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한국간편결제진흥원 기자간담회에서 윤완수 이사장이 지난 11개월 간의 제로페이 추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간편결제진흥원]
4일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한국간편결제진흥원 기자간담회에서 윤완수 이사장이 지난 11개월 간의 제로페이 추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간편결제진흥원]

소상공인의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대폭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로페이가 가맹점 30만 개, 누적 결제액 470억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민간 주도로 창립된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본격적으로 제로페이 사업을 담당하면서 관치 프레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사장 윤완수)은 4일 서울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1개월간의 제로페이 운영성과를 발표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 따르면, 제로페이 결제실적은 올 1월 대비 일평균 건수 22배 증가, 금액은 28배 증가했으며, 가맹점도 꾸준히 증가해 30만 개까지 늘었다.

◇ 11개월간 꾸준한 추진...30만 가맹점 확보

제로페이는 현재 이마트, 농협 하나로마트 등 906개의 대형 유통가맹점과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4만 5000개 전국 5대 편의점에서 도입했다. 그 외 전국 25개 고속도로 휴게소, 1100여 곳 전국 코레일 역사에도 결제환경 구축을 완료된 상태다.

현재 제로페이는 간편결제, 모바일온누리상품권, 지역화폐 등의 이용이 가능하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기업 제로페이’의 경우 모바일을 통해 공공기관, 기업 등 법인의 업무추진비를 결제할 수 있다. 실물카드가 필요 없어 기업 실무자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자금관리나 회계관리의 투명성도 높아진다.

지역화폐의 경우, 현재 블록체인 기술 베이스 하이브리드형 포인트 관리 서비스를 KT와 개발 중이다. 노원 화폐가 블록체인 기술 접목한 사례이며, 제로페이 선불이나 직불 계좌를 중심으로 놓고, 가맹점에서 코인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라면 장기적으로 제로페이 연동까지 실현될 여지가 있다.

제로페이를 통한 교통 결제와 NFC, 음파 등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신규 결제방식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교통 결제의 경우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한 지하철 정기권 등을 제로페이로 이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 최종 목표는 100만 가맹점...세계 최고 직불결제 인프라 만든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 향후 목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제로페이 가맹점 50만 개 확보와 최종목표치인 100만 가맹점 활성화다. 우선 50만 가맹점 도입을 위해 알리페이 등 해외 은행, 전자금융업자의 간편결제와 스마트 융합금융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제로페이 도입에 적극적인 데는 국내 핀테크 중심 금융인프라 구축에 데 의의를 두고 있어서다. 제로페이는 4차 산업 혁명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이며, 이것이 가능하려면 지금의 하드웨어 기반 카드결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4일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한국간편결제진흥원]
4일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한국간편결제진흥원]

윤완수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은 제로페이가 근거하는 “핀테크 금융은 소프트웨어화가 가능해서 모든 산업과 국민의 일상에 스며들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는 반면에, 기존의 카드결제 시스템은 더 이상의 혁신이 불가능한 닫힌 인프라가 된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어, 직불 결제망은 국내 금융 인프라의 마지막 조각으로, 금융기관과 고객 사이에서 오픈뱅킹이 도입됐고, 이제 시장과 고객 사이에 직불 결제망(제로페이)이 도입될 차례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이날 카드결제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핀테크 금융이 발전했고, 이미 국내가 이룬 수준을 훨씬 추월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현재 제로페이가 난항을 겪고 있는 현상을 과거 80년대 초, 처음 신용카드가 국내에 도입됐을 때 진통을 사례로 보여주며 이와 비슷한 문제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윤완수 이사장은 “제로페이는 ‘세계 최고의 직불 결제 인프라를 만든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 이 인프라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국내 핀테크는 머지않아 중국, 캄보디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뒤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제로페이의 세 가지 원칙 ‘가맹점에 집중한다, 부가가치 창출은 참여 주체들이 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에 따라 제로페이로 수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내 핀테크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제로페이는 철저한 공공 인프라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실제로, 제로페이는 특정 기업의 유력 사설망이 아닌, 45개 공용망으로 운용되고 있다. 은행 앱이나 카카오페이 등 민간 사업자들도 제로페이 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제로페이 앱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망 구축 및 운영 부담과 함께 경쟁사를 의식해야 하는 사설망으로는 인프라로서 역할에 한계가 있지만, 공용망 기반은 그 자체로 완전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는 해외 사설망 기반 핀테크 서비스보다 월등한 수준의 혁신 융합금융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 실질적인 인프라 자리매김을 위한 노력은?

제로페이와 국내 핀테크 금융 인프라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전국적인 가맹점 확보와 사용이 간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발이 우선이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제로페이의 민간 이양을 위해 출범했으며, 가맹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완전한 민간 이양은 가맹점 100만 도입 이후로 보인다.

4일 열린 기자감담회에 참석한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 대표(왼쪽)와 윤완수 이사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4일 열린 기자감담회에 참석한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 대표(왼쪽)와 윤완수 이사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현재 제로페이 운영에는 정부예산이 투여되지 않으며, 초기 가맹점의 직불망 구축에 필요한 소정의 비용만 사용되고 결코 수백억 단위로 투여되지 않는다”고 밝혀 일부 관치페이로 제로페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일축했다. 예산이 전혀 투여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초기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윤 이사장에 따르면, 자발적 가입 시기인 100만 가맹점 시점부터 현재 설치비를 지원하는 정부예산을 받지 않고 본격적으로 민간이 자체 충당하게 될 예정이다. 이 시기는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된 시기로 더 이상 정부 지원이 불필요하다. 지금의 단편적인 간편결제 시스템도, 앞으로는 보편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제로페이 가맹에 50만이 참여하면, 결제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제로페이 이용자 변곡점이 드러날 것”이라며 “향후 목표치인 100만까지 도입되면 가맹점이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이때부터 전 국민 제로페이 활성화로 진정한 스마트 융합금융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맹점 가입은 월 1~2만여 곳이 가입하는 추세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던 기존 온라인 가입은 절차를 간소화하고 이달부터 라디오 광고 중심으로 알리고 있다. 오프라인 가입의 경우, 정부 지자체,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주도하고 있으며, 전통시장은 협업을 통해 가입을 돕고 있다. 그 외 프랜차이즈, 대형 가맹점 가입은 자체 팀에서 진행 중이다.

반면에,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관한 영역은 진흥원이 아닌 민간 사업자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제로페이 활성화가 늦어지는 데에는 결제 UI가 기존 카드결제 시스템에 익숙한 소비자와 가맹점주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간편결제진흥원도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깊게 공감했으며,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진행했던 마장축산물시장 행사에서도 몸소 겪었던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취약한 고객접점 인터페이스 개선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특히, 제로페이에 가장 많은 혜택을 입어야 할 가맹점 대부분이 신기술에 적응이 어려운 고령층 점주가 많은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겨진다.

현재는 포스업체 중심으로 13개 업체가 제로페이 UI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기존 매장 QR을 읽던 방식에서 내 스마트폰의 QR을 매장의 포스가 읽는 방식도 도입됐고 전문 키오스크도 도입됐다. 그 외에도 NFC, 음파, 앱투앱, 테이블오더, 무인주문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 출품됐으며, 향후 고령층 이용자와 소상공인 가맹점을 위한 새로운 결제방식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제 막 1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제로페이는 수많은 우려와 외면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아직 제로페이가 가야 할 길과 해결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날 윤 이사장은 "우린 세상에서 가장 힘든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가 세상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미래로 나가려면 누군가는 넘어야 할 장벽이다. 모두가 함께했으면 좋겠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로페이에 익숙해지는 날, 대한민국은 전자금융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될 것이며, 국민의 일상에 제로페이가 자리 잡을 것이다"라고 말을 맺었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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