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언 작가의 글쓰기는 유니크하다. 그는 대서사를 지향하거나 어떤 종류의 당위를 주장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미세한 사고와 부조리에 천착해 왔다. 그가 작품속에서 그리는 주요 주제의 하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불안과 파동이다. 그의 묘사는 예리하게 읽은 이들의 마음을 파헤친다. 마치 몰래 빵을 훔친 행위를 들켰을 때 생기는 죄책감을 불러 일으키듯 말이다.

등단이후 여섯권의 소설과 세권의 산문집을 펴낸 그는 이번에 실험성이 짙은 새 동화집을 내놓았다. 어른들을 위한 이상하고 부조리한 동화 ‘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문학세계사, 285쪽)이 화제의 책이다.

소설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도 특이하다. ‘한국의 장 자크 상페’로 불리는 하재욱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인간을 지배하는 욕망과 공포, 불안과 권태의 양상을 극적인 장면을 통해 7편의 동화적 서사로 풀어낸다.

‘성인을 위한 동화’라고 규정지은 이유에 대해 그는 에필로그를 통해 설명한다.

“기성집단으로서 성인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성과 폭력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했다...제도화된 규범의 그늘 아래 숨죽이고 있지만 성에대한 욕망과 폭력은 언제든 윤리적 통제라는 그물망을 뚫고 날카로운 투석으로 날아들어 개인의 존엄과 평화를 깨뜨릴 수 있다. 나는 ‘우리는 성과 폭력 앞에서 얼마나 정직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가 이 동화집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현대인의 무의식에 깃든 욕망과 공포, 불안과 권태의 양상이다. 그래서 이 동화집은 김도언이라는 작가가 여지껏 천착해온 ‘부조리한 황홀’이라는 주제를 위한 미장센인 셈이다.

이번 동화집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실제 사건들에서 모티프를 채용했다. 상상으로 빚어낸 허구가 아닌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하면, 독자가 서사를 체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자기 자신을 투사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 때문이다.

작품 중 ‘불결한 천국의 노래’는 명문대를 나와 낮에는 공기업 임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매춘을 하다 살해되는 40대 일본인 여성을 화자로 내세웠는데,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을 채용했다.

‘언제나 전야의 밤’은 중학교 기간제 여교사가 제자인 남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에서 모티프를 취했다.

실제와 허구를 뒤섞은 작품도 있다. ‘코끼리 조련사와의 하룻밤’은 외국인 노동자가 연루된 성폭력 살인사건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씌워 완성한 서사다.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그림 동화라는 콜라보에 대해 김도언 작가는 “하재욱 작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문학적 파토스를 그림 속에 가장 정확히 그리고 극적으로 반영할 줄 하는 작가”라며, “그의 섬려하고 예리한 필치는 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불구적 비애감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썼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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