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에서 샤오미가 애플에게 4위를 내주었습니다. 샤오미의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6%P 떨어진 10.3%로 애플(11.5%)보다 한 계단 아래인 5위에 머물렀습니다.

경쟁사인 화웨이나 오포, 비보가 모두 성장세를 보이며 나란히 1~3위에 안착한 데 반해 샤오미의 스마트폰 실적은 주춤한 모습입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부진 외에도 샤오미의 4분기 업무 조정과 구조 개편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적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레드미(홍미) 브랜드의 독립을 꼽을 수 있는데요. 1월초 샤오미는 가성비에 중점을 둔 레드미를 따로 분리하고 향후 중저가와 고가 라인을 명확히 구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레드미는 저렴한 가격대로 온라인 마켓을 공략할 전망입니다.

사진=샤오미
사진=샤오미

레드미 독립 이후 샤오미가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처음으로 내놓게 될 제품은 샤오미 미9입니다. 2월 20일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요. 지금껏 나왔던 샤오미 제품 중 최고의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고 샤오미는 자부했습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55 프로세서, 후면 트리플 카메라와 워터드롭 노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가격대는 4000만위안(약 66만원)대로 예상됩니다. 앞 세대인 미8 가격이 3000위안을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 상승입니다.

샤오미 내부 소식에 따르면 레이쥔 회장이 미9에 요구한 것이 딱 두 가지라고 하는데요, 탁월한 디자인과 고성능입니다. 고가 브랜드로 이미지를 바꿔 실적 부진을 만회한다는 의도입니다.
고급 브랜드 전략 내세워 반등 노린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지만 고가 제품은 아직 성장 공간이 있다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분석기관인 Canalys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보다 14% 떨어진 반면 고가 제품 출하량은 오히려 10% 상승했습니다.

샤오미 내부에서도 고착화된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제품 라인 변경과 장기 수익모델 모색 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샤오미는 2018년 출하량 1억 대를 달성한 뒤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제품 정돈에 들어갔는데요. 핵심은 기술력에 바탕을 둔 고급 브랜드화입니다. 미 9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제품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입니다.

사진=손후닷컴
사진=손후닷컴

특히 올해 본격적으로 출시될 5G 스마트폰이나 폴더블폰 등 고급 제품에 대한 경쟁사 간 경쟁이 예고되면서 샤오미도 보폭을 빨리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만으로는 올해 성장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져 승패를 알 수 없게 된 만큼 스마트폰 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샤오미가 내세운 대안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AIoT’입니다.
‘All in AIoT’ 전략, 5년간 100억위안 투입
AIoT는 사물인터넷 기술에 인공지능을 더한 것으로 단순히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그 기능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사진=커커289닷컴
사진=커커289닷컴

샤오미는 중국 IT 기업 중 AIoT 분야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레이쥔 회장은 1월 11일 열린 샤오미 총회에서 향후 5년간 AIoT에 100억위안(약 1조6616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며 시장 선점에 나섰습니다. 2018년 11월 기준 샤오미의 IoT 설비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제외하면 1억3200만대에 이릅니다. 전 세계 시장의 1.9%를 차지하고 있죠. 샤오미는 이 분야에서 ‘All in AIoT’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모든 가구나 설비를 서로 연결하고, 음성만으로 작동하게끔 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렇듯 샤오미는 고가 스마트폰과 AIoT를 중심으로 업무를 재편성했는데요.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미지수입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내수 소홀’ 잘못된 전략…폐쇄형 생태계도 발목 잡는다
일각에서는 샤오미가 해외 시장에 집중하느라 내수를 소홀히 한 사이 비보나 오포 등 경쟁사에게 밀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시장 탈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중국 매체 매일경제신문은 “수년간 샤오미는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데 주력했다”며 “그러는 사이 저가 브랜드였던 비보, 오포와 스마트폰 실적이 부진했던 화웨이가 샤오미를 밀어내고 내수 시장을 점령했다”고 전했습니다. 2014년만 해도 중국시장 점유율 1위였던 샤오미가 해외로 눈을 돌린 사이 경쟁사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만 것이죠.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샤오미가 공을 들였던 인도시장마저 매출 증가율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2017년 샤오미의 인도 매출은 838억루피(약 1조3266억원)로 전년 대비 696% 상승했지만 2018년 성장률은 174%로 4분의 1가량 급감했습니다. 내년에도 이러한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샤오미의 스마트폰 사업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사진=샤오미
사진=샤오미

AIoT 분야도 샤오미의 도전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IoT와 AIoT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언제 성숙기에 이를지 알 수 없습니다. 당장은 손실을 보더라도 많은 비용과 노력을 꾸준히 투입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인 것이죠. 샤오미가 이를 견딜만한 여력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샤오미의 폐쇄적인 스마트 생태계도 성장을 가로막습니다. 샤오미가 지원하는 IoT 연결 기기는 자사와 생태계 파트너사 제품이 대부분인데요. 이렇게 되면 서비스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한 1억3200만대라는 수치도 스마트TV, 무선공유기, 스마트워치, 카메라 등 샤오미 생태계의 주력 제품군에서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출시된 지 오래됐고, 신제품 개발과 출시 속도는 더뎌 미래 성장을 견인하기엔 역부족합니다. 게다가 에어컨, 세탁기 등 비주류 제품은 품질이 낮아 혹평이 쏟아지고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샤오미의 고가폰+AIoT 전략이 성과를 거둘지 대해 회의적입니다.

사진=ebrun
사진=ebrun

2018년 2월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 연례회의에서 “10분기 안에 중국 스마트폰 업계 1위를 탈환하겠다”고 공약한 뒤 1년이 흘렀습니다. 이 공약을 지켜질지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남은 기간 샤오미가 가야할 길이 순탄치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권선아 기자 sunak@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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