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스트'는 캐릭터 사이에 오가는 심리적 변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고찰하는 심리범죄 스릴러다. (영화 '비스트' 캐릭터 포스터 = (주)스튜디오앤뉴 제공)
영화 '비스트'는 캐릭터 사이에 오가는 심리적 변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고찰하는 심리범죄 스릴러다. (영화 '비스트' 캐릭터 포스터 = (주)스튜디오앤뉴 제공)

한국 범죄·스릴러 영화의 틀을 깨는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 | 기획·제작: 스튜디엔뉴 | 배급: NEW)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베스트셀러'(2010)로 데뷔하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방황하는 칼날'(2014)로 호평을 받은 이정호 감독이 새로운 심리 스릴러 영화 '비스트'로 돌아왔다.

영화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 분)와 이를 눈치 챈 동료 형사 '민태'(유재명 분)의 팽팽한 심리전을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다.

여느 범죄 영화들과는 다르게 사건에 초점을 두기보다 극중 인물들 내면의 심리에 중점을 두고 묘사한다. 영화의 주축을 이루는 두 형사 한수와 민태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상반된 캐릭터다. 다소 감정적이고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의 한수와는 달리 민태는 원리원칙주의자다.

둘은 한때는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파트너였으나 이제는 승진을 두고 라이벌이 관계로 바뀐 신세로 바뀌었다. 전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된 살인사건에 두 사람이 공존할 수 없는 합동수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범인 검거에 혈안이 된 한수는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 분)의 살인을 눈감아주는 대신 살인마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받는 위험한 거래를 한다. 민태는 이 같은 사실을 알아채고 서서히 한수의 숨통을 조여간다.

강력계 형사 '한수'(이성민)와 동료이자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는 한 사건을 두고 서로를
강력계 형사 '한수'(이성민)와 동료이자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는 한 사건을 두고 서로를

영화 '비스트'는 인물의 변화되는 감정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탐욕과 욕망이 인간을 얼마나 무섭게 변모시키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야 할 경찰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살인을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하고 사건을 조작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러니라 볼 수 있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라는 말처럼 인간은 선과 악에 대한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비단 범죄뿐 아니라 사랑에 있어서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즉, 인간은 누구나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결정한다. 어쩌면 영화 '비스트'에서 한수의 모습은 인간이 지닌 본능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누구나 내면 깊숙이 '괴물'(비스트) 한 마리씩을 지닌 채 살아간다. 다만 드러내지 않을 뿐.

예측불허의 스토리를 통한 서스펜스는 물론, 극한의 상황에 놓인 캐릭터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와 그 안에서의 다채로운 감정 변화, 그리고 과감하고 감각적인 미장센까지 영화 '비스트'는 한 마디로 '스타일리시한 범죄 스릴러'다. 이정호 감독의 연출과 탄탄한 시나리오 그리고 이성민, 유재명, 최다니엘, 전혜진, 김호정 등 출중한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영화 '비스트'는 새롭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6월 26일 개봉, 130분, 15세 관람가.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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