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맥주 성수기를 앞둔 주류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수입맥주의 빠른 시장 확대, 한정된 시장, 주류 트렌드 변화, 치열한 마케팅 경쟁 등으로 성장한계에 직면하자 이른 마케팅에 돌입한 것이다. 올해 맥주 시장은 신제품 출시, 가격 인상 등이 잇따르며 과거 보다 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테라
하이트진로 테라

최근 업계에 따르면 불황의 늪에 빠진 맥주업계가 반격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변화를 예고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곳은 하이트진로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달 신제품 출시 간담회에서 “'테라' 출시를 통해 어렵고 힘들었던 맥주사업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만큼 신제품 성공을 위해 필사즉생의 각오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테라는 호주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만을 100% 사용하고,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리얼탄산만을 100% 담아 라거 특유의 청량감이 강화되고, 거품이 조밀해 탄산이 오래 유지된다는 강점이 있다. 패키지 역시 그린 컬러를 적용해 청정 이미지를 강조하고 역삼각형의 로고와 토네이도 모양의 양음각 패턴을 적용한 병 디자인으로 차별화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신제품이 기존 맥주와 완전히 차별화된 원료와 공법을 적용해 뛰어난 제품력을 자랑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 두 자릿수 점유율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고품질의 대한민국 대표 맥주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오비맥주 카스
오비맥주 카스

오비맥주는 가격 인상과 신제품 출시로 맞불을 놨다. 오비맥주는 4일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다. 2016년 11월 이후 약 2년5개월 만의 출고가 인상이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147.00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4.9%) 오르게 된다. 브랜드별 세부적인 인상률은 △카스프레시 5.3% △카스레몬 5.0% △카스라이트 4.8% △카스레드 4.9% △프리미어OB 6.4% △카프리 5%다. 카스 브랜드의 평균 인상률은 5%이며 병, 캔, 페트 제품의 인상률은 상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고려할 때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오비 맥주의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이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류 도매상이 시장 1위 제품이 가격을 인상하기 전 물건을 사재기하는 경향이 있어 '신제품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혹이다.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에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현재까지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판매에 박차를 가할 수 있지만 원부자재 값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테라'를 기존 제품과 동일한 출고가 내놓은 마당에 다시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량세 도입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가격을 올리는 것도 부담이다.

버드와이저, 500ml 병맥주
버드와이저, 500ml 병맥주

출고가 인상과 함께 오비맥주는 '카스' 외 글로벌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 500㎖ 병맥주 신제품을 출시하며 유흥용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출시에 유흥용 브랜드를 추가하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오비맥주는 신제품 출시에 앞서 올초 서울 일부 지역에서 미국에서 수입해온 버드와이저 532㎖ 병 제품을 시범 판매했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테스트 판매를 진행한 것이다.

이와함께 오비맥주는 2월 출시한 발포주 '필굿'을 통해 발포주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시원하고 상쾌한 아로마 홉과 감미로운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해 맛의 품격과 깊이를 더했다. 현재 하이트진로가 장악하고 있는 발포주 시장을 필굿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주류는 수입맥주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 '밀러 라이트', '쿠어스 라이트', '블루문' 등 수입맥주를 판매하고 있는 롯데주류는 3월 체코 프리미엄 맥주 '스타로프라멘'을 출시했다.

1869년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출시된 '스타로프라멘'은 북미, 유럽을 포함해 세계 37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맥주 양조 전문가 '브루마스터'가 직접 선별한 고품질 '사츠' 홉을 사용해 맛과 향이 풍부하고 싱그러운 허브향과 맥아의 진하고 쌉싸름한 맛이 조화롭게 담겨 있다.

롯데주류, 체코 프리미엄 맥주 스타로프라멘
롯데주류, 체코 프리미엄 맥주 스타로프라멘

수입맥주도 대응에 나섰다. 맥주 칭따오에서는 생맥주 맛을 살린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생)'을 새롭게 선보였다. 500㎖ 캔과 640㎖ 병 두 가지로 출시됐으며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생)은 부드럽고 신선한 생맥주 그대로 병입한 제품이다. 차별화된 맛의 비결은 맥주의 일반적인 제조 방식과 달리 '비열처리'로 본연의 맛은 살리고, '멤브레인 여과' 기술로 불순물을 제거해 갓 생산된 맥주의 신선함과 부드러움을 보존한 데 있다.

하이네켄을 수입하고 있는 하이네켄 코리아는 4월 애플사이다 '애플폭스'를 출시한다. 애플사이더는 사과를 발효해 만든 1~5%의 알코올을 함유한 과실주지만 도수와 음용법 등이 맥주와 유사한 제품이다. 현재 애플사이더 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써머스비'가 판매되고 있어 관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맥주 시장은 대학 개강과 야외활동이 본격화되는 2분기부터 여름까지를 성수기로 분류한다”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슈분석]주세법 개정이슈…'종가세->종량세' 전환 가시권

50여년간 유지되던 주세법 개정이 가시화되며 주류업계가 큰 변곡점을 맞이할 예정이다. 특히 수입 맥주 인기에 밀려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국산 맥주의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제367회 국회(임시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질의한 '주세법 4월 개정 여부'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라 답변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종량세로의 주세법 개정에 대해 국내 맥주 업계는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3일 밝혔다.

지난달 8일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진행한 '종량세 개정 관련 맥주·기타주류 워킹그룹 회의'에서 국내 주요 맥주사, 수제맥주업계는 물론 일부 수입맥주 업체까지 종량세 도입에 찬성했다. 미국 뉴욕 판매 1위 수제맥주사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종량세 전환 시 한국에서 맥주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에 대한 과세표준이 다른 현행 종가세로 인해 국내 맥주 산업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수입맥주가 주세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국내 맥주 시장을 장악하면서 수입맥주 점유율은 2012년 대비 2017년 출고량 기준 약 4.3배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요 대기업 맥주공장 가동률은 30% 대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산업 공동화로 인해 2017년 기준 6년간 약 42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생산유발효과로 환산하면 당해 약 3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종량세 개편안은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용역이 마무리된 후 기획재정부 검토 후 4월 중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맥주, 증류주, 기타주류 등으로 그룹을 나눠 폭넓은 조사가 진행 중이며 정부는 소주·맥주 가격을 종량세 개편 후에도 변동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종량세 전환 시 소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되는 수제맥주도 1000원 정도 낮아져 '수제맥주 4캔 1만원' 프로모션이 가능해진다”며 “소비자는 질 좋은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고, 국내 맥주 산업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올해는 꼭 종량세가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이 3억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맥주 수입액이 감소되는 추세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이 포화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맥주는 2017년 2억6309만달러보다 17.7% 증가한 3억968만달러어치로 집계됐다.

맥주 수입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 3937만달러 수준이던 맥주 수입액은 2015년 1억4186만달러, 2016년 1억8156만달러, 2017년 2억6309만달러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8배, 3년간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수입 국가별로는 일본이 7830만달러로 1위를 기록했으며 중국 4091만달러, 벨기에 3618만달러, 미국 3457만달러, 독일 2459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수입이 늘어나자 맥주 무역수지 적자 폭은 2012년 570만달러에서 2017년 1억5064만달러, 지난해 1억5524만달러로 증가했다.

맥주 수입량과 점유율도 크게 늘었다. 2011년 5만9000t 수준이던 맥주 수입량은 2014년 11만9500t으로 2배 늘어난 데 이어 2015년 17만t, 2016년 22만3623t, 2017년 34만9471t, 지난해 38만7981t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 15일까지 3만4381t의 맥주가 수입됐다. 수입맥주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3년 4.9%에서 2014년 6%, 2015년 8.5%, 2016년 11.1%, 2017년 16.7%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계속될 것만 같았던 수입맥주 인기가 멈춰섰다. 여전히 국내 맥주 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맥주 수입액이 최초로 감소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맥주 수입액은 4432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1~2월 맥주 수입액이 감소하기는 2010년 이후로 처음이다.

수입맥주 열풍은 작년 하반기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 작년 상반기 수입액 증가율은 27.7%이지만, 하반기 증가율은 9.6%에 그쳤다. 특히 작년 9월에는 처음 역성장(-10.3%)을 기록한데 이어 11월과 12월 증가율은 2%대에 그쳤다. 올해도 1월 7.8%에 이어 2월에는 -13.3%를 기록했다.

수입맥주가 주춤하자 국산맥주는 신제품 출시와 다양한 마케팅으로 점유율 되찾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산 맥주업체들은 이달 주류세 개편이 예고된 만큼 그동안 받아왔던 가격 역차별이 해소될 경우 수입맥주와 맞설 경쟁력이 마련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오다 최근 관련 지표가 역성장한 것이 확인됐다”며 “가정용 시장에서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수요가 한계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강민욱 기자 kmu@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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