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사진=KBS1

26일 오후 방송되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46화에서는 '이웃이 좋다 도봉산 아랫마을 – 서울 창동·도봉동' 편이 그려질 예정이다.

▶ 서울특별시골! 무수골

아파트 숲에서 몇 킬로미터 남짓. 도봉산의 골짜기를 따라가면 시간을 거슬러 오른 듯, 예스러운 산골 마을이 나타난다. 너럭바위로 이뤄진 맑은 천, 김장 배추가 자라는 넓은 밭... 웅덩이에 고인 물처럼 시간이 머물러 있는 도봉산의 속살. 그 가장 깊숙한 곳에서 배우 김영철은 밤나무를 털고 있던 특별한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은 세종대왕의 17번째 아들인 영해군의 후손들. 500년 전, 영해군을 따라 무수골에 들어와, 대대로 조상들의 묘를 지키며 살고 있다. 무수한 시간의 겹이 쌓여도, 한결같이 전통을 지키는 뿌리 깊은 가문을 만나 본다. 무수골의 다른 자락을 걷다, 동네 이웃들의 웃음소리에 발길을 멈춘 배우 김영철. 30여 가지 허브와 야생화들이 가득한 허브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향긋한 허브와 꽃으로 예쁜 화전을 만들고 있던 마을 주민들은 배우 김영철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낯선 손님에게도 흔쾌히 허브차와 오색빛깔 화전을 대접하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씨가 꽃보다 아름답다.

▶ 양도 인심도 배로 주는 할머니 토스트

무수골을 내려와 주택가들이 많은 창동으로 향한 배우 김영철. 길가에서 작은 노점상을 지키고 계신 나이 지긋한 할머니를 만난다. 베트남 며느리와 토스트를 만드는 할머니는 이래봬도 동네에서 소문 자자한 40년 내공의 길거리 토스트 장인. 그런데 토스트 크기가 범상치 않다? 식빵 사이에 들어가는 계란부침이 웬만한 파전 크기! 대왕 토스트의 가격은 더 놀라우니, 단돈 2천 원! 이마저도 손님들의 성화에 못 이겨 올린 가격이란다. 이윤 대신 사람을 남기는 것이 장사라 말씀하시는 할머니. 배우 김영철, 어르신의 푸짐한 인심이 담긴 토스트를 먹으며 마음까지 든든히 채운다.

▶ 이웃의 정을 배달합니다! 찾아가는 생신상

길마다 예쁜 꽃 화분들이 반겨주는 창동 주택가를 걷다,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에 발길을 멈춘다. 집 마당 앞에서 고소한 냄새 풍기며 전, 잡채, 불고기 등 잔치 음식을 만들고 있는 주민들. 이곳에선 두 달에 한 번씩 동네 주민들이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생신상을 직접 찾아가서 차려드리고 있다. ‘찾아가는 생신상’은 서울시의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활동의 일환으로, 찾동이란 동네 이웃끼리 서로 돌보고 보살피는 마을공동체 중심의 복지 정책이다.

갓 만든 음식을 들고 생신상의 주인공 댁으로 향한 배우 김영철. 40년 전 아내를 떠나보고 홀로 살고 계시는 어르신을 만나, 그 분만을 위한 생신상을 차려드린다. 특별 축하 사절단 배우 김영철의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적막했던 어르신의 방은 이웃들의 따뜻한 정이 가득 채워진다.

▶ 11가지 해물의 향연, 산더미 짬뽕

짬뽕? 해물탕?? 음식 사진에 끌려 들어간 한 가게. 대표 메뉴, 산더미 짬뽕을 주문하니 이름 그대로 해물이 산더미처럼 올라간 짬뽕이 나온다. 낙지, 전복, 가리비 등 해산물이 무려 11가지, 화룡점정으로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간 오징어까지! 산더미 짬뽕을 마주하면 누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짬뽕을 만든 주인 내외는 30년 전 빈손으로 고향에서 상경해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거리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겨우 가게를 얻었지만, 생각만큼 장사가 잘되지 않았다. 고심을 거듭해 산더미 짬뽕을 개발하게 됐다. 화려한 짬뽕 속에 담긴 주인 내외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 뒤집어야 사는 동네?! 창동 양말 공장

창동 주택가에는 예사로운 일상에서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양말 공장들! 창동을 포함한 도봉구에는 약 200여 개의 양말 공장이 주택가 골목 골목에 숨어있다. 양말을 짜는 편직에서부터 다려서 포장하는 가공까지 양말 한 켤레 생산하는데 필요한 공정만 10가지. 겉보기엔 소소하지만 양말은 어떤 명품보다 만든 이들의 땀과 정성이 들어가 있다. 공장이 모여 있는 한 아파트 지하상가로 향한 배우 김영철. 양말의 앞코를 꿰매고 다시 그 양말을 뒤집는 공정만 하는 집들이 10여 개 모여 있는데. 종일 양말만 뒤집는 분들은 대부분 동네 할머니들. 소일거리 삼아 뒤집는 양말이 하루 2400켤레 정도! 진정한 뒤집기의 달인들이다. 배우 김영철, 할머니들과 함께 양말을 뒤집으며 즐거운 담소를 한다.

또 다른 봉조 집에서 한 노부부를 만난 배우 김영철. 3년 전부터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할머니는 15년 동안 했던 양말 뒤집는 일만큼은 잊지 않았단다.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의 곁을 지키느라 양말 공장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다. 어려웠던 시절, 온갖 고생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고 이제야 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할머니에게 찾아온 불행. 할아버지는 무상한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도 여전히 할머니가 꽃보다 고우시다는 할아버지. 노부부는 서로에게 한 짝만 있으면 소용없는 양말 같은 존재다.

▶ 자식을 향한 도토리 어머니의 기도

다시 도봉산 자락으로 발걸음을 옮긴 배우 김영철. 600년 된 느티나무를 당산나무로 섬기는 안골 마을에 들어선다.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 준 느티나무, 지금은 화재로 고사했지만 여전히 그곳에선 가족의 평안과 건강을 위해 치성을 드리는 어머님들이 많단다. 배우 김영철은 느티나무 바로 옆 정자에서 도토리를 까고 있는 할머니를 만난다. 항상 이맘때면 직접 도토리를 까서 쑨 묵을 아들에게 주신다는 할머니. 세월이 더께로 묻어있는 집에 13식구가 살았지만 이제는 모두 떠나고 할머니만 홀로 남았다. 지금은 아들을 위해 당산나무 아래서 치성을 드리는 게 일과란다. 할머니가 만들어 준 도토리 묵사발을 먹는 배우 김영철. 묵사발에는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깊은 모정이 담겨있다.

홍혜자 기자 hhj@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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