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또한 정신입니다. 어디서 출발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어디에 도달하느냐입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만 가지 선택지가 나와요. 그러다 보면 원래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 잊고 길을 잃기 십상이죠. 새처럼 힘닿는 데까지 최대한 멀리 날다 기력이 다하면 쓰러지는 식. 저는 모든 영화를 그런 정신으로 만들었습니다.”

-234쪽, <왕가위-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기업과 관공서 등의 입찰이나 인력 채용 공지를 보면 지원자격 항목이 있다. 이전과 같이 나이나 성별, 학력과 같은 차별은 없지만, 더 세세한 조건이 추가되었다. 조건으로 관련 분야 활동 증명과 자격증 서류 등이 강화되었다. 실력 있다고 스스로 자부해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지원조건이 되지 않아 서류조차 넣을 수 없다.

이런 조건으로 진입을 막는 '사회적 질서'와 다르게 유튜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동영상 시대를 이끄는 미디어 플랫폼, 유튜브는 차별적 조건과 참가 제한이 없다. 스마트폰 하나로 누구나 동영상 콘텐츠를 생성, 공유할 수 있다. 저작권 위배, 미풍양속 침해와 명예훼손과 관련되지 않는 한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배포를 통해 명예와 광고 수익을 걷을 수 있다.

한쪽에서는 자격 조건을 강화하며 진입을 막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어떤 조건이나 제한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이러한 흐름은 철옹성과 같았던 미디어 생태계 지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전통 미디어들은 이러한 동영상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로부터 생존 위협을 끊임없이 받게 될 것이다.

폐쇄형의 서비스를 고집하는 기업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없다. 기업은 조직원들이 스스로 각자 가진 재능들을 제한 없이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 관리 중심의 단일화된 학교 교육 시스템도 이런 상황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인증된 기법, 기존 질서 고집과 연장자 우대의 낡은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밥그릇 싸움이나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구조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 희망 발견은 어렵다.

지금, 우리는 앞으로 어떤 길에 희망이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출신이냐,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를 나왔든 어떻게 가든 그가 선택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가 어디 끝에 도달하든 우리는 그 삶을 존중해야 한다. 각 사람의 정신이 자신을 만들고 그것이 발휘되도록 응원을 하는 것이 또한 사람의 몫이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응원하고 사는가.

하고자 하는 일, 마음속에 품은 뜻을 이루고자 하는 정신이 있는 삶은 아름답다. 홍콩의 영화감독 왕가위가 만들어낸 영화를 보면 그 자신의 색깔이 깊숙이 들어 있다. 그는 많은 영화를 만들며 현장에서 벌어지는 수만 가지 선택 사항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며, 지치지 않았다.

어디에 도착했는가에 방점을 두는 왕가위 감독의 삶을 통해서 살아온 날들에 대한 미련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정신을 두고 살아가야 할 일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출발지가 아니라 도착지이니까.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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