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애나 러셀 / 그림 카밀라 핀헤이로/ 옮김 조이스 박
출판사 키스톤

이 책 ‘그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는 공공의 장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 전 세계 여성 연설들을 모은 첫 번째 책이다. 여성 참정권, 자유연애, 차별 폐지, 젠더 이슈, 여성의 권리, 환경, 예술, 일과 가정의 양립, 양육 등 광범위한 주제로 다양한 배경, 문화, 인종, 종교를 가진 여성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변화시켜 온 여성 세계사와 미래의 세대들을 향한 희망과 용기가 담겨있다.

1800년대 초반, 노예제, 아동, 여성의 권리, 지적 자유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룬 사회개혁가 페니 라이트의 연설은 놀라운 넓이와 깊이를 보여준다. 엘리자베스 스탠턴의 연설 ‘자아의 고독’은 감동적이면서도 페미니스트 사고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이끌었다. 미국 연방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압도적인 연설, ‘프론티에로 대 리처드슨 사건 변론’은 미국에서 성차별을 제도 내에서 전복시키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프랑스 보건부 장관 시몬 베유의 설득력 있는 의회 연설은 ‘베유’법으로 잘 알려진 낙태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 헐리우드의 젊은 배우 엠마 왓슨의 HeForShe 유엔 연설은 모든 성(性)이 지분을 갖는 포괄적인 운동으로 페미니즘의 틀을 재구성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앤절리나 그림케, 마리 퀴리, 엠마 골드만, 후다 샤으라위, 힐러리 클린턴, 조앤 롤링, 앙겔라 메르켈, 미셸 오바마 등 50명의 당당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연설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발췌문 형식으로 구성했다. 위트 넘치고, 설득력 있고, 영감을 주며, 열정적인 그녀들의 목소리는 시간, 공간, 의도는 제각각 달랐다. 하지만 이 모든 연설은 “여성들은 어떻게 존재해야 합니까?”라는 날카롭고 강렬한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여성들은 서로에게서 배워 왔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라고 했다. 시·공간을 넘어선 여러 여성이 낸 목소리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여성들을 하나로 묶는 연대의 끈이 되고, 세상을 바꾸는 동인이 됐다.

이 책은 여성만을 향한 것이 아닌 한계와 절망에서 좌절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로 울리고 있다. 선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역사를 용감하게 이끌어 보자.

이향선기자 h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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