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사진=KBS

2일 오후 방송되는 KBS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보약이 따로 없네! - 봄김치 편이 전파를 탄다.

■ 향긋한 흰민들레와 보석 같은 천연 조미료로 무쳐낸 봄 - 정읍의 흰민들레김치

포근한 봄 햇볕에 완연하게 피어 얼굴을 뽐내는 꽃들. 오혜숙(58), 홍금식(63) 부부는 꽃밭에서 흰민들레를 뜯는 일에 한창이다. 흰민들레는 예전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토종 꽃으로 아삭한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약초인지라 혜숙씨는 이맘때가 되면 꼭 무쳐 먹곤 한단다. 흰민들레에 머위, 부추를 뜯어 넣고 직접 만든 산야초효소를 더해 후다닥 무쳐낸 흰민들레벼락지를 먹으면 그제야 제대로 봄을 맛보는 것 같다고. 앞뜰에서 뜯은 토종 뒤안마늘에 담백한 가자미 액젓을 넣고 무쳐낸 뒤안마늘김치, 상큼한 앵두식초와 코가 뻥 뚫리는 갓 씨앗을 넣어 만든 새콤한 콩나물잡채 또한 혜숙씨 부부가 즐겨 먹는 봄김치란다. 여기에 빻아 넣는 보석모양의 소금 덩어리는 34년이 된 씨간장 항아리 밑바닥에 생긴 귀중한 소금으로 혜숙씨가 애지중지하는 천연 조미료라고. 장독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정겨운 풍경, 그 속속들이 숨겨져 있는 혜숙씨의 보물, 천연 조미료를 더한 혜숙씨 부부의 향긋한 봄김치 밥상을 만나러 간다.

■ 코끝이 찡, 눈 번쩍 뜨이는 토종 갓의 알싸한 맛! - 무안 홍갓김치 밥상

시원하게 펼쳐진 함평만을 끼고 있는 전라남도 무안. 청갓에 비해 붉은빛을 띠는 홍갓은 과거 무안지역에서 많이 재배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재배하는 곳이 많지 않아 잊혀가지만, 다른 갓에 비해 특유의 톡 쏘는 향이 강해 홍갓을 먹고 자란 사람들은 그 매운맛을 그리워한다고. 김호(76)씨는 이런 홍갓의 맛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그 맛을 지키고자 며느리에게 홍갓김치 담는 법을 전수하려 한단다. 특히 홍갓은 무안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숭어와 궁합이 좋아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 숭어회에 고추냉이 대신 홍갓잎을 싸먹으면 그 맛이 최고라고. 확독에 간 생굴과 풋마늘을 넣은 홍갓김치, 홍갓잎을 넣은 얼큰한 숭어매운탕 등 어렸을 적 친정어머니가 봄이 되면 담아주던 홍갓김치와 숭어요리의 그리운 맛을 재현한다.

■ 입맛 당기는 쌉싸름함에 달콤함을 더하다 - 부여 참죽나무순 김치 밥상

충청남도 부여, 밤나무가 흐드러진 야산. 김석자(57)씨는 양지바른 곳에 하나둘 얼굴을 내민 참죽나무 순을 뜯느라 손이 바쁘다. 이맘때쯤이면 산에 두릅, 엄나무 순 등이 한꺼번에 올라와 마음이 급하다고. 막내인 석자씨를 돕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준 언니들을 위해 석자씨는 예전부터 즐겨 먹었던 참죽나무순 김치를 담는다. 몸에 좋고 귀해 보약나무라고 불리는 참죽나무 순은 특유의 고소한 향과 쌉싸름한 맛이 중독성 있어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봄채소란다. 참죽나무 순에 무말랭이와 건오징어채를 넣고 무쳐낸 참죽나무 순 김치는 숙성될수록 깊은 맛이 난다고. 또 이른 봄 수확을 끝낸 달달한 알밤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쌉싸름한 엉겅퀴를 뜯어 함께 무쳐낸 엉겅퀴알밤깍두기는 입맛 사로잡는 별미음식이란다. 고된 일상을 보내고 맛보는 봄기운이 가득한 밥상, 쌉싸름하지만 꿀처럼 달콤하게 느껴질 시간. 다섯 자매의 봄김치 밥상을 만나러 간다.

■ 천년고찰 각연사, 수행에 지친 스님을 위한 상큼한 물김치 한 그릇! - 과일김치 밥상

충청북도 괴산 각연사. 풍경이 아름다워 천년고찰이라 불리는 이곳을 찾은 표복숙(64)씨는 겨우내 힘겨운 수행에 지친 스님을 위해 기운을 복돋워 줄 봄김치 공양을 준비한다. 각연사 뒷마당, 바위 사이사이 고개를 내민 돌나물은 ‘석상채(石上菜)’라고도 불리며 부드럽게 사각거리는 식감이 좋아 물김치를 담으면 맛이 좋단다. 절에서 저장해두고 먹는 각종 과일에 고춧물과 생강, 연근을 넣어 만드는 과일김치는 과일의 달콤하고 시원함에 생강의 따뜻한 기운이 더해져 봄철 떨어진 기력을 보강해주는 음식이라고. 여기에 각연사 앞마당에 심어진 화살나무 새순으로 만든 홑잎버무리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나는 떡으로 시원한 물김치와는 최고의 궁합이란다. 겨우내 저장해놓은 김장 김치가 떨어지는 김치 춘궁기, 스님들에게 생기를 더해줄 사찰의 봄김치를 찾아간다.

이은수 기자 e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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