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포스터. (출처: IMDb)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포스터. (출처: IMDb)

고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1976년 작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는 완연한 여성 영화이다. 1962년에서 1976년에 이르기까지 약 15년에 걸친 두 여성 '폴린'(발레리 메레스)과 '수잔'(테레제 리오타르)의 우정이 당시 프랑스 사회에 페미니즘을 태동시킨 68혁명 이후의 여성운동의 발전 과정과 맞물려 묘사된다.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스틸 컷 (출처: IMDb)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스틸 컷 (출처: IMDb)

10대 고등학생 폴린은 우연히 들른 갤러리에서 오래 전 이웃이었던 수잔의 남편인 사진작가 제롬을 만나게 되고 그를 계기로 수잔과 재회한다. 수잔은 어린나이에 결혼을 했고 이미 두 아이의 엄마다. 수잔은 세 번째 아이를 임신했으나 현실의 벽 앞에 출산을 고민한다. 폴린은 수잔이 낙태 수술을 할 수 있게 돈을 빌려주고 아이들을 돌봐주며 수잔을 돕는다. 하지만 제롬이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면서 둘은 이별하게 된다.

10년 뒤인 1972년, 다른 삶을 살아가던 폴린과 수잔은 낙태 합법화를 위한 시위에서 재회한다. 그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나온 이야기를 나누는 반가움도 잠시, '노래하는 여자' 폴린과 '노래하지 않는 여자' 수잔은 각자의 길로 다시 떠나야만 한다. 이후, 둘은 엽서를 통해 멀리서나마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유지한다.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中 한 장면. (출처: IMDb)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中 한 장면. (출처: IMDb)

영화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여성이 공통의 경험을 겪으면서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우정을 쌓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준다. 사회는 여성에게 종속과 억압을 강요하고 하나의 주체로서 대하지 않는다. 사회가 정의하는 여성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관습적인 구성물에 불과한지 또 가족이 의미하는 통념이 얼마나 '이데올로기'(ideologie)적인 관점인지 폭로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들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갖은 차별을 당해왔다. 특히 임신과 출산은 의무라 여기고 낙태에 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여성 스스로가 결정할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다.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를 통해 여성으로 살면서 부딪히는 사회적 이슈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비단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들을 포함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 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성, 남성으로 성별을 구분하기보다 인간 존엄성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고 아녜스 바르다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통해, 여성 감독으로서 영화 역사에 여성 문제에 대해 첫 포문을 여는 업적을 세웠다. 또한 영화감독 이전에 사회 운동가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여성 연대를 이루는데 성공한 여성 운동 발전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의 두 주인공 폴린과 수잔은 정반대의 삶을 살지만, 둘은 세상 둘도 없는 친구다. (사진 = IMDb)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의 두 주인공 폴린과 수잔은 정반대의 삶을 살지만, 둘은 세상 둘도 없는 친구다. (사진 = IMDb)

통념적인 여성상을 깨고 깊은 고찰을 통해 보다 발전된 새로운 여성상의 방향을 제시하는 영화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는 그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상영시간 120분.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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