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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을 끄는 3두마차-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의 현주소

발행일시 : 2019-05-23 02:00

4차산업혁명은 무엇으로 이뤄지는가. 흔히 반도체를 4차 산업혁명의 두뇌, 디스플레이를 눈, 배터리를 심장으로 비유한다.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스마트그리드, 사물인터넷 같은 핵심기술도 필수요소다. 넥스트데일리는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할 첨단기술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그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진단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정부 도시 교육 건설 제조공장까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뀔 것인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 4차 산업혁명 선도기술(1) 차세대 반도체...사람의 뇌를 닮은 뉴로모픽 아키텍처로 진화한다

4차 산업혁명의 씨앗 산업은 반도체 등 첨단 전자부품이다. 전자부품 산업이 진화해야 4차 산업혁명이 꽃을 피울 수 있다.

4차산업을 끄는 3두마차-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의 현주소

우선 반도체는 미세화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인공지능(AI) 구현을 위한 뇌 모방형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디스플레이는 생산 공정과 재료 혁신으로 휘어지거나(플렉시블), 접히거나(폴더블), 늘어나는(스트래처블) 제품과 함께 완전한 투명 제품이 나오는 쪽으로 연구개발(R&D)이 이뤄져야 한다. 배터리는 저장 밀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 과제다. 한 번 충전으로 수 천 km를 갈 수 있는 전기차, 그리고 이 같은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 배터리 밀도와 안전성 향상은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다. 이외에 전자부품 기초 소재인 나노 기반 재료 분야 혁신, 센서, 커넥터, 모터 등 주변 부품 산업도 발전해야 한다.

지금까지 반도체 발전 방향은 '미세화'였다. 같은 면적 칩에 보다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면 속도는 빨라지고 전력 소모량과 발열은 줄어든다. 반도체 집적도가 매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미세화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하지만 무어의 이론은 한계에 부닥쳤다. 기존 기술로는 회로 선폭을 더 이상 미세화하면 오히려 단가가 올라가는 역전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PC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메인 프로세서는 28나노보다 20나노가, 20나노보다 14나노, 10나노 제품의 초기 생산 원가가 높다. 이제는 새로운 미세화 기술이 필요하다. 이미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 천문학적 국가 자금을 쏟아붓는 중이다. 우리도 10나노 미만 공정까지 끊김없는 미세화를 이루기 위한 생산, 장비, 재료 분야 혁신이 필요하다.

4차산업을 끄는 3두마차-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의 현주소

반도체는 기초 재료인 원형 웨이퍼 원판 위로 각종 증착 재료를 덮고 회로 패턴을 그리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고, 찌꺼기를 세정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 공정 분야 장비, 재료, 각종 부분품 기술 병목이다. 현재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 라인에 도입돼 있는 노광 장비는 빛 파장이 193nm인 불화아르곤(ArF) 엑시머 레이저와 액침(液浸, immersion) 기술을 활용한다. 물리적으로 한 번에 그릴 수 있는 회로 선폭은 38나노에 그친다. 이 때문에 반도체 제조업체는 회로 패턴을 두 번 혹은 세 번에 나눠서 그리는 멀티 패터닝 공정을 활용한다. 이는 공정 횟수 증가를 야기했다. 원가가 올라갔다는 의미다.

asml 홈페이지 <asml 홈페이지>

네덜란드 노광 장비 전문업체 ASML은 빛 파장이 13.5nm로 10나노 이하 패턴을 한 번에 그릴 수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EUV 노광 장비에 맞는 포토레지스트(PR)와 검사 장비, 마스크 보호 펠리클 등 주변 부품과 재료, 인프라 개발도 중요한데, 아직은 일본과 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은 아직이다. PR와 검사 장비는 국내 기술력으로는 어렵다.

증착 재료 분야에서는 캐패시터 혹은 전류를 흘리는 게이트에 쓰이는 신재료 개발이 시급하다. D램 캐패시터는 전하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이 곳 전하 저장 유무로 0과 1을 판단한다. 미세화될수록 캐패시터 간 간섭 현상이나 전류 누설 현상이 심해진다. 이는 게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차세대 증착 재료를 개발해야 한다. D램 캐패시터의 경우 지금은 지르코늄계 재료가 쓰이지만, 차세대로는 지르코늄 외 다양한 물질이 후보군으로 올라와 있다. 이 증착 물질을 원자층 단위로 얹는 원자층증착기(ALD) 기술은 이미 국내 장비 업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회로 선폭 축소를 위한 전통의 장비, 재료, 공정 분야 혁신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반도체 기술로 인공지능(AI) 분야가 빠질 수 없다. 현재 쓰이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로는 기계학습 등 AI를 구현하기 위한 연산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전력 소모량 역시 높다.

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 뇌를 닮은 뉴로모픽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다. 마치 사람 뇌처럼 뉴런(신경세포)을 다량 집적하고 시냅스를 통해 여러 갈래로 연결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구글은 이 같은 구조로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IBM은 트루노스(Truenorth)라는 이름의 칩을 개발하고 고도화 중이다. 구글과 IBM은 클라우드 인프라 상에서 AI 연산을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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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AI 칩 개발 경쟁은 뜨겁다. 미국은 2014년부터 10년간 5조원 예산이 투입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에 앞서 2008년부터는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IBM과 함께 시냅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뇌 모방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13년부터 26개국 135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HBP)를 실시 중이다. 기계학습이 가능한 칩과 컴퓨터 개발에 주력한다. 중국 역시 뇌 연구와 인공지능을 국책 과제로 실시 중이다. 이른바 차이나 브레인 프로젝트로 불린다.

◆ 4차 산업혁명 선도기술(2) 차세대 배터리...스마트폰을 입는 시대 겨냥해 고용량의 플렉시블 형태로 진화

지난해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우리 일상을 바꿀 10대 미래유망기술'의 하나로 '차세대 전지'가 꼽혔다. 차세대 전지는 기존 성능을 개선한 이차전지를 의미한다. 1991년 소니가 리튬이온배터리를 상용화한 이후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MP3 플레이어, 태블릿 등 각종 IT 기기의 등장과 소형화·고용량화가 가능했던 것처럼 향후 자동차와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도 차세대 전지 등장에 따라 이 같은 파괴적 혁신이 가능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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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주자로 시작해 세계 최정상 업체가 된 삼성SDI와 LG화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회를 맞은 동시에 위협도 받고 있다. 중국은 이미 한국을 밀어내고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최대 생산국이 됐다. 중국 내 배터리 생산 업체만 3000군데에 이른다. 컨설팅 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능력은 107.5Gwh로 62% 점유율의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13%(23.0Gwh)에 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더 싸고, 더 오래가고, 더 안전한 배터리 기술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차세대 전지 개발 과제를 충실히 이행해야 현재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를 거쳐 현재 배터리 컨설팅업체 TOP21 대표인 선우준 박사는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짜는 'Back to the R&D'가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시장 수요에 비해 배터리 기술 발전 속도는 더디다. 무거운 무게와 짧은 지속 시간, 비싼 가격, 안전성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면 새로운 소재 기술 개발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리튬이온 배터리 4대 핵심 소재로 꼽히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기술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해 발간한 '4차 산업혁명을 밝힐 리튬이차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차전지 소재 시장점유율은 양극재 9.6%, 음극재 2.3%, 분리막 16.3%, 전해액 10.6%에 불과하다.

리튬이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최근 출력, 안정성, 수명, 가격 등을 개선하기 위해 코발트 함유량을 축소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니켈 비중을 80%까지 높인 NCM811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 양산을 올해 말 시작해 내년 3분기 양산 전기차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화학도 고객사와 협의해 이에 앞서 NCM811 배터리 양산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충전 시 리튬이온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음극재 소재로는 흑연이 주로 쓰인다. 인조흑연 시장은 일본이, 천연흑연 시장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용량을 가진 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음극재가 필요하다. 유력한 후보는 흑연보다 저장용량이 10배 높은 실리콘이다. 충·방전 시 부피가 팽창하는 스웰링 문제가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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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분리막 시장은 현재 아사히카세이, SK이노베이션, 도레이가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습식 분리막 시장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다.

양극과 음극 리튬이온의 전달 매개체로 쓰이는 전해질은 현재 주로 쓰이는 액체전해질보다 안정성을 높인 고체전해질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고체전해질을 사용해 분리막이 필요 없고 발화 위험성도 낮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누가 먼저 상용화 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이차전지 후보군으로는 리튬황전지, 리튬에어전지, 나트륨·마그네슘 이온 전지가 있다. 그러나 기술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우준 박사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소재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 소재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스스로 기술 기반을 갖추기 보다는 개발 주체인 전지 업체로부터 용역을 받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면서 "참신하면서도 가격이 싼 소재 개발과 공급이 가능하려면 소재 업체들이 먼저 대형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치마크 미네랄에 따르면 중국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2016년 16.4Gwh에서 2020년 107.5Gwh로 급증할 전망이다. 중국 CATL은 2020년까지 세계 최대 50Gwh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함께 거대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하면서 2020년 미국의 배터리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3% 수준에서 2020년 38%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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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등 관련 내수 시장 활성화를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2015년 기준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558대로 세계 전기차 판매량 66만대 중 국내 전기차 시장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내년부터 전기차 의무생산제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9개주에서 무공해차량 생산의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 노르웨이, 영국 등이 장기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차량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전기차 확산 정책에 따라 배터리 내수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 체제를 갖추는 것도 하는 것도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데 중요한 과제다. 중국의 경우 리튬, 흑연, 코발트 등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부터 소재, 부품, 배터리, 전기차까지 생태계가 수직계열화돼 있다.

특히 배터리가 다른 전자 산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은 광물 재료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으로 금속 자원을 확보할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국내 배터리 제조사는 원재료 가격 급등에 따른 타격을 받고 있다. 리튬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전기차 시장 개화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SDI가 칠레 리튬 광산 개발에 도전장을 던지는 등 대응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기업의 협업이나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정부의 조정 기능 강화도 과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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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권용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업관리처장은 "투자비가 최소 몇 억달러 들어가는 광산 개발을 어느 한 업체가 홀로 진행하기에는 너무 많은 리스크가 있다"면서 "한국은 세계 굴지의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LG상사·삼성물산 같은 상사 계열사를 두고 있는 만큼 대기업이 중심에 서서 소재 업체들과 실수요자인 자동차 제조사들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산업은 기본적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기반의 제조업 형태로 진화했다. 미래에는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각기 존재하는 반도체 산업처럼 개발과 생산이 분리된 형태로 진화할 조짐도 보인다. 생산 기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스타트업이 기존 제조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혁신 기술을 갖추지 못할 경우 기존 대형 업체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뉴욕주에 위치한 스타트업 베스455테크놀로지는 뉴욕주립대에서 분사한 첫 회사로 전기차와 소비자 기기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밀도를 높이고 충전 속도를 빠르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특허를 확보하고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뉴욕주에너지연구개발국으로부터 140만달러 투자를 받기도 했다.

영국 사우스햄튼대학교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일리카테크놀로지는 IoT80 시대에 대비한 박막 형태 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고체 배터리지만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충전 속도를 6배 빠르게 할 수 있고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는 두 배 높일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초기에 토요타로부터 연구 자금을 지원받았다. 일리카는 TSMC 같은 기존 파운드리 업체를 통해서도 자사의 고체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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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트업 아이오닉 머티리얼즈는 고체 전해질을 활용한 알칼리 폴리머 배터리를 만든다. 총을 쏘거나 못질을 해도 폭발하지 않는 배터리를 홍보하고 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창업자인 빌 조이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300만달러의 연구개발 지원을 받기로 했다.

영국 넥시온은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용 실리콘 음극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다. 탄소계보다 리튬 저장 용량이 10배 이상 큰 실리콘을 활용해 배터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시제품 생산 라인을 가동 중이며 라이센스 제공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있다.

미국에 위치한 24M테크놀로지는 생산 속도를 높이고 가격은 절반으로 낮출 수 있는 반(半)고체 전지를 개발한다. 미국 배터리 제조사 A123 창업자 중 한 명인 옛밍 치앙 MIT대 교수가 창립멤버다. 반고체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스타트업 인수를 통한 기술 확보 움직임도 보인다. 무선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은 지난 2015년 미국의 고체 배터리 스타트업 삭티3(Sakti3)를 인수했다. 자동차 부품·전동공구 업체 보쉬 역시 고체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시오를 인수했다.

한국전지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중기 KIST 박사는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폰이 입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배터리도 이에 맞춰 플렉시블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고용량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패브릭처럼 자르거나 세탁을 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연구개발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선도기술(3) 차세대 디스플레이...AI 콘텐츠와 결합해 삶의 질을 바꾼다

디스플레이는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매개체다. 수집하거나 가공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도 보여준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금까지 단순 데이터 전달을 넘어 실제 자연처럼 생생한 화질을 구현하는 고해상도 기술 경쟁이 중심이었다. 더 높은 몰입감을 원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TV 화면이 점점 커지면서 55인치를 넘어 65·75인치 등으로 초대형 TV 시장이 커졌다.

이제 디스플레이 시장은 고화질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는 딱딱한 직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화면이 동그랗거나 구부릴 수 있는 등 전혀 새로운 폼팩터 경쟁이 치열해졌다.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정보기기 혁신을 이끌기도 한다.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정보기기 혁신을 이끌기도 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176(OLED)가 등장하면서 디스플레이 기술 혁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원형은 물론 구름·나무 등 자유롭게 형태를 만들 수 있는 프리폼,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 사방으로 늘어나 옷이나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스트레처블, 유리처럼 투명하면서 고해상도로 정보를 전달하는 투명 디스플레이275 등은 OLED 등장으로 가능해졌다. 액정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OLED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가 활발하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디바이스와 서비스, 나아가 산업의 탄생을 유발한다. 디스플레이는 이런 변화를 이끄는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다.

출처=BBC <출처=BBC>

예를 들어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는 여러번 구부려도 강도와 안정성이 높은 디스플레이 기술이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자동차나 건물의 유리를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새로운 수요처를 창출할 수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생산 체계에 접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LCD → 리지드 OLED176 → 플렉시블 OLED로 발전하면서 기술 난도가 점점 높아져 개발과 생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공지능(AI)을 각 공정에 도입하면 생산하기 전에 수율을 예측하거나 실패 요인을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궁극으로는 신기술과 신제품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고 단기에 수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4차 산업혁명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생산 단계에서 AI, 빅데이터78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세부 실행 전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주요 기술이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만큼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각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이를 도입하고 활용할지 고민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은 "AI 기술은 더 다양한 공간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디스플레이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연구개발(R&D) 단계에서 훨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디스플레이 분야 기업의 연구개발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만들고 이를 일일이 실험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방식이다. 새로운 재료를 개발할 때 수천 수만가지 조합 사례를 만들고 실험을 거쳐 상위 데이터를 추출한다.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259으로 이 과정을 단축했지만 시뮬레이션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 데이터 추출까지 걸리는 시간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거대한 산에서 금광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4차산업을 끄는 3두마차-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의 현주소

양산 단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은 다품종 소량 생산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윤수영 소장은 "패널 제조사는 양산 최적화 수치를 파악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수많은 데이터를 양산에 접목해 활용할 수 있다면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 미래 사회에 걸맞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실마리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소재 특성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외 기업이 소재를 설계할 때 가상 결과를 도출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상용화했다. 더 발전한 클라우드컴퓨팅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이용하면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소재 개발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소품종 대량 생산하는 디스플레이를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데도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 맞춤형 디바이스와 서비스가 새롭게 탄생하고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서 지금처럼 수십조원의 거액을 투자해 패널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생산 체계는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메이커스 운동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개인과 소규모 기업이 사물인터넷 시대에 맞는 기기를 자유롭게 개발하고 시장에 보급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디스플레이는 일정 규모 시장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제품과 기술이라해도 생산할 수 없다.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를 갖추면 소규모 혁신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고, 여기서 파생된 신기술과 제품이 다시 등장하면서 기술 진화가 빨라질 수 있다. 지금 생산 체계와 완전히 다른 변화와 혁신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런 4차 산업혁명 변화에 얼마나 근접했을까.

산업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이 한국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정책자료에서 주요 산업에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핵심기술을 활용하면 제조, 공정, 원료, 조달, R&D, 물류, 서비스 등 가치사슬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망했다.

세부 산업별로 살펴보면 부품, 정보기술(IT) 등은 이미 타 산업군보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활용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디스플레이 기업은 이미 생산 공정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며, 라인 대부분을 자동화해 운영한다. 하지만 수율을 미리 파악하거나 생산 오류를 예측하는 등 AI와 데이터를 이용한 라인 운용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능형 IT 전반을 활용하는 방안을 아직 살펴보는 수준"이라면서 "빅데이터, IoT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율을 높이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진 경희대 석좌교수는 "이제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패널사 혼자 역량만으로 개발할 수 없을 정도로 소재·장비 기술력이 중요해졌고, 앞으로 중요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장비와 소재 분야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패널사와 긴밀히 연계해서 선제 대응해야만 미래 시장에서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1등 경쟁력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종현 기자 no26766590@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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