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10월의 마지막 날은 이젠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할로윈이다. 할로윈은 원래 영국에서 전해지던 풍습이었으나 미국으로 이주한 아일랜드인들에 의해 더욱 널리 크게 퍼지게 되어 대부분 미국의 풍습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할로윈의 원조는 영국이고 우리 가족은 는 그 영국에서 네 번째 할로윈을 보냈다.

영국에 온지 얼마 안되어 맞은 할로윈 때는 아이들이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해 참여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스윗츠(Sweets, 단것)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아이들이 용기를 내어 필사적으로 외운 문장, Trick or Treat!. 맛있는 것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꺼야! 라는 의미로 호박이 장식된 집을 찾아 노크하고 Trick or Treat!하고 외치면 집주인이 Treat 하고 대답하며 아이들에게 준비한 단 것들을 준다.

할로윈 날에는 집집마다 개성을 드러내는 장식들을 많이 한다. 문 앞에 호박 혹은 해골, 귀신 등의 데코레이션이 있으면 그 집에선 사탕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할로윈 날에는 집집마다 개성을 드러내는 장식들을 많이 한다. 문 앞에 호박 혹은 해골, 귀신 등의 데코레이션이 있으면 그 집에선 사탕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매우 간단한 세 마디이지만 헬로 한마디도 어색한 아이들에겐 엄청난 도전이었다. 처음 문을 두드린 후엔 개미 목소리로 트릭 오어 트릿하고 속삭였던 아이들이 서너 번 사탕을 받더니 재미지고 좋은지 큰소리로 외치며 사탕을 받고 땡큐! 하고 돌아서는 모습에 나도 즐겁고 신기했다. 캔디를 받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여기저기에서 폭죽 소리가 들렸다. 이제 가이폭스데이가 왔구나 싶은 생각에 길을 멈추고 아이들과 폭죽이 터지는 하늘을 잠시 바라보았다.

11월 5일은 가이폭스의 밤(Guy Fawkes Night) 혹은 본파이어 나이트(Bonfire night)라고 불리우는 날로 저녁에 폭죽을 터트리는 연례행사이다. 꼭 11월 5일이 아니더라도 약 10월 말부터 11월 초에는 여기저기에서 폭죽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필자가 사는 곳은 대학가여서인지 저녁 잠을 방해할 정도로 늦게까지 불꽃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2010년 11월 5일에 행해진 가이폭스데이 행사(위키피디아 제공)
2010년 11월 5일에 행해진 가이폭스데이 행사(위키피디아 제공)

가이폭스 나잇의 유래는 로마 카톨릭 교도들이 영국의 국회의사당을 폭파시키고 제임스 1세 왕을 비롯해 대신들을 함께 암살하려고 기도했던 1605년 11월 5일의 화약음모사건(Gunpowder Plot)의 실패를 기념하는 것이다. 기념식으로 불꽃을 쏘아 올리고 본파이어를 하며 가이폭스의 인형을 불태우기도 한다.

우리는 한번도 폭죽을 사본 적은 없다. 하지만 올해에는 아이들이 폭죽놀이를 해보고 싶어해 폭죽을 사 오기는 했는데 언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검색해보니 관련 법령이 있었다. 가이폭스 데이, 신년 행사, 설날 및 디왈리데이의 불꽃놀이에 대한 법령이었다. 가이폭스 데이의 경우 10월 15일부터 11월 10일까지 폭죽을 구매해 개인적으로 터뜨릴 수 있고 밤 11시부터 아침 7시사이에는 절대 불꽃놀이를 하면 안되며 11월 5일, 가이폭스데이 당일에는 밤 12시, 정시까지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코스트코에서 사온 폭죽, 과연 터뜨릴 수 있을지, 아이들을 실망시키며 결국 환불하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아이들과 코스트코에서 사온 폭죽, 과연 터뜨릴 수 있을지, 아이들을 실망시키며 결국 환불하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코스트코에서 폭죽을 결제하며 나오는 길에는 두 가지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나는 11월 11일~15일에 예정된 BBC Children in need의 Pudsey bear와 다른 하나는 11월 11일에 예정된 Remembrance day이다. BBC의 Children in need는 장애 혹은 Disadvantage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펀드레이징 행사로 이 행사에 참여하는 학교의 경우 아이패치가 있는 곰(Pudsey bear)배지 혹은 아이패치 코스튬을 하고 등교를 하기도 한다.

BBC Children in need. BBC제공
BBC Children in need. BBC제공

BBC에서 운영하는 CBBC혹은 CBeebies같은 어린이 전용 채널을 보면 장애 아동들이 주인공 혹은 게스트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BBC가 훌륭한 채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이런 방송을 통해 편견없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대하는 방법을 배우며, 이런 행사 및 기념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펀드 레이징이 이루어지니 일석이조이다.

세인즈버리 고객들이 £10,000이상 성금을 모으기도 했다. Black Radio제공
세인즈버리 고객들이 £10,000이상 성금을 모으기도 했다. Black Radio제공

11월 11일에 예정된 또 다른 기념일, Remembrance day. 영령 기념일 혹은 종전 기념일이라고 불리우는Remembrance day는 제 1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전쟁들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 유럽 국가에서 지켜지는 현충일이며 Poppy day(양귀비꽃 날)로도 알려져 있다. 얼마전에 BBC에서 나오는 한국말에 깜짝 놀라 확인해보니 한국 영화 밀정을 방영하고 있었고 공작이 방영 예정이었다(이미 방영했다).

아마도 종전 기념일이 다가와 BBC에서 선택한 영화이지 싶은데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영국에서 종전 기념일을 기억하자고 외치는 날이 되니 잊지 말아야할 우리, 한국의 전쟁 역사를 우리는 어떻게 기념되고 얼마나 기억되기 위해 노력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이제 겨우 11월이 시작했지만 위의 기념일들 및 행사로 인한 학교 준비물 및 아이들을 챙기며 바쁜 한달을 보내다 보면 금방 2019년의 마지막, 12월이 올 것 같다. 2019년의 행복한 마무리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11월이 되길 기도한다.

박지현 stephanie.jh@gmail.com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마이크로소프트와 렉트라 코리아의 열정적인 마케터로 일했던 워킹맘으로 현재는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좌충우돌 상황에서도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고, 영국에서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위해 늘 노력하고 탐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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