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희 전 나비뷰티 대표
윤서희 전 나비뷰티 대표

중견기업 브랜드의 초저가 행진, 이름 모를 브랜드의 프리미엄 가격대

해외 화장품 전시회나 해외여행길에 오를 때면 습관적으로 트랜드 와 시장조사를 위해 면세점부터 현지 화장품 전문 편집 샵까지 다양한 전문매장 들을 둘러보곤 한다. 유행과 계절의 변화, 새로운 제품의 탄생 등을 제일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다양한 마케팅 리포트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현장 형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면세점은 그야말로 유명브랜드들의 각축전장이라 글로벌 브랜드들의 제품 동향과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가격은 역시 꼭 필요한 아이템만 고를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라 눈으로만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해외 현지의 대표적인 편집 샵 매장들은 최근 몇 년간 화장품 유통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은 명성에 걸 맞는 다양한 제품을 운이 좋으면 획기적 프로모션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시각 뿐만이 아니라 후각과 촉감까지 경험해 볼 수 있어 좋다.

홍콩의 화장품 편집샵 매장 거리
홍콩의 화장품 편집샵 매장 거리

여전히 해외 현지 화장품 전문매장에는 다양한 K-Beauty 제품들이 즐비하고, 가장 입지가 좋은 위치에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대기업과 중견 브랜드들의 입지는 굳건 했으며, 한국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수많은 대한민국 브랜드 들도 각각의 카테고리 별로 엄청나게 다양하게 입점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6개월간 동남아 시장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이전과의 특이점이 있었다.

첫번째는 이상한 가격이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고 대표적 브랜드로서 자리잡은 중견기업의 브랜드 제품들이, 해외 현지에서도 국내 오픈마켓 최저가 수준의 가격대로 매장의 입구에 자리잡고 엄청나게 자극적인 마케팅 메시지와 함께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었기에 필자도 순간 이것이 한국의 온라인 마켓인지 통관과 해외 물류를 정식으로 거친 해외 오프라인 마켓 가격인지 헷갈릴 정도로 매력적인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 시장에 이런 브랜드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알 수 없는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들이, 어떤 경쟁력을 가진 제품인지, 포장재에 표시된 성분과 마케팅 문구 만으로는 도저히 차별성을 알 수 없는 제품들이 유명한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진열 트레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콩의 화장품 편집샵 매장 거리
홍콩의 화장품 편집샵 매장 거리

브랜딩과 마케팅을 위한 충분한 자금, 사람과 시간의 여력을 가지고 투자하는 대기업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꽤 큰 중견기업 브랜드들은 재고관리, 브랜드관리, 시장관리 등 다양한 목적에 최적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한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대다수의 작은 브랜드 회사들은 해외 현지 유통채널의 마케팅에 의존하며, 중간 총판이나 유통상들에게 가격 경쟁에 휘둘리며, 제품 자체의 차별화 밖에 집중 할 수 없는 신규 인디, 니체 브랜드들은 여전히 시장의 변화에 탄력적 대응이 어려운 현실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국내 신생 혹은 소규모 브랜드의 해외수출은 여전히 수 많은 오프라인 기반의 중간 상인들의 영업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보니 가격을 조율할 수 있는 범위가 크지 않고 이미 여러 단계의 유통 중간 채널들의 중간 핸들링 마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브랜드 파워가 약한 제품 임에도 가격 경쟁력의 우위를 가져갈 수 없게 되는 현실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고도 브랜딩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검증하기 어려운 해외 현지의 중간 유통상 들에게만 의존해야 하고, 그렇다 보니 차별화된 마케팅 컨텐츠나 전략 없이 막연하게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통의 J-Beauty 강자들 (사진=SK-II)
전통의 J-Beauty 강자들 (사진=SK-II)

K-Beauty 자리를 상당부분 차지한 J-Beauty

두번째는, 일본이 변했다. 일본은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인정 받아온 화장품 강국이며, 여전히 너무나 부러운 글로벌 브랜드 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한류를 기반으로 K-Beauty 신드롬을 일으킬 때에도 묵묵히 인기몰이를 하던 전통적 화장품 강국이었던 일본이, 동남아 시장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저가인 Mass 타겟 제품 카테고리로 인기몰이를 하며 변모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초, 색조를 가리지 않고, 편집샵에 양적인 증가가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10대, 20-30대 다양한 취향의 젊은 소비층을 위한 제품들이 일본어를 1도 모르는 필자는 도저히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현란한 문구와 약간은 촌스럽게도 느껴지는 패키징으로 눈에 띄는 좋은 위치에 즐비 되어 있어 쉽게 제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K-Beauty로 가득 채워 졌었던 위치들이 조금씩 조금씩 일본 제품들에게 밀려 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지만, 제품의 세부 내용을 확인한 순간, 앗! 이건 Made in Korea!!!

화장품 제조 기술을 일본에서 배워 기술의 발전을 이루던 화장품 제조기술이 발전하여, 이제는 일본이 그들의 브랜드 생산을 한국에 의뢰 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뿌듯하기로 하고 왠지 모를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예전 OEM, ODM 직장에서도 해외 글로벌 브랜드들의 생산은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으나 왠지 일본 고객 확보는 다른 국가 고객 보다는 조금 더 까다롭게 느껴졌던 기억 때문인지, 이러한 변화가 대한민국 화장품 제조 기술의 발전을 말해 주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제조기술은 한국이라는 공통 분모를 공유하게 되면, 앞으로는 정말 브랜딩과 마케팅 차별화가 중요해 지는데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브랜딩에는 취약한 우리나라의 브랜드 회사들이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홍콩의 화장품 편집샵 매장 거리
홍콩의 화장품 편집샵 매장 거리

J-Beauty와 C-Beauty 쓰나미 속의 K-Beauty 의 방향성

세번째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China-Beauty, Thailand-Beauty, Japan-Beauty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의 약진이다. 앞에서 언급한 일본은 화장품 업계에서는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브랜드와 끈기, 기술력의 전통강국이었다면,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등의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적자원과 낮은 인건비, 저렴한 물가 등의 강점과 우리나라 대기업, ODM 기업들의 해외 진출로 기술력의 향상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전통적 강국인 일본은 이제 K-Beauty 못지 않은 다양성을 갖추며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고,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가성비를 내세워 동일 문화권의 합리적 소비자를 유혹하는 움직임 또한 간과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화장품이라는 것은 소비재이면서도 그 가치 이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심리적 힐링을 주는 제품이기 때문에 가성비만으로는 소비를 유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이성과 감성의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 지난 10년간 K-Beauty의 가치와 위상을 만들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K-Beauty는 Cosmetic Technology의 선두주자로서의 인식을 제품의 차별화를 통해 고도화 함으로서, 품질력 향상, 신제형 개발, 트랜드 선도 등 다양한 연구, 생산 기술과 제품으로 전세계 소비자의 관심을 K-Life의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늘 숨쉬고 변하고 소비자의 트랜드를 쫓아 움직인다. 늘 변화에 민감하고, 그 변화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면 바로 위기감이 팽배해진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가 최근 언론에서 접할 수 있는 메시지들- “K-Beauty 전성시대는 갔다”, “K-Beauty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 “K-Beauty만 모르는 진실” 등 에서도 느낄 수 있듯, 시장은 수 많은 경각심을 일으키는 문구로 새로운 변화로 차별화 할 것을 채찍질 하고 있다.

차별화라는 것은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더 잘 함으로서 자연스럽게 남들과 달라지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K-Beauty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Technology(기술), Quality(품질), Cost-Effective(가성비), Trendy(트렌디) , 우리가 K-Beauty를 떠올릴 때마다 언급하는 특징들, 그 기본에 충실하며, 이제 브랜드가 가지는 철학과 스토리를 담아, K-Beauty가 가지는 이미지를 더 견고히 했으면 좋겠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쉽게 놓치기 쉬운 것들을 관리하고,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컨텐츠로 소비자의 마음을 열어,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소비자들 대상으로 견고한 K-Beauty의 가치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국가들과의 분명한 다름이 대한민국 K-Beauty에는 있다. 혁신적인 기술과 수준 있는 제조기술기반위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열정, 일상에 묻어나는 자연스런 표현력으로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SNS 마케터들, 참신한 소재와 기획으로 매일 세상에 태어나고 있는 매력적인 브랜드들. 이러한 경쟁력들이 시장을 성장 시키고, K-Beauty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동인이 될 것이다. 이렇게 내수시장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가치들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전략과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K-Beauty의 가치를 차별화 할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윤서희 전 나비뷰티 대표는, ICT 글로벌 세일즈, 마케터와 화장품 ODM 글로벌사 특이한 이력을 바탕으로 K-Beauty와 ICT의 융합비지니스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Beauty를 넘어선 K-Life를 리딩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을 통해 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미 우리 생활의 깊숙히 자리 잡은 모바일 환경에서 이루어 질 수 있는 수 많은 마법 가운데 뷰티를 통한 새로운 마법이 시작될 시간을 꿈꾼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