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는 지난달 22일 한식진흥원 한식문화관에서 주한 외국 인사들을 대상으로 ‘우리맛 에센스 콩발효에서 글로벌 채식 푸드 트렌드의 솔루션을 찾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사진=샘표 제공
샘표는 지난달 22일 한식진흥원 한식문화관에서 주한 외국 인사들을 대상으로 ‘우리맛 에센스 콩발효에서 글로벌 채식 푸드 트렌드의 솔루션을 찾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사진=샘표 제공

전 세계적으로 한국 대중음악인 ‘K-POP’이 열광을 받으면서 덩달아 한식인 K-푸드와 화장품 등 K-뷰티 등이 외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K-푸드의 경우 일본이나 중국 음식에만 익숙해 있던 외국인들에게 우리 전통문화까지 전파하는 역할하고 있으며 매출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어 관련 업체가 외국 현지에서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존하는 국내 상표(등록번호 362호) 중 가장 오래된 ‘샘표’가 최근 외국인 대상 K-푸드의 대중화를 위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샘표는 지난달 22일 한식진흥원 한식문화관에서 미국·이탈리아·독일·헝가리 등 다양한 국가의 대사관과 주재원,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진행했다. 샘표가 주최하고 한식진흥원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글로벌 채식 트렌드의 솔루션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한국 콩발효의 가치를 맛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우리맛 에센스 콩발효에서 글로벌 채식 푸드 트렌드의 솔루션을 찾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뉴욕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의 자우마 비아르네즈 수석 셰프가 글로벌 채식 트렌드와 한식의 에센스 콩발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자우마 셰프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인 엘불리 레스토랑과 요리과학 연구소 알리시아의 수석 셰프로 근무, 최근 샘표 뉴욕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의 디렉터로 합류했다.

그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이 글로벌 푸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서양 요리에서 채소를 맛있고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에 대한 한계가 있다고 언급하며 그 해결책을 한국의 콩발효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채소 섭취율이 세계 1위이며, 밥상의 구성 요소 중 70%가 채소로 이뤄진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콩을 발효한 간장·된장 등 콩발효 소스들을 이용해 나물·김치·장아찌 등 채소를 즐기는 다양한 조리법과 요리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자우마 셰프는 2012년 스페인의 요리과학 연구소인 알리시아에서 수석 셰프로 근무할 당시, 샘표와 ‘장 프로젝트’라는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한국의 다양한 콩발효 제품들을 처음 알게 됐다. 한국 전통 콩발효 제품인 장과 연두를 세계 각지의 식재료와 조리법에 접목할 방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그는 총괄 디렉터를 맡아 한국 콩발효 소스들의 특징을 설명하는 ‘콘셉트 맵(Concept Map)과’ 레시피를 샘표와 함께 개발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요리에센스 연두를 활용한 연구 결과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콩으로 만드는 한식간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연두는 콩을 발효해 만든 순식물성 제품이다. 전통장에 비해 향, 색, 염도가 낮으나 콩발효 특유의 깊은 맛과 맛내기 효과는 높은 것이 특징이다. 테스트 결과 연두는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세계 각국의 어떤 요리와도 매칭이 잘 되었으며, 특히 채소 재료들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그 비결이 ‘콩발효’로 만들어진 연두의 속성에 있다고 봤다.

자우마 셰프는 한국 식문화의 장점을 가장 빠르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연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음식의 깊은 맛은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연두는 한식의 깊은 맛에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다”며 “현지 음식과 식재료 고유의 특성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깊이를 더하고 맛을 높여주는 연두를 외국인들에 먼저 소개해 연두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엔 연두보다 향과 맛이 더 강한 한국의 다른 전통 장들도 훨씬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히며, 연두가 전통장의 세계화를 이끄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봤다.

앞서 샘표는 지난해 뉴욕에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세계 식품 트렌드의 시작점인 뉴욕에서 한식의 콩발효를 대표하는 연두의 가치를 알리는 공간이다. 연두를 활용한 다양한 클래스와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현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뉴욕에서 가장 핫한 ‘채식 트렌드’에 맞춰 연두를 사용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채소 요리들을 연구 개발하는 중인데, 현지인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강에서는 뉴욕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콩발효 에센스 연두를 활용한 몇 가지 요리를 선보여 참석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삶은 병아리콩과 레몬즙, 다진마늘, 올리브유에 연두를 넣고 곱게 갈아 만든 건강한 채식 소스 ‘후무스’, 삶은 가지와 마늘 그리고 연두를 넣고 갈아 만든 ‘바바가누쉬’ 소스는 만들기도 간편하고 활용도가 다양해 보였다. 원래 고기로 만드는 파이 웰링턴 속을 연두에 볶은 포토벨로 버섯으로 대체한 ‘버섯 웰링턴 파이’를 맛본 참석자들은 순식물성 재료만 사용했는데도 고기 맛이 느껴진다며 감탄을 터트리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온 레미 듀퐁(Remy Dupont)씨는 “한국 콩발효는 한국 식문화의 훌륭한 강점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콩발효의 매력을 다시 보게 되었다”며 “본국에 돌아가도 콩발효 제품인 연두를 본국 음식에 접목해 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폴란드 주재원 토마스 씨멕(Tomasz Cimek)씨는 “한식의 대표적인 특징이 채식과 콩발효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며 “한국에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식에 대한 설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이라고 참석 소감을 전했다.

샘표 관계자는 “요리에센스 연두는 자체의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현지 음식에 자연스럽게 어울러져 글로벌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며 “외국인들이 연두의 가치를 알고 나면 이후에는 간장, 된장과 같은 한국 전통의 콩발효 식품을 찾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뉴욕 맨하튼에 위치한 샘표 뉴욕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는 현지인들. 사진=샘표 제공
뉴욕 맨하튼에 위치한 샘표 뉴욕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는 현지인들. 사진=샘표 제공

샘표는 전혀 색다른 시도도 계획하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 행사에 우리 음식을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샘표 측은 2월 6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NYFW)'를 맞아 특별한 행사를 펼치기로 했다.

샘표는 뉴욕 패션위크 기간 중 2월 7일을 ‘연두 데이’로 지정하고 샘표 뉴욕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패션위크 참석자를 대상으로 선착순 100명에게 연두로 만든 채식 요리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기간 현재 뉴욕에서 가장 핫한 트렌드인 ‘채식’과 요리에센스 연두를 소개하는 다양한 채소 요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연두 데이’에 샘표 뉴욕 연두 컬리너리를 방문하면 잘게 썬 채소에 연두로 간편하게 만든 ‘3분 채소 수프(3' veggie soup)’, 삶은 병아리콩과 레몬즙, 다진 마늘, 올리브유에 연두를 넣고 곱게 갈아 만든 건강한 채식 소스 ‘후무스(Full flavored low sodium hummus)’, 파슬리와 호박씨에 연두를 넣고 갈아 만든 페스토 피자(Guilt-free no bake pesto pizza)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글로벌 TV광고 모습. 사진=넥스트데이릴 DB
CJ제일제당 비비고 글로벌 TV광고 모습. 사진=넥스트데이릴 DB

CJ제일제당의 경우에는 오는 2020년까지 ‘비비고 만두’의 매출을 1조원까지 올리고, 세계 시장 1위 달성한다는 야심찬 글로벌 비전까지 내놨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국내 및 해외 만두시장에서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64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한 성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글로벌 매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50%를 돌파하며 ‘K-Food 세계화’ 대표 품목으로의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 베트남, 유럽 등 대륙별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비비고 만두’ 소비확대에 집중한 결과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만두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며 미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3년 전인 2015년에는 1240억원이었던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342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매출 비중도 2015년 40.8%에서 지난해 53.7%로 12.9%포인트 늘었다. 올해는 슈완스(Schwan’s Company)와 카히키(Kahiki Foods), 마인프로스트(Mainfrost) 등 지난해 미국과 독일에서 인수한 현지업체와의 시너지 사업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전망이라고 한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글로벌 만두사업 강화를 위해 미국과 중국 중심의 생산기지를 베트남, 유럽으로 확대하며 대륙별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준비를 마친 지난해부터 ‘비비고 만두’의 세계적인 영향력 확대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전략국가인 미국과 중국을 겨냥해 R&D 및 인프라에 투자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집중했다. 미국 동부에 세 번째 공장을 구축했고 중국 베이징 인근 요성에 두 번째 공장을 건설했다.

신규 생산거점의 경우 철저한 시장조사와 소비자 니즈, 식문화 트렌드 등을 분석해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비비고 만두’ 사업을 본격화했다. 만두피가 얇고 고기와 야채가 많은 ‘한국식 만두’ 형태를 기본으로 했지만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 기존 현지식 만두 제품도 자사 기술개발(R&D)과 제조역량을 동원해 맛 품질을 더욱 향상시켰고, ‘비비고 만두’와 함께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고 한다.

그 결과 CJ제일제당은 미국·중국·베트남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만두시장에서 ‘비비고 만두’로 매출 2400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2016년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0억을 달성한 데 이어, 2년 만인 지난해 2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얇고 쫄깃한 만두피에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재료로 만두소를 만드는 등 현지화 제품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인프라 확보도 크게 작용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캘리포니아 플러튼과 뉴욕 브루클린 생산기지에 이어 뉴저지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제품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냉동식품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슈완스와 카히키를 인수하며 사업 추진력까지 확보하게 됐다. 일부 대형 유통채널에 집중되어 온 ‘비비고 만두’가 미국을 비롯한 북미시장에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업체 측은 예상했다.

중국에서의 ‘비비고 만두’ 매출은 지난 2015년 7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50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비싼 가격과 낯선 브랜드 등으로 소비자 공략이 쉽지 않았지만, 만두피부터 만두소까지 건강하고 맛있는 ‘한국식 만두’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비비고 옥수수 왕교자’, 비비고 배추 왕교자’ 등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사용해 현지화에 힘쓰며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말 베트남 냉동식품업체인 까우제(現 CJ CAU TRE)를 인수한 CJ제일제당은 이듬해 말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며 기존 동남아식 만두(스프링롤, 딤섬)와 함께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대로,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비비고 만두’는 출시 1년 만에 ‘국민 만두’ 반열에 올랐다. 식품통합생산기지가 완공되면 R&D, 제조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어 사업은 한층 더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2014년부터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 2000억원 이상 투자하며 브랜드와 R&D, 제조역량을 차별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공장 증설 및 신규 투자는 물론 현지에서 경쟁력을 갖춘 식품업체들을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매년 KCON, MAMA, 더CJ컵 등 CJ그룹의 글로벌 문화·스포츠 행사와 연계한 마케팅활동을 추진하며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힘썼다.

CJ제일제당은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현지 만두 제품과 외식형, 스낵형, 편의형 등 미래형 제품을 개발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비비고 만두’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이중 70%를 글로벌에서 달성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6조원 규모의 글로벌 만두시장에서는 9% 수준의 점유율을 15%대로 올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1등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외형적인 매출 성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비비고 만두’를 통해 한국식 식문화 트렌드를 전파하고, 자연스럽게 현지 문화에 녹아들 수 있도록 현지화 전략에 집중할 예정”이라면서 “국내 만두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하고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듯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케이만두(K-Mandu)’ 열풍을 이어가며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글로벌 한식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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