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은 수많은 스마트폰 부품 중의 하나인 작디작은 칩을 만드는 회사지만, 그 영향력은 상당한 회사다. 당장 이번 MWC19만 보더라도 스마트폰 제조사가 빠르게 5G폰을 내놓을 수 있었던 건 퀄컴의 힘이 컸다. 일찌감치 5G 연구 개발에 힘을 쏟아 상용 모바일 모뎀을 빠르게 내놓을 수 있었고, 스마트폰 제조사는 이를 활용해 5G폰을 만들 수 있었다.

이런 퀄컴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로 IoT와 스마트 시티가 있다. MWC19에서 만난 퀄컴의 스마트 시티/인더스트리얼 IoT 사업개발팀의 '산짓 판디트(Sanjeet Pandit)'는 호수에 던진 돌에 비유해 IoT 분야에서 퀄컴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비록 크기는 작은 돌일지라도 잔잔한 호수에 던지면, 파문이 점점 커져 넓게 영향을 끼친다. 퀄컴은 IoT라는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산짓 판디트 "퀄컴은 오직 칩셋만 만들 뿐이다"라며 "파트너와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자 한다"라고 언급했다.

퀄컴은 작은 돌이지만 좋은 영향력으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IoT 생태계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하며, IoT 생태계가 커지면 각 세그먼트의 기업들뿐만 아니라 결국은 이를 사용하는 컨슈머까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산짓 판디트 보고 있다.

이렇게 파트너와 함께 성장한다는 점은 올 1월 체결된 퀄컴과 국내 ETRI 협약에서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해당 협약은 IoT 컨버전스 기술과 더불어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팜,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홈에 활용 가능한 ICT 애플리케이션 등 다방면의 협력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퀄컴은 자사의 첫 IoT 전용 시스템온칩(SoC)인 비전 인텔리전스 플랫폼 기반 개발 보드를 ETRI에 제공했으며, ETRI는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 시티 및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IoT 사업분야에 적용 가능한 IoT 제품 및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산짓 판디트는 "협약을 통해 개발된 기술은 단순히 한국에서만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를 베이스로 한국 회사의 기술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게 돕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퀄컴의 칩셋 다양한 IoT 기기에 쓰이고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인공지능 스피커다. 음성으로 스피커를 호출할 수 있는 것은 퀄컴의 칩셋이 있기 때문이며, 퀄컴은 오래전부터 해당 기술을 연구해 왔다. 현재 집에 스마트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면 퀄컴의 칩셋이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컨슈머 레벨이 아닌 인더스트리에선 어떨까? 이에 대해 산짓 판디트 얼굴 인식 기능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 MWC19에선 새로운 인증 방식이 도입되었는데, 바로 '브리즈 액세스(BREEZ Access)'라 명명한 얼굴 인식 기능이다. MWC를 방문한 이라면 사전등록 단계에서 사진을 추가하면, 브리즈 전용 라인을 통해 얼굴 인식 만으로 입장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을 비행기 탑승 시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런 시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인더스트리 IoT에서 퀄컴의 칩셋은 더할 나위 없는 솔루션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보면, 그 안에는 CPU, GPU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를 처리하고, 카메라를 제어하며, 인공지능 연산 기능과 모뎀까지 품고 있다. 어떠한 IoT 장치에서도 요구하는 성능을 만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력 소모까지 적다.

즉 공항 탑승구에 설치된 얼굴 인식 기능 장치는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5G 통신으로 탑승자를 빠르게 판독할 수 있게 된다. IoT 장치를 구동하고 제어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퀄컴의 칩셋인 셈이다. 스마트 주차장, 스마트 신호등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도시의 다양한 시설물에 IoT를 적용하기에 좋아 보인다.

이미 관련 플랫폼도 나와 있다. 유비시아(Ubicquia)는 조명을 제어하고, 전력 계량, 진동 감지 등을 할 수 있는 유비셀(Ubicell)을 선보였는데, 유비셀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845를 통합해, IoT 보안과 비디오 분석을 위한 미디어 처리, 하드웨어 가속을 통한 엣지 AI 등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도시의 다양한 시설물에 IoT 옷을 입히고, 이런 장치들이 5G를 통해 연결되고,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 시티라고 할 수 있는데, 퀄컴은 이 범주까지 염두에 둔 IoT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산짓 판디트 "1995년 널리 쓰이기 시작한 인터넷이 현재의 모습이 될지는 알 수 없었듯, 현재 인공지능 또한 20년 후엔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누구도 모른다"며 "인공지능, 컴퓨터, 스마트 인티그레이션 등이 5G를 중심으로 모두 믹스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인터넷 연결뿐만 아니라 거리의 다양한 장치와 시설물까지 인터넷에 연결되어 도시 반대편의 트래픽도 즉각 알 수 있는 세상. 도시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보호해주는 미래. 어쩌면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태우 기자 (tk@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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