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이미 여러 번 죽였을 가능성이 있다. 몸짓으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멍이나 냥이들과는 달리, 식물은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의사소통을 전혀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식물 키우기는 까다롭다. 키우는 족족 죽이는 사람이라면, 한가로이 소일거리 삼아 정원까지 가꾸는 이들을 부러워 할 밖에... 이들은 농부의 피라도 흐르는 걸까.

부러워할 필요 없다. ‘FYTA 빔’은 농부의 DNA가 있든 없든, 그대를 전문 농부로 바꿔줄 테니.

사진=킥스타터
사진=킥스타터

지난 4일 킥스타터에 게재된 ‘FYTA 빔’은 식물을 다루는 새로운 시도로 해결책을 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식물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바꿔주는 제품이다.

실제로 식물의 언어를 번역했다기보다, 식물 주변의 온도와 토양 상태 및 수분과 습도를 체크해 사용자에게 “추워요” “목말라요” 등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살리고 싶을 정도로 간절한 메시지가 아주 직관적이다.

사진=킥스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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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법도 간단하다. FYTA 빔을 화분에 꽂고 폰에서 앱을 실행해 대상을 프로파일링하면 된다. 이후, FYTA 앱에서 식물의 소리를 문자로 확인하면 된다. 이후 이 앱이 안내하는 목소리에 따라 반려식물을 돌봐주면 된다. 프로파일링은 앱에 저장된 식물 도감 데이터베이스가 도와주니 어려울 게 없다. 아무리 예민하고 정체모를 까탈스런 종자라도 안심이다.

키우는 식물이 하나만이 아니라면, 각각 사진을 찍고 이름을 붙여 앱 상에서 구분할 수 있다. 내 폰 안에서 가상 정원이 갖춰지는 셈이다. 동시에 여러 식물의 상태를 확인하려면, 화분마다 FYTA 빔을 꽂아야 연결해야 한다. 최대 연결 가능한 수는 4개까지다.

사진=킥스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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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지난해 6월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FYTA 빔 개발자들은 식물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스마트 센서를 찾을 수 없어, 독자적으로 이 제품의 센서를 개발했다고 한다. 동시에 두 가지만 측정하는 기존 센서와 달리, FYTA 빔의 센서는 토양의 수분, 비옥함, 일조량, 기온 등을 종합 측정하는 데 이상적인 형태로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블루투스 기반으로 작동하는 이 사물인터넷(IoT) 제품은 9cm 길이와 3.4cm 폭을 지닌 콤팩트한 사이즈에 1년 이상 지속하는 배터리를 갖췄다. 빔 하나의 적용 거리는 최대 25m로, 다수 빔을 사용해 최대 100m까지 늘일 수 있다. 출타중인 경우까지 커버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지만, 와이파이 허브를 연결해 언제 어디서든 바깥에서 등록한 식물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앱은 안드로이드5와 iOS11 이상 버전에서 모두 호환된다.

FYTA 공동 창업자 실비 바슬러(왼쪽) 대표와 클로디아 나시프 CMO [사진=킥스타터]
FYTA 공동 창업자 실비 바슬러(왼쪽) 대표와 클로디아 나시프 CMO [사진=킥스타터]

FYTA 빔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는 하드웨어 개발과 프로그래밍이 이제 막 완료된 상태로, 중국에서 제품 생산을 도와줄 협력사를 찾았다고 한다. 이들은 오는 7월에 제품 1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킥스타터에는 FYTA 빔 개발 완료와 대량 생산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이 제품의 등장으로 기대되는 건, 식물에 대한 관심 증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식물 키우기는 동물 못잖은 재미가 있다. 재롱을 떨지는 않아도, 말썽 피우는 법이 없다. 잘 키우면 종에 따라 맛 나는 과일과 채소를 주고, 때론 해충을 아 내거나 필요한 약재를 선물할 수도 있다.

문득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른다. 그대가 키우는 식물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과연 무슨 말부터 듣게 될까? 답은 본인들이 더 잘 알겠지만 말이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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