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RPG 게임을 하다보면 이따금 내가 즐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건지 습관처럼 반복하는 건지 의아할 때가 있다. 특히 PVP, 길드간 전쟁, 기간 제한 이벤트를 할 때 게임에 대한 피로감이 적잖이 쌓여 회의감까지 드는 경우가 많다.

스케인글로브가 개발하고 라인게임즈에서 출시한 ‘퍼스트 서머너’는 한마디로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게임이다.

자동 사냥이나 방치형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수동 조작의 ‘퍼스트 서머너’는 힘든 게임이지만 빠른 성장을 위해 전력투구를 할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게임에 대한 피로감이 적다.

또 캐릭터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재료와 제한도 다른 RPG게임에 비해 거의 없는 편이다. 다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도 보상이 적다보니 단순 반복 사냥을 해야하고 스테이지가 크게 바뀌지 않아 쉽게 질릴 수 있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적당히 즐기고자 한다면 그나마도 크게 무리 없는 수준이다.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약 일주일간 무과금‧직장인 유저 입장에서 ‘퍼스트 서머너’를 경험해봤다.

다크 판타지의 면모를 드러내는 주인공 레이첼.
다크 판타지의 면모를 드러내는 주인공 레이첼.

게임을 접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주인공 ‘레이첼’은 신비로운 인물이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승 ‘에인션트 원’처럼 악마인 ‘검은 뱀’과 계약을 맺고 세상을 지킨다.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기 불분명하고 부조리한 세계관이 주제인만큼 그래픽도 어둡고 무겁다. ‘다크 판타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복잡하지도 무겁지도 않다.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스테이지가 열리면 유저는 소환수를 부르고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수면 된다. 유명한 인디게임 ‘궁수의 전설’과 콘셉트는 비슷하다. 다만 ‘궁수의 전설’과 달리 주인공인 레이첼은 만인지적의 궁수가 아니다. 마물과 시체를 부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네크로맨서’처럼 소환수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서포터 역할이 더 크다.

이것이 ‘퍼스트 서머너’가 추구하는 게임의 재미다. 주인공은 가장 약한 원거리 딜러 하나를 겨우 잡는 수준이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스테이지에 나오는 몬스터의 상성에 맞춰 소환수를 운영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여기에 눈앞에 몬스터만 공격하는 손이 많이 가는 소환수들을 전략적으로 이끌고 다녀야 하는 점도 색다른 묘미다. 참고로 이 게임은 전천후의 강력한 소환수로만 덱을 구성할 수 없어 편한 사냥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게임 콘텐츠도 단순하다. 스테이지는 3~4분 내로 끝나고 최고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클리어해야 한다. 현재 지역당 10개 스테이로 이뤄져 있으며 총 5개 지역을 클리어가 가능하다. 이 지역을 모두 깨면 고난, 절망 순으로 상위 난이도가 오픈된다. 매일 한 번씩 클리어 한 지역별 보스전을 치를 수 있고 특수 미션을 통해 지역별 시련 상자도 열 수 있다.

로그라이크 던전인 '무한의 던전'
로그라이크 던전인 '무한의 던전'

정예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얻을 수 있는 '혼돈석'으로 '무한의 혼돈'이라는 로그라이크 던전을 입장할 수 있다. 무한의 혼돈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 층을 클리어하면 플레이 시 얻은 전리품을 보상으로 받는다. 다만 중간에 실패하면 패널티로 전리품을 모두 잃지만 혼돈의 고블린을 통해 몇 개는 돈을 내고 미리 외부에 보관해 놓을 수 있다. 또 중간에 던전을 나와 다른 미션을 클리어해도 이어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PVP인 ‘뱀의 전장’도 있다. 다른 유저가 설정해 둔 방어덱을 뚫고 상대를 이기면 된다. 여기서 얻은 어둠의 훈장을 통해 카드묶음 상자를 개봉할 수 있다. 론칭 초기여서 길드 관련 콘텐츠는 부족하지만 길드에 가입했다면 어둠의 주점에 꼭 들릴 필요가 있다. 이 주점은 하루에 한번 무료로 카드를 제공하며 오후 4시에 리셋된다.

PVP인 ‘뱀의 전장’
PVP인 ‘뱀의 전장’

퍼스트 서머너는 복잡하지 않으면서 몰입도가 높고 참신한 구성을 선보인 완성도 높은 수작이다. 실제 플레이를 하면 유저들이 좋아할 요소들이 많다. 매력적인 캐릭터, 사실적이고 화려한 전투 그래픽, 실시간 전략성(RTS), 캐릭터의 성장, 과하지 않은 과금유도 등이다.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퍼스트 서머너는 무엇보다 기존 모바일게임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게임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론칭 초기여서 발열문제와 로그인 시 느린 로딩, 소환수 간 밸런스 등 고쳐야 할 부분이 많지만 천천히 게임을 즐기다보면 PC나 콘솔 급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원기자 slle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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