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눈앞에서 실제로 오케스트라가 소리를 내는데, 그에 관해 ‘넌 이렇게 해라’ ‘넌 저렇게 해라’하는 실무적인 지도를 못 했다는 뜻입니까?

오자와 구체적으로 말하면 말이죠, 유능한 사람은, 아니, 프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 지시를 내리거든요. 지금 이 순간엔 이 악기를 들어라, 자, 지금은 이 악기를 들어라, 하는 식으로, 그럼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딱 맞아 들어요.

51쪽,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중

<오자와 세이지씨 와 음악을 이야기하다>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음악가 오자와 세이지의 대화는 좋은 소리가 어떻게 악기를 통해서 나오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답이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온 오자와 세이지는 지휘자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프로 지휘자는 다양한 악기의 음색과 연주자의 연주기법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할뿐더러 이 모든 악기가 작곡가의 의도에 맞게 연주될 수 있도록 연주자를 이끄는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다 지난 시절의 일이 생각났다. 당시 내가 몸담고 있던 조직은 부서 간 업무 충돌과 해소방안이 과제로 떠올랐다. 업무 확장과 외부적 요인에 의한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신규직원과 경력사원들로 조직이 채워졌다. 서로의 주장은 더욱 세지고 업무조정과 분배는 쉽지 않았다. 어떤 이에게 일이 몰리기도 하고 업무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을 맡아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직원들이 생겨났다. 불만이 늘어나고 일을 하는 사람보다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어떻게 이 조직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경험해보지 못한 조직관리는 그렇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기능별 인원 재배치로 팀은 쪼개졌다. 업무 결제 단계를 줄이는 조치였지만 결국 조직은 그렇게 축소되었다.

내가 맡은 부서의 운영에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고 움직일 수 있는 사고와 지휘력을 발휘해야 했지만,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못했다. 조직 성장과 운영에 관해 효율적인 대처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상대가 어떻게 들어오는지를 살펴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려주고 이끌었어야 했다.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에서 오자와 세이지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눈 대화는 음악 이야기를 떠나 내 삶의 지휘자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질문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매몰되어서 다른 사람들의 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협력해서 일하는 게 어렵다.

내 악기에만 집중하면 다른 소리와 어떻게 어울리는지 알 수 없다. 다른 연주자의 악기를 들어야 내가 들어갈 시간과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가를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직장에 들어가기는 어려워도 나오기는 쉬운 게 직장생활이라고는 하지만 일하면서 돈을 받고 하는 경험이 아닌가. 대부분 일이 힘들어서 나오는 것보다는 원만한 인간관계 부재로 인한 상실감이 사표를 내지 않나. 조직원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가 자신의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리더를 만나는 것은 직장생활이 주는 즐거움이다. 업무 이해가 떨어지고 뭘 해야 할지 기획력 없는 업무 추진을 하는 리더를 만나는 것은 고통이다.

누군가 내게 그런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면 자신이 그 역할을 해보도록 노력해 볼 일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프로 리더이어야 한다.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에세이들의 제목은‘열심히 살 뻔했다’라고 하면서 게을러지라고 하고, 책임감에서 좀 자유로워져야 함을 은근히 드러낸다. 직장생활의 여백도 중요하지만 잠자는 능력을 깨우지 못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인생은 한 번뿐인 라이브 방송이니까.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