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행 비행기에서 영국에 도착해서 바로 사야할 물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민가방 18개와 엄청난 짐이 우리와 함께 비행기에 실려 있었으나 그때 당시엔 반드시 필요했다고 여겼던 쓸데없는 물품들 중에 빠져 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저귀와 분유 그리고 물이었다.

많은 짐들을 고민하며 챙겼지만 큰아이들 위주로 책, 학용품 등의 아이템이 우선 순위었다. 셋째는 3 순위였다고 말하면-나중에 볼 막내가 섭섭할 수도 있겠으나 영국 현지에서 더 좋은 것으로 사주려고 막내의 짐은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영국 도착도 하기 전에 2-3개의 기저귀와 몇 개 남은 스틱 분유를 비행기에서 다 쓰고 나니 난감했다.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큰 밴 두 대에 가득 실은 짐을 지인에게 민폐였지만 어쩔 수 없이 맡기고 막내를 위한 생필품부터 사야했다. 새벽 1시쯤 호텔에 체크인하기 전, 필사적으로 들른 마트가 테스코 엑스트라였다.

월요일 새벽6시에 오픈해 토요일 밤 10시에 문닫는 Tesco extra, the guardian 제공
월요일 새벽6시에 오픈해 토요일 밤 10시에 문닫는 Tesco extra, the guardian 제공

한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24시간 편의점이 인건비 비싼 영국에도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며 급한대로 필요한 아기용품과 과일, 과자들을 사서 호텔에 들어가 그대로 잠이 들었었다. 영국 생활에 익숙해지니 한국만큼 길진 않지만 프랑스 보다는 일찍 열고 늦게 문을 닫아 쇼핑하는데 전혀 불편함은 없었다. 굳이 꼽자면 한국처럼 꼼꼼하게 바코드를 찍거나 현금계산을 빠르게 하지 못해 장보고 나면 영수증과 물품을 꼭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식료품 사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 주로 온라인쇼핑을 이용, 쿠폰 신공을 발휘해 의식주를 해결했다. 그러나 영국에 오니 양념의 종류도, 브랜드도 너무 세부적으로 나뉘어 무엇을 사야 할 지도 혼란스럽고 같은 브랜드의 같은 제품도 마트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좋던 싫던 반드시 마트에 가서 직접 보고 사야만 했다.

예전엔 슈퍼나 음식점에서 성분(ingredients) 혹은 재료들을 공부하듯이 읽으며 서있는 외국인들을 보면 대충 먹지 참 꼼꼼하다 싶었다. 그런데 내가 마트에서 식용류 하나를 고르며 브랜드별로, 야채, 유채, 해바라기씨 유 등의 성분을 하나씩 읽고 비교하는 모습을 보고 대충사라고 이야기하는 엄마말에 실소가 났다. 이젠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보면 어떤 야채와 고기가 들어가는지 교과서 보듯 사전을 검색하면서 하나하나 따지게 된다. 괜히 입맛에 안 맞는 음식재료 혹은 양념을 사면 먹지않고 버리게 되니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마트 장보기를 하면서 체득한 또 하나의 재미난 사실은 영국의 마트에는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국 슈퍼마켓인 웨이트로즈, 막스앤스펜서가 최고급축에 속하고 세인즈버리, 테스코,아스다, 알디, 리들 대략 이정도 순으로 급이 낮아진다.

2018년 기준 영국인이 좋아하는 슈퍼마켓 순위. statista.com제공
2018년 기준 영국인이 좋아하는 슈퍼마켓 순위. statista.com제공

웨이트로즈는 깨끗하고 고급스러우면서 고객서비스가 매우 잘되어 있는 편이다. 웨이트로즈 카드를 만들고 개인 텀블러를 들고가면 커피도 무료로 마실 수 있어서 여유 있게 쇼핑하고 커피한잔과 함께 집에 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예전엔 일회용 컵을 제공했지만 일회용품 줄이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제는 일회용 컵은 제공하지 않는다. 깔끔하고 우아한 영국 할머니들을 보고싶다면 오전에 웨이트로즈를 가보길 추천한다. 아침 혹은 저녁에는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된 상품들을 많게는 9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그 시간대에 쇼핑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렴한 리들이나 알디의 경우 대체로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는 편이다(절대 인종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놓고 광고에서 Tesco보다 40%정도 저렴한 알디라고 홍보하는 것처럼 확실히 가격차이가 난다. 같은 브랜드는 아니지만 자체 PB(Private Brand) 상품을 만들어 비슷한 맛과 품질을 내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품질이 많이 떨어지는 편도 아니어서 필자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2019년 7월에 나온 Tesco와 Aldi의 비교 광고, The drum 제공
2019년 7월에 나온 Tesco와 Aldi의 비교 광고, The drum 제공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에도 마트 할인쿠폰들이 있다. 세인즈버리는 Nectar카드라는 멤버십카드가 있어서 이베이, 아고스 등에서도 동시에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하고 웨이트로즈는 마이웨이트로즈카드를 발급받아 커피 및 매거진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막스앤스펜서도, 테스코 등에서도 자체 멤버십카드가 있으니 집 근처 가까운 마트가 있다면 멤버십을 빨리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리들과 알디의 경우 마트 안에 자체 매거진을 발행하는데 그 안에 쿠폰이 들어있는 경우가 있으니 쇼핑을 마친 후 하나씩 가져오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멤버십은 모두 무료이고 가입하고 나면 정기적으로 쿠폰이 발송되는데 30파운드 구매 시 6파운드 할인(약 20%의 효과) 등의 혜택이 주어지니 집을 구하면 바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 막 이사 갔을 때 살 것들이 가장 많으니 그럴 때 쿠폰을 사용해 쇼핑해보자. 보통 처음 가입했을 때 나오는 쿠폰의 할인 및 적립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미리 온라인에서 아이템들을 찾아보고 싶거나 쇼핑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온라인 쇼핑몰 오카도를 추천한다. 오카도는 매장이 없는 온라인 그로서리 쇼핑몰로 웨이트로즈 및 기타 영국에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편이다. 또한 쿠폰도 종종 나오니 영국의 장바구니 물가와 제품들을 먼저 확인해보고 싶다면 오카도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오카도에서 씨리얼을 검색했을 때, 웨이트로즈 PB상품도 함께 검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카도 제공
오카도에서 씨리얼을 검색했을 때, 웨이트로즈 PB상품도 함께 검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카도 제공

처음에 영국에 왔을 때는 환율도 떨어진 상태여서 한국과 비교했을 때 너무도 저렴한 장바구니 물가에 엄청나게 사고, 먹었던 것 같다. 지금은 영국 생활에 완전 적응한 것일까? 50p, 1파운드 차이에 물건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얼마전 놀러 왔던 시누이가 한국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져다 주겠다는 이야기에 오랜만에 한국 온라인 마트를 둘러봤는데 영국과 비교되는 물가에 매우 놀랐다. 엊그제 영국 마트에서 평소 500g에 3000원하던 삼겹살이 3700원으로 오른 것을 보고 어머, 비싸졌네 하며 다시 내려놓던 내 모습이 그렇게 한심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영국에 있는 동안 많이 먹고 즐기다 가겠다고 굳게 다짐했지만 늘어난 살들이 한국가면 빠질 수 있을까 하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겨난다.

박지현 stephanie.jh@gmail.com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마이크로소프트와 렉트라 코리아의 열정적인 마케터로 일했던 워킹맘으로 현재는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좌충우돌 상황에서도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고, 영국에서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위해 늘 노력하고 탐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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