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교들은 보통 9월초에 입학해 7월 중순에서 말에 학기를 마친다. 2016년 9월 영국에 도착하자 마자 카운슬에 아이들 학교 입학 문제로 집요하게 연락했었다.

영국에서 공무원을 만나려면 이메일로 미리 만날 시간 및 목적을 정해야 한다. 그냥 무작정 카운슬에 찾아간다 해도 담당자를 만날 수 없고 내부로의 진입도 불가하다. 이런 문화는 영국에서 누군가에게 문의, 요청 등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적용된다. 전화나 방문보다는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처음에 아이들 학교 입학을 위해 카운슬에 전화를 수 차례 했었는데 돌아오는 답은 이메일로 보내라, 이메일로 연락줄 것이다 뿐이었다. 거주할 집 주소가 정해진 후 카운슬에 연락을 하면 캐치먼트(학군)위치에 따라 학교를 배정해주는데 각 학교의 빈자리를 취합해 카운슬에서 학교에서 가까운 집 위치 먼저, 형제, 자매재학여부(Sibling) 등에 따라 대기순서를 준다.

각 지역의 시티카운슬 사이트를 보면 학교 지원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다. Southampton city council 웹사이트
각 지역의 시티카운슬 사이트를 보면 학교 지원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다. Southampton city council 웹사이트

우리의 경우 빈자리가 없어 근처 학교들마다 전화해 빈자리를 확인한 후 카운슬에 역으로 연락하는 방법을 취했었다. 그 과정 중에서 다양한 영국의 학교 형태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어쨌든 마음은 카운슬에 찾아가 담당자를 붙잡고 확인하고 싶었지만 계속 전화하면 혹시나 입학 순서가 늦어질까 싶어 우리 아이들이 대기중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인지시키려고 이메일만 십여 차례 보냈었다. 결국 큰 애 두 달, 둘째 한 달의 대기 기간을 거쳐 모두 입학시켰고 둘째는 세 달 이후, 카운슬에서 연락이 와서 집 가까운 곳으로 전학을 시켰다.

만 나이와 9월 입학시기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표로 작성해보았다. Gov.uk 참고
만 나이와 9월 입학시기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표로 작성해보았다. Gov.uk 참고

영국은 모든 아이들이 교복을 입는다. 교복 사는 것도 해본적이 없어 막막했다. 스쿨점퍼(원투맨티)는 학교의 고유 로고가 있는 것으로 학교 오피스에서 구매하면 되고 반팔 이너 폴로티셔츠(흰색 혹은 학교 지정칼라), 바지, 치마, 신발 등은 세인즈버리, 존루이스, 막스앤스펜서, 아스다 등의 리테일샵에서도 판매한다.

교복 뿐만 아니라 체육복(PE kit) 등 다양한 용품을 판다. M&S 제공
교복 뿐만 아니라 체육복(PE kit) 등 다양한 용품을 판다. M&S 제공

한국에서 영국으로 올 당시 첫째는 2008년 8월생으로 초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친 상태였고 둘째는 2010년 4월생으로 시립 어린이집을 다녔고 셋째는 2015년 10월생으로 첫돌 전이었다. 아직 꼬마들이라 어디서든 쉽게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국에 와보니 첫째는 4학년, 어린이집 다니던 둘째는 2학년으로 진학해 언어를 뛰어 넘어 아이들이 영국 커리큘럼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 아이들이 해외에 나가면 기본적으로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낸다고 한다. 하지만 둘째의 경우 어린이집에서 숫자세기, 더하기를 겨우 배우다가 영국에서 덧셈, 뺄셈 및 곱셈과 나눗셈의 개념을 바로 익혀야 했으니 영어만으로도 버거워 했던 아이가 여러모로 더 힘들어했다.

공부문제 외에도 특히 학교 쉬는 시간, 화장실가기, 점심 시간 등의 다른 시스템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교실의 위치도 헷갈리고 밥을 어디서 어떻게 먹는지도 몰라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해준 조언은 이랬다.

먼저 반 아이들 중 특징이 있는 아이를 한 두명만 눈여겨 보라했라. 예를 들어 빨간머리, 터번을 쓰거나 흑인 혹은 동양 아이 등 물론 절대 인종차별의 이유는 아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많이 보지 못한 인종의 아이들의 움직임이 우리 아이들에게 눈에 띌테니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한 조언이었다. 그 친구들이 학교 건물을 향해 뛰기 시작하면 같이 따라 뛰어가라, 학교에서 급식을 끝까지 다 안 먹어도 된다. 배가 고프면 끝까지 다 먹고 만약 다 안 먹었는데 친구들이 뛰어나간다면 따라나가도 좋다, 먹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학교가 끝나면 엄마가 꼭 간식을 가지고 기다리겠다 등이었다.

혹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판단되면 참지 말고 한국말로 크게 말해라, 선생님에게 아직 네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니 부당한 상황이 생기면 한국말로 이야기하게 하겠다고 말해두겠다, 급하면 한국말로 해도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조언했다.

다행히 이 조언들이 아이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보통 선생님이 처음 전학가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반 친구 중 한 명을 짝꿍으로 지정해 주지만 아직은 어리기에 또래무리와 놀다 보면 금방 짝꿍 챙기기를 잊는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혹시 짝꿍이 없어져도 당황하지 말라고 미리 당부해 두었는데 하교 후 물어보니 짝꿍은 다른 친구들과 사라져버려 특징 있는, 짧은 머리의 흑인 친구를 기억해 그 친구가 밥 먹는 속도에 맞추고 따라 나가서 근처에서 놀다가 그 친구가 건물로 뛰어가면 따라 뛰어갔다고 한다.

학교에서 Year R입학식때 나눠준 봉투, 안에는 티백 하나와 티슈가 들어있다. 눈물 닦고 차마시고 학교를 믿고 맡겨달라는 고마운 메시지
학교에서 Year R입학식때 나눠준 봉투, 안에는 티백 하나와 티슈가 들어있다. 눈물 닦고 차마시고 학교를 믿고 맡겨달라는 고마운 메시지

영국에 처음 와서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아직도 영어를 못한다고 걱정하고 불평하는 엄마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이 돼보자. 아이는 하루아침에 완전 다른 환경에서 얼마나 무섭고 힘들겠는가? 학교에 다녀오면 무조건 잘했다, 엄마보다 아빠보다 용감하다, 기특하다고 한국에서보다 더 힘차게, 우렁차게 응원해주자. 말도 잘 안 통하는 영국에서 가족끼리라도 똘똘 뭉쳐 서로를 응원해보자. 그럼 더 행복하고 자신감 넘치는 영국 학교생활이 되지 않을까.

박지현 stephanie.jh@gmail.com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마이크로소프트와 렉트라 코리아의 열정적인 마케터로 일했던 워킹맘으로 현재는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좌충우돌 상황에서도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고, 영국에서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위해 늘 노력하고 탐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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