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리포트] 성장이 멈춘 유통시장, 대형마트도 위험하다

국내 유통업계를 주도해 온 대형마트가 성장동력을 잃고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온라인쇼핑의 급성장과 의무휴업 등 유통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역성장과 수익성 악화라는 걸림돌에 직면한 것이다. 대형마트의 부진이 본격화 된 만큼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발맞춘 전략 수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마트 성수점 전경.
이마트 성수점 전경.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추락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약 80%, 이마트는 20%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의 할인점 매출은 지난해 11조5223억원으로 1.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397억원으로 26.4% 줄었다. 특히 부진했던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53.1%나 감소했다. 지난 12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마트의 기업신용등급을 'Baa2'에서 하향 조정할 것을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은 6조3170억원으로 0.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84억원으로 79% 급감했다. 지난 4분기는 8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롯데쇼핑 측은 “국내 기존점 매출이 감소했고, 최저시급 인상 등의 요인으로 판매관리비가 증가해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백화점 사업이 선방한 것에 비교할 경우 부진은 더욱 도드라진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0.9% 늘어난 3조231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4248억원으로 7.4%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매출은 1조2206억원으로 5.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942억원으로 2.5% 신장하며 무난한 실적을 보였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라 감사보고서 제출 이전에는 별도로 잠정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실적 부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형마트 업계의 실적이 부진하자 전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보다 2.3% 감소했다. 4년 전만 해도 국내 유통업 전체 매출에서 대형마트와 온라인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8.4%, 27.8%로 비슷했지만 지난해 대형마트 비중은 22.0%로 줄어든 반면 온라인은 37.9%까지 늘어나며 격차가 벌어졌다.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에는 '소비 양극화' '온라인 중심 시장 개편' 등 유통업계의 구조적 변화뿐만 아니라 의무휴업 등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인 신선식품 시장마저 이커머스 업체들이 앞다퉈 진출하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판매관리비도 증가한 것이 업황 부진의 이유다. 업황 불황에 입지 규제까지 겹치면서 대형마트들은 신규 출점도 멈췄다. 업계 1·2위 업체인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올해도 출점 계획이 없다.

위기에 몰린 대형마트 업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수익성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롯데쇼핑 측은 올해는 국내 직영 매장을 수익성 중심으로 압축 표준화하고, 스마트스토어를 확대하는 등 디지털·모바일 사업을 강화해 실적을 개선시킬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달까지 금천점, 인천터미널점, 이천점 등 총 3개 매장을 최신 기술이 집약된 미래형 매장인 스마트스토어로 오픈했다. QR코드로 결제에서 배송까지 끝낼 수 있으며 무인 추천 매대와 지능형 쇼케이스, 인공지능 청소 로봇, 무인 계산대로 매장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와함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해외 기존점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의 상품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외형 성장과 동시에 수익성 개선에도 주력하는 가운데 매출액 20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마트는 할인점 경쟁력의 핵심인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상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시적인 행사가 아닌 근본적인 유통구조 혁신으로 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초저가 상품군을 다양하게 확보하기로 했다.

또한 리뉴얼 투자를 통한 기존점 경쟁력을 강화한다. 이마트는 매장 리뉴얼을 통해 고객의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매장을 만들어 고객 집객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영업환경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할인점 본업에 충실한 영업, 온라인 통합 법인 출범 및 비용구조 혁신을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강서 본점
홈플러스 강서 본점

대형마트 3사는 올해 공통적으로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마트는 3월 온라인 통합 법인을 출범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온라인 부문 총 매출 규모를 3조원까지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5월부터 온라인 사업 통합을 선언한 롯데쇼핑도 충원한 400명의 IT 인력을 바탕으로 롯데계열 유통사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홈플러스 역시 다음달 임일순 사장이 직접 나서 중장기 온라인 사업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대형마트 업체들의 온라인 사업 강화 전략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계가 온라인 사업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쿠팡, 마켓컬리 등 기존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관련 시장을 구축해 이들 업체들과 경쟁에서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분석]온라인 쇼핑 높은 성장세…올해 시장규모 134조원 달할 것

대형마트가 부진에 빠진 가운데 온라인 쇼핑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업체가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이커머스 등 온라인몰은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1조8939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대비 22.6% 성장한 수치다. 2001년 3조3000억원에서 성장해온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이커머스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약 20% 성장한 1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체 매출은 대형마트 부문이 1.9%, 온라인이 15.9%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은 편의성 개선 등의 효과로 온라인판매(19.2%)와 온라인판매중개(14.7%) 모두 크게 늘었다.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오프라인 62.1%, 온라인 37.9%로 온라인 비중이 전년대비 2.9%포인트 높아졌다. 온라인판매는 새벽 배송 등의 도입으로 신선식품 배송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식품 부문을 중심으로 모든 상품군 매출이 증가했다. 온라인이 대형마트를 대체하고 있는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위메프의 지난 1월 거래액은 55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43.3% 증가한 수치다. 대형마트 업체들이 고전했던 지난해 4분기에도 매달 40% 이상 성장을 거듭한데 이어 올해 1월에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월 거래액 5000억원을 넘어섰고 이 기간 동안 거래액은 지속 증가, 최대 실적을 매달 경신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내에서도 모바일 쇼핑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마트가 지난해 이마트몰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3년 8.5%에서 2014년 24.6%, 2015년 44%, 2016년 56%, 2017년 63.8%까지 급증했고 지난해 73.9%를 기록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95%에 달하고 모바일에서는 추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 없이 간편 주문이 가능해 온라인쇼핑의 주요 수단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설 이마트몰 마케팅팀장은 “과거보다 기성세대의 모바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온라인쇼핑의 주요 플랫폼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신선식품 등으로 쇼핑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슈분석]온라인 공세에도 대형마트 경쟁력 굳건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생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사업자들의 공세가 거세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장점을 활용할 경우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굳건하다는 것이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일 “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생존전망은 밝다”며 “주력제품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의 현금 창출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쿠팡 등 e커머스 사업자가 대규모 투자를 받은 것을 발판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2조원 가량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마켓컬리, 배민찬, 오아시스 등 신선식품 온라인 회사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특히 매출액 기반 밸류에이션으로 상장을 준비 중인 마켓컬리는 TV광고, 신규 고객 대상 100원 판매 등으로 프로모션으로 고객을 유치 중으로 대형마트의 주요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이들 업체가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자 대형마트 업계도 구색 강화에 나섰다.

대형마트 업체들의 신품 비중은 2010년 52.3%에서 매년 1% 가량 비중이 증가하며 지난해 59.7%에 육박했다. 반면 비식품군의 매출 비중은 2010년 약 47,8%에서 2018년 40.3%로 줄고 있다.

박 연구원은 "1%라는 수치는 이마트 연간 매출액(18년 기존 약 9조원, 전문점 제외) 감안시 1000억원에 달한다"며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변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업체들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현재 쿠팡과 마켓컬리 등 e커머스 사업자의 2017년 영업적자율은 20%가 넘는 반면 이마트의 온라인사업 적자율은 1.3%에 그치고 있는 점도 대형마트 업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박 연구원은 “대형마트에게 온라인 업체의 도전과 규제 강화, 인건비 상승 등은 부담으로 여겨진다”면서도 “온라인사업자들은 아직 투자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수현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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