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생일'스틸 컷(NEW 제공)
사진='생일'스틸 컷(NEW 제공)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세월호 사건을 다룬 영화 '생일'이 18일 첫 선을 보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2014년 4월 그날을 기억할 것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민감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영화 '생일'은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지만 누구에게나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주제로 다가올 것이다.

그날의 사고가 있은 후, 단란했던 가족은 산산조각 난다. 수호(윤찬영 분)가 세상을 떠난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엄마 순남(전도연 분)은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언제라도 돌아올 것마냥, 아들 방을 정리하고 계절별로 옷을 사고 걸어둔다.

아빠 정일(설경구 분)은 수호가 사고를 당할 때,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해외에서 근무하던 중, 일련의 사건으로 감옥에 수감된 탓이다. 정일은 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가족에게 돌아가지만 마음을 돌린 아내 순남과 어색해하는 딸 예솔(김보민 분)과의 관계는 쉽지 않다.

여전히 해맑은 수호의 동생 예솔이는 오빠의 빈자리를 씩씩하게 극복하고 있다. 이렇게 3명의 가족이 남게 되었다.

사진='생일' 캐릭터 포스터(NEW 제공)
사진='생일' 캐릭터 포스터(NEW 제공)

아빠 정일은 수호와의 기억을 되짚는 동시에 순남과 예솔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자 곧 잘 따르는 딸 예솔과는 달리, 아내 순남과는 좀처럼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순남은 힘들 때, 같이 있어주지 못한 정일에 대한 원망으로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한다.

다른 유가족들은 아이들 생일 때마다 서로 모여서 위로하고 기리는 시간을 가진다. 이에 아빠 정일도 수호의 생일을 사람들과 함께 하지만 엄마 순남은 완강히 거부한다. 계속된 아빠 정일의 노력에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 순남도 수호를 위한 일이라는 결심을 하고 그렇게 가족은 생일에 다 함께 수호를 만나러 간다.

영화는 세월호 사건을 말하기 이전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보여주는 가족 영화의 룰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종언 감독은 ‘자의적 해석을 하기 보다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실적으로 연출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는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날의 사건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여느 다른 감정에 호소하는 영화들과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 사실적인 묘사라기보다는 사건을 극화시키면서 많은 부분 각색이 들어갔고 결국은 자의적 해석이 어느 정도 가미됐다. 대중들을 의식한 다소간의 '신파'로 몰고 가는 느낌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사진='생일' 스틸컷(NEW 제공)
사진='생일' 스틸컷(NEW 제공)

'생일'은 주제나 연출보다는 설경구-전도연 두 배우와 예솔 역의 아역배우 김보민의 연기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부분의 30분에 가까운 ‘롱테이크 신’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연출하기 힘들었음이 분명하다. 밋밋하고 어중간한 초·중반을 버티다 마지막 한 장면에서 모든 힘을 쏟아낸 느낌이다.

문제는 기승전결을 갖춘 짜임새 있는 구성이나 뛰어난 연출력 혹은 탄탄한 각본에서 나온 힘이 아니라 배우들의 개인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해다는 것이다. 영화 자체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대단한 메시지를 담은 것은 없다. 자칫하면 아픈 기억만 되새김질하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시종일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로 감정의 높낮이 변화가 심한 순남 역의 전도연과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다가 한 번에 극으로 치닫는 폭발력을 보여준 설경구 두 배우의 열연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가지고 가야하는 힘이 부족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대중들에게는 좋은 평을 받을지도 모른다. 눈물샘을 자극하며, 익숙한 소재와 가족애 등으로 작품을 버무렸다. 그러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식상함과 장르적인 특성을 제외하고라도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 느슨한 전개와 연출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가 반드시 특색이 있고 강한 인상을 줘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대중이 숙연해질수밖에 없는 소재로 접근해 무임승차식으로 얹혀가는 것도 그다지 매력적일 수는 없다.

'생일'은 관객에 따라서 받아들여지는 정도의 크기가 무척 다를 것이다. 가족상실에 대한 아픔의 극복, 사회적 책임의 통감, 유가족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2차적 피해 등을 다루었지만, 영화적 요소만 따로 짚어 봤을 때는 고개가 갸웃거려지기 때문이다. 이왕 상업영화로 만들었다면, 소재와 배우들의 연기 외에 다른 요소도 상업영화다워야 하지 않을까. 물론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봉 후 관객들 개개인의 몫이다.

영화 '생일'은 세월호 5주기를 앞둔,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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