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정부 주도로 핀테크 분야 풀뿌리 규제를 걷어내는 작업이 본격화했다. 금융규제에 발이 묶여 시장 진입 자체가 힘든 상황이 지속되자 국회와 정부 부처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며 규제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본격 시행...핀테크 혁신 골목상권 나온다

지난 4월부터 핀테크 기업의 모래놀이터(샌드박스)를 조성할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 시행된 ㅎ후 79억원의 핀테크 지원 예산이 확보되었다.

블록체인, AI(인공지능), 마이데이터 등 금융 인프라를 송두리째 바꿀 미래 기술을 마음껏 확장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는 셈이다.

특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제도 운영으로 수많은 핀테크 기반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규제 특례 존이 생기는 것이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각종 인허가와 영업행위 등에 규제가 면제된다.

혁신금융사업자가 테스트를 거쳐 인허가를 완료하면 이후 최대 2년간 배타적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다른 사업자가 2년간은 동일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도록 했다.

중소기업의 혁신 골목상권을 정부가 보호해주기 위한 조치다. 확보된 79억원의 예산 중 40억원은 핀테크업체의 서비스 테스트를 보조하는데 쓰인다. 업무공간 제공, 컨설팅 등에도 19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금융 분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본격 시행될 경우 기업과 소비자, 규제당국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윈윈효과가 기대된다.

기업은 유연한 규제 적용으로 기술 혁신과 혁신 창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소비자는 새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이 확대되고, 정부는 실증 테스트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규제를 정비할 수 있다.

기존과 다른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기존 금융회사 변화를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이 기대된다.

각종 핀테크 육성 방안이 추진되면 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시장참가자도 덩달아 늘어난다. 시장 집중도는 완화되고 이는 금융산업 효율성 제고로 이어진다.

현장 풀뿌리 규제를 모두 걷어내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규제혁신 테스크포스 5개 분과를 만들어 운영에 돌입했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 접수 약 200건을 해소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 금융회사, 공공기관도 일제히 모래놀이터로

시행 시기가 늦춰진 만큼 금융위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 조기 정착을 위한 사전 작업에 이미 들어갔다. 제도 시행일인 4월 1일 이전부터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을 미리 접수하고 있다.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회사 뿐만 아니라 전자금융업자도 혁신금융서비스를 개시하고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기존 금융회사 외에도 금융업을 영위하는 공사와 기금, 금융관련법령에 따라 설립된 협회, 금융위 설립허가 비영리법인에까지 샌드박스 문을 열었다.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등도 신사업을 개시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일부 기관은 이미 혁신금융서비스 추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투자협회는 앞서 개발한 금융투자업권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디지털ID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코스콤은 로보어드바이저(RA) 테스트베드를 기반으로 한 신규 사업 개시를 저울질하고 있는 단계다.

한 금융 유관기관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의 범위가 워낙 넓은 만큼 기관 단위에서 신규 추진할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이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취합할 수 있는 정보가 방대하고 추가 서비스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새롭게 등장할 혁신금융서비스는 금융위가 앞서 개시한 지정대리인 제도를 비춰볼 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금융에 결합한 서비스가 될 공산이 크다.

AI 예측모형을 기반으로 한 개인신용대출에 대한 평가 점수 산정부터 빌라 등 비정형 부동산에 대한 시세와 담보 가치 산정, 고령견 펫보험 등 틈새분야에 대한 맞춤형 상품 개발까지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기술, 금융, 법률, 소비자보호 분야의 전문가 등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혁신금융심사위원회에서 △서비스 혁신성 △소비자 편익 △금융소비자 보호방안의 충분성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 심사하는 만큼 특정 영역에 국한됐던 지정대리인보다 파괴력과 안정성은 더욱 클 전망이다.

핀테크 기업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간 활성화되지 못했던 핀테크 분야 벤처투자도 활발해 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금융 분야 규제샌드 박스를 선제 도입한 영국은 1체 테스트 대상 가운데 40% 이상이 테스트 기간 중 혹은 종료 이후에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과 함께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인수합병(M&A)을 가능하도록 조치해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간 협업이 원활하도록 했다.

여기에 인수 대상 핀테크 업종을 확대했다. 단순히 은행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전산업체뿐 아니라 금융데이터 분석과 금융 소프트웨어(SW) 개발, 금융 플랫폼 업체 등을 다양하게 인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금융회사도 기술혁신을 통한 핀테크를 추진 중이나 금융회사 내부 운용에는 한계가 있다”며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인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적 기반도 확립한다. 전자금융거래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등 금융관련 법령에 핀테크 기업의 개념을 명확히 하도록 했다. 핀테크 전문 통계 분류체계도 개발해 체계적인 산업 관리와 정책개발에 활용한다.

핀테크지원센터의 조직과 기능도 크게 확대해 혁신금융서비스 등장을 지원한다. 핀테크 기업에게 멘토링 프로그램, 펀딩을 연계하고 교육 훈련 프로그램 등을 중점제공하는 영국의 레벨39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 시행 즉시 심의위원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1월말부터 사전신청 접수〃협의, 2~3월 중 예비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마이데이터 도입, 제3~4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꿈틀대는 혁신금융

2019년에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뿐만 아니라 신용정보법, 인터넷전문은행법 등 금융시장을 완전히 뒤바꿀 혁신 입법이 줄지어 있다. 특히 신용정보법 개정에 따른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은 금융 분야 규제 샌드박스와 결합시 더 큰 폭발력을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1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에는 빅데이터 활용·분석을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MyData), 전문개인신용평가업 및 개인사업자신용평가업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통계작성과, 연구, 공익 기록 보존 등을 위한 가명정보 활용이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이용 가능해진다. 당장은 여신심사 등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마이데이터 산업이 발전을 이룬 이후에는 은행, 카드, 보험, 금융투자 등 금융업권 별로 추가 데이터 혁신까지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개인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과 더불어 정보통신(IT), 위치정보, 보건의료 등 여타 산업 분야와의 융합도 기대할 수 있다.

본인신용정보관리회사는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신용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대리 행사 등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투자일임업과 투자자문업 등 부수업무까지 확장할 수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별도 인가를 취득하지 않더라도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른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시행은 단순히 개별 법령이 하나 생겼다고 해석하는 것보다는 금융을 토대로 수많은 혁신의 가능성이 생겼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면서 “특히 빅데이터 분석을 가능하도록 한 신용정보법과 결합된다면 폭발력이 어마어마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기존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기업은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뿐만 아니라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으로 금융업에서 영역을 넓힐 전망이다. 또 NICE신용정보, 한국기업데이터 등 신용평가기관도 금융권의 잠재적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도 금융권 혁신을 가져올 혁신 법률 가운데 하나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에 한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4%까지 확보할 수 있는 만큼, IT기업이 주도하는 금융환경 변화도 기대해 볼 대목이다. 17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금융위도 23일 인가심사 설명회를 열어 신규 진입 기업 수요 등을 살필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으로 24시간 공인인증서 없는 거래가 가능해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등장한 것처럼 신규 진입 인터넷은행 역시 혁신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인가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신용카드업 겸영까지 가능하도록 규제를 대폭 풀어준 만큼, 색다른 전략을 갖춘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은 인터넷전문보험사, 인터넷전문증권사의 등장 가능하겠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모든 금융서비스가 하나로 묶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핀테크 기업도 기대가 크다. 규제 완화 법령이 속속 도입되면서 새로운 사업을 개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형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 가능성 역시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핀테크 스타트업 뿐만이 아니라 IT기업 대다수가 금융분야 확장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도로 핀테크기업 인수합병 시장이 열리는 것 역시 기대해 볼만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강수현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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