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이스' 포스터 (콘텐츠 판다 제공)
영화 '바이스' 포스터 (콘텐츠 판다 제공)

지난 2008년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뤘던 영화 '빅쇼트'의 아담 맥케이 감독과 크리스찬 베일이 영화 '바이스'로 다시 뭉쳤다. '빅쇼트'가 미국 금융 시장의 버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묘사했다면. '바이스'는 조지 W. 부시 정권의 실세였던 전 미국 부통령 딕 체니의 행적을 통해 미국 정치의 도덕적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딕 체니(크리스찬 베일 분)는 아내 린(에이미 아담스 분)의 도움으로 예일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지만 술과 싸움을 일삼는 불성실한 태도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채 중퇴한다. 뚜렷한 직업 없이 고향인 와이오밍 주에서 지내던 체니는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아내 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계로 진출한다.

딕 체니는 도널드 럼스펠드(스티브 카렐 분)의 보좌관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타고난 정치가였을까? 그는 빠르게 적응하며 두각을 나타낸다. 백악관 최연소 수석보좌관, 와이오밍 주 5선 하원 의원, 국방부 장관까지 승승장구 한다.

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 전성기를 누리던 그는 동성애자인 둘째 딸 메리의 보호를 위해, 잠시 정계를 떠나 미국 석유 시추회사 홀리버튼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지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지 W. 부시(샘 록웰 분)의 러닝메이트 제안을 수락하고 결국 대선에 승리하면서 부통령의 자리에 오른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된, 딕 체니는 자신의 측근들로 진영을 구축하고 인정사정없는 강경한 정책을 펼친다. 특히, 9·11 테러로 야기된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을 앞세워 UN에서 연설하게 하며 지지를 받는 등 이라크전 배후에는 딕 체니가 있었다.

경제정책도 부자 세금 감면, 대기업 규제를 폐지하는 등 기득권층에 유리한 정책을 펼친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영화 후반부에 딕 체니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장면이 나온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 비난하는 이들을 대변하는 질문에 그는 “당신들이 나를 선택했고 나는 당신들이 하라는 것을 했을 뿐이다.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을 것이고 할 필요도 없다.” 또한, “내가 실행한 것들로 인해, 당신들의 가족이 편히 잘 수 있었다.”며 완강한 입장을 표명한다.

영화 '바이스' 보도스틸 (콘텐츠 판다 제공)
영화 '바이스' 보도스틸 (콘텐츠 판다 제공)

세계 최고 강대국 미국의 백악관을 ‘딕 체니’라는 인물만을 가지고 쉽게 논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그가 부통령으로 부임했던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은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미국을 거세게 비난했다. 주된 이유는 대량 살상이 발생한 이라크 전쟁 때문이었고 그것을 주도한 이가 바로 딕 체니다.

딕 체니를 두고 ‘역대 미국 부통령 중에 가장 막강한 권력을 지닌 부통령이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는 잘 보여준다. 실제로도 막강했고 거침없던 그에 대한 평가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아담 맥케이 감독은 '빅쇼트'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비판적인 시각을 정치판으로 옮겨왔다. 적절한 묘사와 중간에 엔딩 크레딧을 삽입하는 연출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딕 체니로 분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도 일품이다. 고무줄 몸무게의 대명사인 그는 이번에도 30kg 가까운 증량과 매번 5시간이 넘는 특수 분장으로 딕 체니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연해냈다. (올해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대사를 읊는 목소리의 톤과 발음에서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딕 체니라는 인물을 통해, 미국의 부시 정부를 풍자하고 그가 바꾼 글로벌한 역사의 변곡점을 추적하는 영화 '바이스'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을 알려주고 역사를 재조명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4월 11일 개봉. 134분. 15세 관람가.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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