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크레이그 루이스의 빛을 따라] 지리산길 따라 맛 본 한국의 情

발행일시 : 2018-10-30 00:10
[크레이그 루이스의 빛을 따라] 지리산길 따라 맛 본 한국의 情

한국에서 등산 여행을 계획했을 때 수많은 산들로 압도됐다. 국토의 80%가 산지로 이루어진 한국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수많은 자연과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산들이 가득한 그야말로 축복받은 땅이다. 그들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고민 끝에 한국에서의 첫 등산과 사진 여행지로 지리산 국립공원으로 정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1967년에 지정된 한국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경상남도 등 3개 지방에 걸친 472km2에 달하는 가장 큰 규모의 국립공원이다. 이 공원은 다양한 생물들과 이를 보호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장관을 이루는 산 경치로 이름이 높다.

지리산 둘레길은 다양한 등산로로 유명하다. <지리산 둘레길은 다양한 등산로로 유명하다.>

지리산은 한국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중국과 북한의 국경에서부터 뻗어 내린 백두대간 산맥의 최남단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산"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나와 같은 어리석은 사람도 찾을 수 있는 그 어떤 지혜가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올랐다.

서울에서 고속열차로 3시간도 채 되지 않은 지리산의 관문 남원에서 여행의 첫 발걸음을 뗐다. 거기서부터 300km에 달하는 지리산 둘레길은 시골길과 오래된 마을 오솔길로 이어졌다. 곳곳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목가적인 시골 마을, 신선한 농산물과 풍미 넘치는 다채로운 음식은 지리산의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을 소개하는 최고의 소재들이었다.

지리산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리산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여행은 필자가 세계 여행 잡지에 실릴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이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산책로를 따라 갔다. 산의 신선한 공기를 맛보기 위해 좀더 높은 곳으로 우회하기도 했다. 외국인임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고 음식을 내주는 정겨운 민박에서 밤에는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금계면과 인월면 사이 19km의 오솔길에는 한적한 마을들이 오래된 길을 따라 자리잡고 있었고, 다채로운 길들이 펼쳐졌다.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시작해서 농지를 지나치기도 하고 지리산 기슭의 바위 투성이 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시골길과 옛 마을길로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에서 다양한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시골길과 옛 마을길로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에서 다양한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길에는 소나무 향이 가을의 상쾌한 공기에 가득했다. 평온한 고요를 깨는 것은 오로지 등산화 밑에서 바스락 거리는 낙엽 소리였을 뿐이다.

지리산에서 가장 유명한 별미는 지리산 고원에서 길러진 육즙이 많은 흑돼지 고기일 것이다. 그 지역 주민들은 이 고기가 건강에 좋다고 했다. 돼지구이를 참기름에 찍어 깻잎과 함께 나오는 산나물, 마늘과 고추장에 싸 먹었을 때 하루 종일 등산으로 인해 고단했던 피로가 금새 풀리는 듯했다.

푸른 숲을 가로질러서 농촌 마을 중군리에 도착했을 때 한 할머니가 바구니에서 씨를 뿌리고 있었다. 우리를 보고 그 할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지쳐 보이는 우리에게 커피를 타주었다. 최씨 성을 가진 이 할머니는 잠시 쉬어 가라며 우리를 집 문 앞으로 데려갔다.

우연히 마주친 최씨 할머니는 지리산 주민들의 따뜻하고 후한 인심에 대해 말해주었다. <우연히 마주친 최씨 할머니는 지리산 주민들의 따뜻하고 후한 인심에 대해 말해주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나이가 100살이 넘었고 평생 그 곳에서 살아왔다고 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 같은 노인들 뿐이야. 내 자식들 다섯도 모두 오래 전에 이사를 갔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해줬다. 잠시 숨을 돌리고 떠나려 할 때 할머니는 식사 대접을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남은 여정 동안 요기를 하라며 삶은 밤을 싸주었다.

인월리에 도착해서는 산나물밥 전문 식당인 ‘지리산 나물밥’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박씨 성의 식당 주인은 아내의 김치가 너무 유명해서 TV 방송에도 나왔다고 자랑했다. 생각보다 빨리 차려진 저녁상은 푸짐했다. 맛있는 고기와 아삭아삭한 더덕 뿌리, 향긋한 나물밥과 양파에 고춧가루를 곁들인 간장이며 특별한 김치 덕에 지리산의 진미를 즐길 수 있었다.

인월동의 식당 '지리산 나물밥'에서 차려준 특별한 지리산 만찬. <인월동의 식당 '지리산 나물밥'에서 차려준 특별한 지리산 만찬.>

다음날 완만한 지리산 둘레길을 벗어나 바래봉 등산길로 향했다. 그 길에서 펼쳐지는 경치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사방에 우거진 숲들이 1,165m의 정상을 향하고 있었고 주변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상에서는 멀리 수평선이 펼쳐 있었다. 휴게소에 들르기 전에 험한 산길을 따라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있는 두 개의 봉우리에 올랐다.

바래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오르막길 산들과 수평선까지 펼쳐졌다. <바래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오르막길 산들과 수평선까지 펼쳐졌다.>

저녁 무렵 지리산 서쪽 비탈에 있는 천은사에 도착했다. 절의 고요한 건축과 돌다리, 계단, 그리고 시원한 연못의 배치가 가을 단풍과 잘 어우러져 황금 저녁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조용하고 성철하는 오아시스 같이 고요한 천은사. <조용하고 성철하는 오아시스 같이 고요한 천은사.>
천은사의 다리정자 <천은사의 다리정자>

그 속에서 마음이 평온해 졌고 하루의 등산을 마무리했다. 산사처럼, 산은 우리를 불러 자연과 동화되게 하고 우리가 듣고 싶다면, 내면의 소리로 속삭이면서 땅의 기운에 스며들게 한다.

지리산 둘레길 곳곳에는 목가적인 풍경들이 펼쳐진다. <지리산 둘레길 곳곳에는 목가적인 풍경들이 펼쳐진다.>

마지막 날에는 방광 마을과 온천으로 유명한 산동을 연결하는 지리산 둘레길 북쪽 15구역으로 향했다. 그 지역에서 발견한 보물들은 휘황찬란했다. 완만한 경사의 오솔길에는 황금빛 감과 향기로운 사과가 열린 과수원들이 즐비했다. 야생화와 코스모스들이 길가에 줄지어 있었고, 따스한 태양이 넓은 나무 가지들 사이로 빛나고 있었다. 지리산이 우리의 마지막 날을 위해 가장 아름다운 보물을 남겨 놓은 게 아니었을까?

지리산 둘레길을 나선 고단한 등산객의 하루를 위로하는 일몰 <지리산 둘레길을 나선 고단한 등산객의 하루를 위로하는 일몰>
뜻밖의 친구가 동행을 자처했다. <뜻밖의 친구가 동행을 자처했다.>

아주 짧은 여정이었지만 친절하고 진심 어린 환대, 한국 가정에서 맛보는 최고의 요리와 수 많은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던 지리산의 자연과 문화 속에서 한국의 정서를 맛보는 귀한 경험과 통찰력을 갖게 했다.

지리산 둘레길을 따라 줄지어선 야생화며 코스모스는 등산객에 미소를 던져주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따라 줄지어선 야생화며 코스모스는 등산객에 미소를 던져주었다.>

한번 보는 것으로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많이 보고 배워야 한다. 한국에서의 첫 지리산 여행, 그러나 내 마음 속에는 그 무엇인가를 향한 용솟음 파동이 일고 있다. 인생의 지혜를 향한 긴 여정에서 이제 한 걸음 나아갔다.

크레이그 루이스 craig@newlightdreams.com 사진 작가이자 산악인인 크레이그 루이스(Craig Lewis)는 우리를 둘러싼 풍경과 자연 현상의 연약한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색과 빛으로 포착하고 있다. 특히 상호 작용에 중점을 두고 때로는 전통과 현대 사이의 긴장감을 집중 조명한다. 톰슨 로이터(Tomson Reuters)와 다우존스 뉴스와이어(Dow Jones Newswires)의 기자로 일했으며 히말라야 주민들과 문화, 불교적 표현에서 특별한 영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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