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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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매주 대중들에게 다양한 볼거리, 맛을 선사하고 있는 것.

24일 오후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소박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외갓집 언제나 그리운 친정엄마의 손맛 외할머니의 사랑 가득한 그곳을 찾다 편이 전파를 탄다.

■ 뼈 시리고 혹독한 겨울, 가난했던 박할머니의 밥상

전북 익산, 용산리 심씨 집성촌에 사는 박순안 할머니(87)는 6남매를 키워 객지로 내보냈다. 자식들을 위해 논밭에서 일하느라 허리 펼 날이 없었던 80여년 세월. 어느 새 주름 패인 얼굴에 평생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올 해도 추운 집에서 홀로 겨울을 맞은 할머니를 위해 세 딸과 손자들이 외갓집을 찾았단다. 한 시간 넘게 육수를 고아 손으로 북북 고가를 찢어 넣은 박할머니표 육개장은 어려운 시절에는 자주 해먹기 힘들었던 음식이었다. 먹을 것이 없던 한 겨울, 박할머니는 배앓이를 하는 딸에게 쌀 대신 고구마를 잔뜩 넣은 밥과 아욱된장죽 밖에는 해줄 수가 없었단다. 그때는 하도 먹어 질려했지만 이제는 일부러 찾아먹는 건강식이 됐다. 특히 꽝꽝 얼은 땅속에 묻혀있는 톡 쏘는 동치미는 딸과 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겨울철 별미란다. 투박하지만 박할머니의 세월이 묻어나는 용산리의 겨울 밥상을 찾아가 본다.

■ 엄마 따라 졸졸, 이젠 맛볼 수 없는 엄마의 음식을 재현하다

고향인 충남 서천 송림리를 찾은 한기순(58)씨는 7남매 중 돌아가신 어머니를 유난히 쏙 빼닮은 딸이다. 살에 이는 바닷바람에도 새벽부터 뻘에 나가 조개를 캐오던 어머니. 그런 엄마 옆에 찰싹 붙어 해방조개를 까고 조개 눈을 빼는 일은 기순씨에게 일상이었단다. 어린나이에도 장작불 피워 학교 가는 오빠들 밥을 지어 먹이던 막내딸 기순씨. 막내딸은 엄마의 그림자였다. 조개를 캐고 돌아온 어머니가 언 손을 녹일 새도 없이 굴뚝에 연기 피우며 자식들 속을 뜨끈하게 채워주셨던 음식들. 오늘도 기순씨는 생일을 맞은 오빠에게 돌아가신 엄마 대신 소라 된장국을 끓여주기로 했단다. 망치로 껍데기를 깨 발라낸 소라 살을 넣고 끓인 소라된장국은 특별한 육수 없이도 깊은 맛이 난다. 바지락에 부추를 섞어 노릇하게 부쳐낸 바지락전과, 향긋한 미나리에 쫄깃한 바지락 살을 새콤하게 무쳐낸 바지락미나리무침은 엄마를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음식이란다. 12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차려낸 바지락 밥상을 만나본다.

■ 유년시절 엄마의 놀이터, 군산에서 맛보는 외할머니의 박대요리

군산항은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되던 쌀이 오가던 통로였다. 그때처럼 선박의 뱃고동소리가 우렁차지는 않지만, 아직 옛 항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오랜만에 고향인 군산 조촌동을 찾은 김혜진씨(37)는 유년시절, 넓은 군산 앞바다가 전부 자신의 놀이터였다고 밀한다. 폴짝폴짝 배를 옮겨 타며 낚시하고 놀던 항구는 이제 10살 아들의 놀이터가 됐다. 박대 장사를 하던 어머니와 함께 굴을 따러가서 옆에 쪼그려 앉아 홀짝홀짝 주워 먹던 굴 맛을 혜진씨는 잊을 수가 없단다. 시원한 굴을 생채에 넣고 버무린 굴무생채는 혜진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자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박대껍질을 벗겨 푹 고아 만든 탱글한 박대껍질묵은 손자들도 가장 즐겨먹는 박대요리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반 건조 박대에 갖은 양념장을 넣고 짭조름하게 조린 박대조림, 도다리를 쌀과 함께 고아 만든 도다리어죽 등 외갓집을 찾은 손주들과 혜진씨를 위해 차린 박대요리 밥상을 맛보러 간다.

■ 할머니, 나도 한 입 주세요! 김이 모락모락~ 외할머니표 손 두부 밥상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뜻의 충청북도 단양. 그중에서도 수려한 경관을 지닌 덕촌리 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세자매가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세자매의 어머니 장귀남(60)씨는 먼 길을 찾아온 딸과 손자들을 위해 미리부터 불려놓은 콩을 맷돌에 갈아 손 두부를 만든다. 큰딸 홍선한씨(41)의 두 아들은 특히 외할머니의 손 두부를 참 좋아한단다. 콩 단백질이 풍부하니 영양도 그만이고 할머니 정성이 가득하니 그 맛이 두 배다.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 솥에 끓여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도시에서 쉽게 보기 힘든 구경거리다. 또, 직접 재배한 사과를 설탕물에 달콤하게 재운 사과병조림은 시원하고 아삭아삭한 맛에 손자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란다. 세자매는 사과를 키우느라 사과농장에서 살다시피 하던 엄마가 비 오는 날엔 집에 있어 비가 오면 행복했다고 말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드라운 두부, 고소한 콩가루를 묻혀 끓인 시래기 콩국 등 외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따끈한 두부밥상을 만나러 간다.

이은수 기자 e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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