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기를 천박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동시에 타인을 원망하기 전에 자기를 반성하고 싶습니다. 자기 내심에 천박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알고 고치지 않고는 있지 못하는 사람은 인류의 보물이외다. 이러한 사람은 벌써 자기 마음속에 있는 잡초를 잊고 좋은 씨를 이르는 곳마다 펼치어 사람 마음의 양식이 되는 자외다.”
-196쪽,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중

한 해의 끝이 가깝다. 2018년을 우리는 어떤 해로 기억할까? 어떤 이는 한반도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해로 기억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인권,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윤리와 도덕 상실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마주한 해로 떠올릴 것이다.

나는 2018년을 어떻게 기억할까. 이룬 것은 무엇이고 마땅히 해내야 할 일을 했는지 돌아본다.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은 없었는지도.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서 쓸데없는 욕심을 채우는 일에 바쁘지 않았는지.

책 한 권을 오래 붙들고 봤다. ‘숙제’로 읽은 책이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은 나혜석이 생전에 남긴 글을 엮은 책이다. 나혜석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어떤 삶을 살았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 책에 들어 있는 나혜석의 다양한 글들은 여성으로서 삶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강조한다. 나혜석이 써 내려간 문장은 당당하고 거침없다.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격체로서 역할을 해내는 데 남녀 구분이 왜 필요한가를 일깨운다. 결혼과 가정, 교육 등 나혜석이 관심을 두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면서 나혜석은 자신이 그토록 바라는 일, 언젠가 변화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꽃은 지더라도 또 새로운 봄이 올 터이지. 그것이 기다리는 불가사의가 아니라고 누가 말을 할까. 그날을 기다린다. 그날을 기다린다.-119쪽,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중

나혜석이 바라던 시간이 지금이라고 하면 아직 이른 걸까.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은 결국 탐험하는 삶’이라고 이야기하며 불꽃같은 삶을 산 나혜석은 1896년에 태어나 1948년에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삶을 거부하고 독립심 발휘의 필요성을 강조한 나혜석은 사람의 마음 고치는 일을 언급했다. 천박한 마음, 잘못된 마음을 고치려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러한 사람은 세상의 보물이라고 표현했다. 잘못을 사과하기보다는 변명하고 빠져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요즘, 나혜석은 세상의 보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할 인간의 의무가 무엇인가를 묻는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 불편한 일들이 여전히 우리의 길을 막고 있지만, 우리가 누리는 삶의 기회는 그렇게 변화를 요구해 온 사람들의 투쟁에서 이루어졌음을 마음 한쪽에 담고 살아갈 일이다. 나혜석이 뿌린 씨앗도.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