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제타'가 지난 23일 국내 개봉했다. 다르덴 형제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벨기에 사회의 청년실업에 관한 어두운 이면을 다룬다. (사진 = 양화 '로제타' 메인 포스터 / 찬란 제공)
영화 '로제타'가 지난 23일 국내 개봉했다. 다르덴 형제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벨기에 사회의 청년실업에 관한 어두운 이면을 다룬다. (사진 = 양화 '로제타' 메인 포스터 / 찬란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연출을 시작으로 1990년대 이후부터는 장편 영화로도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장-피에르ㆍ뤼크 다르덴’ 형제 감독의 199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제타‘(1999)가 20년 만에 국내 개봉했다.

영화 '로제타'는 세기말 벨기에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로제타(에밀리 드켄 분)는 알코올 의존자 엄마와 함께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 엄마를 대신해 가장의 역할을 하는 로제타의 생활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바람을 막을 수 없는 창문, 툭 하면 끊기는 수도·가스 등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이 쉽지 않다. 거기에 엄마의 치료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로제타가 필사적으로 일을 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로제타는 안정적으로 집세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계속해서 취업시장의 문을 두드리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러던 중, 와플 가게 직원 리케(파브리지오 롱기온 분)을 만나 도움을 받고 와플 반죽 일을 하게 되지만 그 마저도 얼마 못가서 해고당한다.

일자리가 절실했던 로제타는 자신에게 호감으로 다가와 도움을 준 리케를 배신하고 와플 가게 직원 자리를 꿰차게 된다. 하지만, 그 역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결국 로제타의 삶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장화를 신고 또래가 감당하기 힘든 냉혹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로제타의 모습은 우울하고 씁쓸하기 그지없다. 말할 친구 한 명조차 없고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술에 빠져 있는 엄마 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살기 위해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참고 이겨내는 억척스러운 로제타의 모습은 가슴 깊은 뭉클함 마저 느끼게 한다.

일자리 부족이라는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 '로제타'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환경이라는 요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누구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를 다닐 때, 다른 한 쪽에서는 치열하다 못해 비참한 삶의 현장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이러니 하다.

영화 '로제타'는 '사회적 변화를 이룬 경이로운 걸작'이라는 평을 들으며 다르덴 형제에게 처음으로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겼다. 또한, 2000년 벨기에 정부가 청년실업에 대한 정책으로 '로제타 플랜'을 시행하게 된 원천이 됐다.

다르덴 형제 특유의 핸드헬드 기법을 활용한 연출과 섬세한 통찰로 러닝타임 줄곧 로제타의 삶을 밀착해서 보여주며 생동감을 더한다. 다소 냉소적인 카메라 워크는 그들이 다큐멘터리 출신의 영화감독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청년실업에 대한 이슈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 '로제타'의 배경인 복지 정책 선진국 북유럽 벨기에의 20년 전의 모습에서 현재의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한편, '로제타'를 연출한 다르덴 형제는 지난 26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칸에서 폐막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 아메드'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5월 23일 개봉, 94분, 15세 관람가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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