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개봉해 '콜바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바통을 이을 영화 한편이 올 가을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모리스' 보도스틸 / 제공: 알토미디어(주)
영화 '모리스' 보도스틸 / 제공: 알토미디어(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각본, 각색, 제작을 맡았던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1987년 작품 '모리스'(수입/배급: 알토미디어㈜ |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 '모리스'는 영국 대표 미남 배우 휴 그랜트와 제임스 윌비가 선보인 극강의 비주얼 케미로 화제를 모은 영화로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관객들에게 다시 선보인다.

1900년대 초,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한 모리스(제임스 윌비)는 한 학년 선배 클라이브(휴 그랜트)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둘은 낡은 관념의 무료한 대학 생활을 하던 중, 서로에게 해방감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하고 두 사람의 우정은 서서히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그러나 곧 두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모리스와 그와는 반대로 모든 걸 잃는 게 두려운 클라이브, 둘의 관계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영화 '모리스' 보도스틸 / 제공: 알토미디어(주)
영화 '모리스' 보도스틸 / 제공: 알토미디어(주)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위험한 사랑에 빠진 두 남자의 이야기는 그리 새롭지 않다. 수많은 퀴어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각각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더 이상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임팩트를 주기는 힘들다.

'모리스'는 나온 지 30년이 넘은 작품이다. 현재와 당시의 상황을 비교·고려한다면 당시 관객들에게는 현재 우리가 느끼는 체감보다는 좀 더 강렬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현재를 포함한 인류 역사상 어느 시대든 동성애가 보편적인 사랑으로 간주된 적은 없다. 인류가 남성과 여성으로 성별이 구분되는 한, 동성간의 사랑이 이성간의 사랑보다 더 일반적이기는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은 낭만적인 영국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계급화로 경직된 영국 사회의 허점을 짚어내며 시대에 대한 미학과 통찰을 함께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회적 금기를 깨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삶을 지향하는 두 주인공을 통해 영국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비판한다.

영화 '모리스' 보도스틸 / 제공 = 알토미디어(주)
영화 '모리스' 보도스틸 / 제공 = 알토미디어(주)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비주얼적인 측면은 매우 우아하고 화려하다. 휴 그랜트와 제임스 윌비 두 배우는 잘생김은 물론이고 젠틀하고 스마트한 영국 신사 분위기를 제대로 풍기며 여심을 녹이기에 충분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기에 의상과 음악 등 시대적 배경 구현을 구현하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20세기 초 영국' 시대 배경에 맞춘 다양한 의상으로 영화 속 '클라이브'(휴 그랜트)와 '모리스'(제임스 윌비)를 에드워드 시대의 매력적인 영국 신사로 탄생시켰고 계급이 분명한 '모리스'의 시대를 인물들의 의상을 통해 독창적이고 세련되게 해석했다. 각기 다른 계층에 있는 인물들의 계급 차를 표현하면서도 전체 의상에는 품격이 깃들도록 연출하며 시대극의 격조를 높였다.

'모리스'로 제4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한 리차드 로빈스의 음악적 감각도 탁월하다. 극중 주인공들처럼 비밀스러운 사랑을 했을 음악가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영화 전면에 사용해 클래식한 분위기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음악을 통한 무언의 주제를 전달해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영화 '모리스' 보도스틸 / 제공: 알토미디어(주)
영화 '모리스' 보도스틸 / 제공: 알토미디어(주)

'콜바넴 신드롬'의 일등공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고급스런 연출과 휴 그랜트, 제임스 윌비 등 출연 배우들의 환상적인 비주얼과 연기 그리고 극중 분위기에 찰떡인 의상과 음악까지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영화 '모리스'는 오는 11월 7일 개봉한다.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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