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과 예술평론으로 경계 없이 글 쓰고, 가보지 않은 길을 떠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의 글에는 독자들이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많다. 리베카 솔닛은 아픔과 이별, 차별과 분쟁 속의 삶을 위로하는 문장으로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이끈다. 그의 문장 속에서 독자는 피하고 싶은 물음,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 세상에서 조금 더 불편해지면 ‘왜 안 되는 건가’ 하는 질문을 만날 수 있다.

리베카 솔닛은 자신을 위해 글을 쓰지만, 누군가에게 그의 문장은 삶을 버티는 힘이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 우리가 놓고 사는 생각을 붙든 흔적이 있는 문장은 눈길을 잡는다.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단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을 다시 읽다가 나는 미처 밑줄 긋지 못한 문장을 만났다.

작가는 이 책에서 살구로부터 시작해서 뜻하지 않은 여행의 출발, 멈춤과 쉼을 통해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던진다. 감정이입,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은 상대를 위한 일이지만 결국은 우리 자신을 다독이는 길이다. 이 책에서 내가 건진 문장은 ‘듣는 일’이다. 잘 듣는 사람이 잘 말할 수 있다. 리베카 솔닛은 듣는 일은 여행지로서 타인의 삶으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듣는다는 것은 귓속의 미로에서 소리가 사방으로 돌아다니게 허락하는 것이며,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거꾸로 그 길을 되돌아서 그 소리를 만나는 것이다. 이것은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이다. 이 듣는다는 행위 말이다. 이는 당신이 각각의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 당신의 고유한 언어로 그것을 번역하는 것, 당신이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게 당신의 우주에서 그 자리를 찾아 주는 것, 그리하여 그것이 당신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감정이입을 한다는 것은 감각의 미로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맞아 주기 위해 손을 뻗는 것, 그것을 껴안고 그것과 섞이는 일이다. 즉 타인이 삶이 여행지라도 된다는 듯 그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284쪽,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중에서

아내의 배에 귀를 붙이고 태아의 숨소리를 듣는 아빠의 일은 어떤가.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심장에 청진기로 맥박을 듣는 의사의 일은 어떠한가. 힘들다고 말하는 직장 후배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선배의 일은 어떤가.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광장에 모여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민들의 일은 어떠한가.

우리는 지금 어떤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말하는 일보다 듣는 일을 먼저 한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은 다른 모습을 갖지 않을까. 풍경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일도 좋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말만 주장하고 귀를 닫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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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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