존 제도·분야·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있고 기대하는 바도 크지만, 그에 못잖게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이해관계에 부딪힐 수 있어 저항도 엄청나다. 아마, 블록체인도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장막 뒤에 괴물이 있다고 주입하면 장막 걷기를 두려워한다”며 “사실 걷어내면 아무것도 없는데, 괜한 두려움이나 공포감 때문에 내딛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의 혁명! 유니콘밸리의 성공조건’이라는 주제로 참여 패널들의 짧은 발표와 토론도 이어졌다. 패널은 한동수 카이스트 교수를 필두로, 김종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ITP PM, 안찬식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최예준 블록체인OS 보스코인재단 대표,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 센터장, 홍준영 한국핀테크연합회 의장이 함께 참여했다.

참여 패널 중 정부 관계자로 볼 수 있는 김종현 PM은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이다’라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할 때”라며, 블록체인이 거래비용 절감, 데이터 공유, IoT 기기 간 자율협업 등 4차 산업혁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언급했다. 아울러, “정부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진행한 시범사업과 경과 내용 소개하고, 올해는 이 시범사업을 토대로 정부 R&D 사업 등 여러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 있음을 예고했다. 또, “과거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국내외 블록체인 표준화 활동 선도 중요하다”고 말해, 기술 표준화도 정책적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법률적인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바라본 안찬식 변호사는 “암호화폐가 금지된 중국조차 블록체인 기술 건설 계획 발표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현재 대한민국의 블록체인 진행도는 정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투자 광풍과 사건 사고로 인해 정부 규제가 시작됐지만, 그동안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사실을 들며, 규제만이 능사가 아님을 역설했다. 또한, 관련 법안 발의에 대해서도 “여야에서 여러 법안이 나왔지만, ICO에 관련된 법안만 나왔을 뿐, 중요한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다루고 있는 법안은 없다”면서, 현재 엉뚱한 방향으로 법률이 마련되고 있는 사실도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현행 네거티브 규제를 철폐하고 포지티브 규제로 전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한국의 경우, 특별법 형식으로 만드는 걸 권함.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방안이 “기존 법령의 취지를 해치지 않으면서, 기존 규제를 완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의 결론은 한국형 블록체인 밸리 조성을 위한 여러 대안을 고려하면서, 법률 규제에서도 혁신적, 창의적, 선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예준 대표는 “기술도 결국 인간의 여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쓰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블록체인 혁신으로 인한 기존 질서 파괴는 존재한다”고 말하며, “어떤 사람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누군가의 기존 일자리는 없어진다”는 사실도 언급해 혁신에 따른 부작용은 존재하지만 곧 해결될 문제임을 강조했다. 특히, “트러스트(시티)는 초국가적 대규모 사용자가 다루는 기술이다”라며 “이걸 어떻게 다루느냐가 초강대국 도약과 관련 있다”고 말해, 블록체인 육성 방향과 올바른 정책 수립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한호현 교수는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공경식 대표가 자료를 전달받아 그의 의견을 토론장에 공유했다. 한 교수 또한 중국의 경우, ICO가 규제로 인해 거래가 줄어들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있는 사실을 들며, 블록체인은 전체적인 기술의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정책적으로 어떻게 지원하고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 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현재 블록체인 산업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도 지적됐다. 그는 블록체인이 산업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방향이 주로 가상화폐에 국한되고 있는 것은,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가상화폐가 됨에 따라 사행성으로 번지고, 결국 사회적 문제가 됐다는 의견이다.

그의 자료는 중국에서 올해 발표한 블록체인 특허 기술은 72건으로, 미국을 선두로 중국이 선도해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성장세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혁신을 주도해야 할 중소기업은 기술과 자산(사람)을 보유하는 데 한계가 존재하고, 우수 자산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대기업이 가진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환경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기업(유니콘)이 일정 궤도에 오르려는 순간 대기업의 갑질이나 인력·기술 유출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을 촉구했다.

홍준영 의장은 토론에서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해야 할 처지인데, 오히려 사전 연구가 부족한 상황임을 꼬집었다. 결국,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 없이 시범 사업을 벌인 결과, 대한민국의 블록체인 연구는 파편 분절화됐다”며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대안으로 ‘P2P 전용망’(P2P Network Highway)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를 제시했다. 현재 기술이 가진 지나친 익명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투명성 강화하고 필요하면 추적까지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세상은 ‘괴짜’들이 바꾸는 것이라며, 지금은 괴짜(유니콘)가 필요한 시대, 영웅이 필요한 시대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웅을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면, 우리는 유럽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유니콘과 인프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호소했다. 유럽의 경우, 현재 인터넷 기반 산업이 존재하지 않고 자생력을 잃었다.

이번 콘퍼런스는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됐지만, 정해진 발표시간 내에 준비한 내용을 모두 전달한 발제자는 많지 않았다. 시간도 부족했지만, 워낙 전해야 할 말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행사를 주최한 이상민 의원은 “발제자별로 해서 따로 세미나를 해야 하겠다”며, “여러 지혜를 모아주신 데 감사하고, 앞으로 문제점과 대안 등등을 지속해서 같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민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그동안 닫혀있다시피 했던 소통의 창구를 통해 지적했듯, 국내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은 규제로 인해 정체된 상태다. ICO 규제를 시행한 중국마저, 실제로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계속 장려해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콘퍼런스 주제에서도 밝힌 ‘블록체인 초강대국’의 길은 이미 뒤처진 후발주자로서 따라가고 있는 형국인지 모른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만큼 대안을 제시할 여러 사람의 지혜가 모이고, 이러한 지혜를 실현할 수 있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블록체인 초강대국의 꿈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상민 의원은 축사를 통해 “블록체인도 이번 세미나처럼 계속 알려주시고, 이에 대한 뜻을 모으고,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안을 알려주신다면 정책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말해 정부의 강한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부딪히는 것들에 대한 조정 등을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택시업계의 다음카카오 카풀서비스 사업 반대 집회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역할이 미진해 발생한 일이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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