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국내 완성차 시장은 트랜드(흐름)가 세단에서 레저용차량(RV)로 넘어가는 것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세단의 판매량, 시장점유율이 모두 떨어졌다. 그랜저를 비롯해 판매상위 30위권 내에 있는 대부분 모델 판매량이 감소했다.

RV는 과거 중·소형 SUV가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중·대형 SUV로 성장 주체가 바뀌고 있다. 또 픽업트럭, 가솔린 SUV 등 기존에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던 차종들도 상품성을 개선하면서 시장 주력모델로 거듭났다.

◇싼타페·팰리세이드 'RV' 강세 지속…세단 볼륨·비중↓

올 1분기 국내 완성차 판매를 살펴보면 RV가 판매 상위 30위권에서 14개 차종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싼타페, 팰리세이드, 쏘렌토 등 SUV가 12개 모델이었고, 미니밴 1개, 픽업트럭 1개 등으로 구성됐다. 세단은 13개, 경차, 박스카 등 기타 차종은 3개였다.

판매 상위 30위권 내 RV 판매량은 14만4341대로, 지난해 1분기보다 9.6% 가량 증가했다. SU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가량 늘었고, 미니밴, 픽업트럭 등도 26.6%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세단 판매량은 11만8209대로, 지난해 1분기보다 8% 가량 감소했다. 경차, 박스카 등 기타 차종 판매량도 12.4% 가량 줄었다.

현대자동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제공=현대자동차)

점유율로 살펴보면 시장 변화가 확연히 보인다. 판매량 기준 상위 30위권에서 RV 점유율은 49.9%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보다 4.6% 포인트 가량 늘어났다. 이중 SUV는 40.4%로, 단일 차종으로는 세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세단은 40.9%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보다 3.3% 포인트 줄면서 SUV와 격차가 0.5% 포인트로 좁혀졌다.

올 1분기 RV 강세가 두드러진 배경에는 상품성이 뛰어난 신차들이 있었다. 신형 싼타페는 지난해보다 10.3% 가량 판매량이 증가했고, 팰리세이드는 유례없이 많은 계약이 몰리면서 '증산'까지 이끌어냈다. 국내 유일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는 올해 '칸'이라는 롱바디 모델을 추가해 42.8%라는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코나, 티볼리는 판매 볼륨은 줄었지만, 꾸준한 인기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QM6는 국내에서 가솔린 SUV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쌍용자동차 중형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 칸 (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중형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 칸 (제공=쌍용자동차)

◇그랜저, 3년 연속 1위 '수성'…싼타페·팰리세이드·쏘나타 '맹추격'

그랜저는 올 1분기 판매량 2만8328대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2017년 이후 3년 연속 1분기 왕좌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판매량은 2017년 3만4187대를 정점을 찍고, 지난해 1분기 16.3%, 올해 2.9% 감소세를 보였다. 출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모델 노후화가 진행되고, 시장 트랜드(흐름)에서 뒤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 (제공=현대자동차)

그 뒤를 싼타페, 팰리세이드, 쏘나타 등이 뒤고 있다. 싼타페는 1분기 판매량이 2만2255대를 기록하며, 2년 연속 2위를 머물렀다. 팰리세이드는 판매량이 1만8064대로 그랜저와 1만대 가량 차이가 난다. 하지만 울산4공장에서 생산량을 월 40% 가량 늘리기로 노조와 합의하면서 하반기까지 역전의 기회가 남아있다.

4위인 쏘나타(1만6257대)는 4월부터 본격적인 판매 공세를 시작한다. 지난달 출시 직후 '품질문제'로 잠시 출고가 중단됐기 때문에, 신차 효과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형 쏘나타는 차세대 플랫폼,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을 모두 적용한 첫 번째 모델로, 현대차의 '미래'로 평가 받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주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해 연말까지 7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한다.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신형 쏘나타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신형 쏘나타 (제공=현대자동차)

중위권 다툼도 치열하다.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아반떼는 올 1분기 판매량이 1만6004대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가량 줄었다. 이로 인해 카니발(1만5708대), 쏘렌토(만3400대) 등에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형제' 차량이 K3 역시 지난해 1분기 보다 30.7% 가량 판매량이 늘면서 아반떼와 경쟁하고 있다.

[이슈분석]국산차 '선방' vs 수입차 '추락'…신차·물량이 희비 갈랐다

올해 1분기 자동차 업계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승용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하락한 35만2074대를 기록했다. 국산차는 0.2% 감소에 그치며 선방했지만, 고속 성장을 이어가던 수입차는 22.6%까지 하락했다.

승용차 시장이 잔뜩 위축된 가운데 국산차 업계가 판매 감소를 최소화한 것은 연초부터 경쟁력 있는 신차를 활발히 쏟아낸 영향이다. 특히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놓은 업체들이 호실적을 기록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 전시된 팰리세이드를 방문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DB)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 전시된 팰리세이드를 방문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전자신문 DB)

현대차와 쌍용차는 신차효과를 톡톡히 봤다. 1분기 현대차는 13만897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8.9% 성장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 선보인 팰리세이드는 판매 돌풍을 일으키며 1분기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쌍용차도 2만7350대로 14.0% 증가하며 국산차 업체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쌍용차도 렉스턴 스포츠 칸과 신형 코란도 잇달아 내놓으면서 SUV 신차 경쟁에 불을 지폈다.

반면 기아차와 한국지엠, 르노삼성차는 판매량이 일제히 하락했다. 기아차는 K5와 K7 등 주력 차종 판매 부진과 SUV 신차 부재로 현대차와 격차가 벌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10만305대에 그쳤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지엠은 1만66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했다. 다만 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6420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에 회복세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가격 조정과 판촉 조건을 강화한 영향이다.

르노삼성차도 1만6637대에 그치며 14.9%에 하락했다. 르노삼성차는 지속된 노사 갈등으로 지난해 임금 및 단체 협상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이다. 회사는 최근 LPG 차량 일반 판매 허용과 맞물려 SM6 LPG와 SM7 LPG를 중심으로 2분기부터 판매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신차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신차 구매 상담을 하고 있다. (전자신문 DB)

성장세를 이어가던 수입차는 제동이 걸렸다. 수입차 판매는 물량 부족과 인증 지연 영향으로 1분기 22.6% 줄어든 5만2161대에 그쳤다. 1분기 기준 2014년 이후 최저치다.

업체별 상황은 다르지만, 올해 들어 수입차 판매가 급감한 가장 큰 원인은 차량 재고가 크게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출가스 인증이 국제표준배출가스실험방식(WLTP)으로 변경된 이후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신차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판매 하락을 부추겼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만3849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6.0% 감소했다. BMW는 56.6% 줄어든 8065대로 주요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감소폭이 컸다. 벤츠와 BMW 모두 1분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으나, 2분기부터 신차가 투입되면서 전년 수준의 판매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체 수입차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 혼다, 지프, 포르쉐, 볼보 등 일부 브랜드는 신차효과와 원활한 물량 공급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혼다는 전년 동기 대비 118.0% 증가한 2938대를 판매했고, 지프는 69.0% 늘어난 2144대를 기록했다. 포르쉐는 1801대로 50.1%, 볼보는 2510대로 37.9%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미뤄졌던 국산·수입 신차 출고가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업체들도 판매 부진 만회를 위해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어 2분기 판매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분석]전기차, 내수 시장 '초반 러쉬'...보조금 조기 소진 예고

1분기 전기차 판매 기간은 2·3월에 불과했지만, 부진했던 국내 자동차 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높은 성장세를 예고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접수가 2월초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다. 국내 판매 차종이 다양해지고, 보조금 지원 대상이 늘면서 전기차 수요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 연료별로도 디젤차량이 크게 줄고,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느는 추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동안 판매된 국산 전기차는 5967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3월에만 2151대가 팔려 3분기 동안 2772대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기아차 '니로EV'가 1455대, 한국지엠 '볼트(Bolt)'가 650대로 2·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판매량 2위였던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371대, '쏘울 부스터 EV'는 388대가 팔렸다.

1분기 동안 2772대 팔리며 판매량 1위를 기록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1분기 동안 2772대 팔리며 판매량 1위를 기록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5배가량 판매량이 늘었고, 현대차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2017년 예약 물량이 2018년 초반에 몰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전기차 보조금 접수가 2월부터 시작됐고, 현대·기아차의 생산 지연으로 차량 인도가 늦어진 상황이지만, 이 추세대로 라면 올해 전기차 정부 보조금 물량(약 4만대)은 3분기 내 조기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내수 시장 판매량 2위를 차지한 기아차 니로EV.
1분기 내수 시장 판매량 2위를 차지한 기아차 니로EV.

연료별로는 디젤이 크게 줄고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중이 늘어났다. 1분기 전체 수입차 중 디젤차는 1만5304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2% 줄었다. 디젤차는 작년 42.2%에서 올해 1분기 29.3%로 떨어졌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작년보다 31.8% 많은 7864대가 팔렸고, 점유율도 8.9%서 15.1%로 높였다. 1분기에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중에 2위가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로, 2847대가 팔렸다. 3월 판매량에서도 혼다의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384대 팔리며 전체 순위에서 10위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상승세는 국산차에서도 드러났다. 기아차 'K7'은 올 들어 전년보다 18.5% 감소한 7878대가 판매됐지만,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은 12.2% 늘어난 1549대가 판매됐다. 현대차의 그랜저도 전체 판매량은 2.9% 줄어든 2만8328대에 그쳤지만 하이브리드는 33.4% 늘어난 7348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면서 전기차를 비롯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곽종현 기자 no26766590@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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