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디를 가나 CCTV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통계(2010년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은 하루 평균 83.1회, 이동 중에는 9초에 한번씩 CCTV에 찍힌다고 한다. 또 대부분의 아파트는 지하에 주차장이 있고 지하주차장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CCTV와 지하주차장을 배경으로 한 현실 공포 스릴러 영화 '왓칭'이 10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 '왓칭' 티저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왓칭' 티저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왓칭'(김성기 감독, 스토리공감 제작)은 한 회사 건물이 지하주차장을 배경으로 광적인 스토커 기질을 보이는 건물 경비원 준호(이학주 분)와 그로부터 납치당한 뒤,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영우(강예원 분)의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다.

사이코패스가 여성을 스토킹하는 설정은 다른 스릴러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대신, '왓칭'은 영화의 공간적인 배경과 등장하는 캐릭터로 차별화를 꾀했다.

아파트나 회사에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지하주차장과 CCTV가 범죄에 악용되면서 현실감 가득한 공포를 선사한다. 보통 납치·스토킹 등을 주제로 하는 스릴러 영화는 외딴 곳이나 폐쇄된 장소가 배경이다. 관객들이 시각적인 공포와 긴장을 더 느끼게 하려는 의도다.

반면, '왓칭'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열린 공간에서 모든 일이 벌어진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안심하는 공간 즉, 경계심이 없는 공간에서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 인위적인 공간에서 무서움을 주기 위해 여러 도구를 선택하기 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면을 강조하여 보는 이들이 극중 인물들에 감정이입 하고, 실제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에 더해,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영화 '왓칭' 캐릭터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왓칭' 캐릭터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제공)

데뷔 19년차 연기 경력의 강예원은 붉은색 드레스 차림으로 지하주차장을 맨발로 뛰어다니는가 하면, 강렬한 육탄전도 마다하지 않는 강단 있는 캐릭터 영우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정통 여성 액션 영화 '악녀', '마녀'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온 몸을 던진 액션과 혼신을 다한 감정연기로 스릴러 퀸의 귀환을 알렸다.

지난 2006년, 영화 ‘날 보러 와요’에 강예원과 함께 출연했던 이학주는 '왓칭'에서는 보다 비중 있는 캐릭터로 강예원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영우에 대한 일방적인 집착과 광기를 보이는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의 표정 연기를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동안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상반된 캐릭터를 맡으며 한층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영화 ‘왓칭’은 전에 없던 공포 스릴러 장르를 개척했다.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라기 보다는 위기탈출을 위한 주인공의 처절한 좌충우돌 탈출기를 일상에 밀접한 장소에서 그려내며,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님에도 중간 중간 유쾌함이 섞여있다. 일반인 주인공이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서 슈퍼히어로나 스파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 보여주며, 아이러니한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일상에서의 공포, 영화적 스릴, 그리고 메시지를 향해 달려가는 영화 '왓칭'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97분. 15세관람가.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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