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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인 투표 조작으로 진짜가 되어버린 팬심

발행일시 : 2019-11-27 15:35
'프로듀스 101' 로고 이미지 <'프로듀스 101' 로고 이미지>

 ■투표 조작으로 얼룩진 걸 그룹 아이즈원(IZ*ONE)과 보이 그룹 X1(엑스원)

CJ ENM E&M 부문에서 운영하는 음악 전문 채널인 Mnet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투표 조작’과 관련하여 관계자들이 구속되었고 그 기간이 연장되었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은 ‘투표 조작’ 이슈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고위급 관계자의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근본을 파악하고 방송의 악습을 뿌리뽑기 위한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중들은 이와 같은 검경의 움직임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 듯하다. 그들의 관심은 ‘투표 조작’의 본질보다는 그로 인해 파생되어 눈에 보이는 아이돌 그룹의 존폐에만 쏠려있는 듯하여 한숨을 자아내게 한다.

혹자는 ‘투표 조작’을 채용비리나 취업사기와 비교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직접적인 혜택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난 전 이대생 정 씨와 비교하기도 했다.

과연 이 비교가 그 대상과 상응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채용비리나 취업사기는 대부분 혈연관계에서 일어난다. 특히나 전 이대생 정 씨의 경우에는 국정 농단의 주체였던 최 씨의 친딸이다. 혈연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지연이나 학연으로 묶여져 있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도 아니면 직접적인 금품 수수와 결부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 연습생들 스스로가 데뷔 멤버로 선발되기 위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정황은 어디에도 없다. 아니 그러한 것이 가능하다면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이 땅의 수만여 명이 헛된 땀을 흘리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는 K-POP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투표 조작’의 본바탕을 보지 않은 채 위와 같은 대조로 관련 연습생들을 평가하려 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아이즈원(IZ*ONE)과 X1(엑스원)의 로고 이미지 <아이즈원(IZ*ONE)과 X1(엑스원)의 로고 이미지>

그런데 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정규앨범 발매와 함께 컴백을 준비 중이었던 걸 그룹 아이즈원(IZ*ONE)은 모든 활동을 잠정 중단했고 보이 그룹 X1(엑스원) 역시 지난 16일 있었던 ‘2019 VLIVE AWARDS V HEARTBEAT(브이라이브 어워즈 브이 하트비트)’에 불참하는 등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중이다.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에 있을 여러 시상식에도 불참을 표명하거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작년에 데뷔한 아이즈원(IZ*ONE)은 ‘투표 조작’ 의혹이 불거지기 이전 이미 많은 상을 수상했지만 데뷔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X1(엑스원)은 신인 최초 ‘하프 밀리언셀러(half million seller)’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투표 조작’ 이슈의 본질과 그 시발점

대중들이 눈에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수의 언론들은 ‘투표 조작’ 이슈의 본질과 관련된 주제를 중심에 놓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임과 권한을 가진 ‘윗선’에 대한 언급보다는 눈 앞에 놓인 희생양들에 대해서만 자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투표 조작’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된 시발점은 ‘프로듀스 101’의 시청자 중 결과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소위 데뷔 조로 선발되지 않은 연습생들의 팬(fan)들로부터였다. 그들은 해당 프로그램과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이유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일 터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투표 조작’으로 내정되었다는 ‘프로듀스 X 101’의 경우 생방송 진출 연습생은 스무 명. 그중 열한 명의 연습생이 데뷔 멤버로 선발되고 나머지 아홉 명이 최종 탈락을 맞게 되었다. ‘투표 조작’을 이슈화 시키기 시작한 것은 마지막에 탈락한 아홉 명의 연습생들을 응원하던 팬들이었다.

데뷔 멤버로 선발된 열한 명의 연습생들을 응원하던 팬들은 ‘투표 조작’ 이슈에 대해 어떠한 입장과 심경을 가지고 있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분열된 팬덤(fandom)? 팬덤 활동에 대한 정확한 고찰

‘프로듀스 101’의 전체 시즌에 대한 ‘투표 조작’ 의혹이 조사되고 있는 지금. 연습생들과의 계약 및 모든 활동이 마무리되어 있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즌을 제외하고 세 번째 시즌이었던 ‘프로듀스 48’과 네 번째 시즌이자 논란을 가시화 시킨 ‘프로듀스 X 101’의 팬덤(fandom)에 대해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투표 조작’과 관련된 주제로 쓰였던 많은 기사에서 팬덤(fandom) 조차 분열되었다는 표현을 자주 접했다. 지난 12, 13일 경에는 ‘X1 재정비 요구 팬 모임’이라는 트윗 계정의 성명문과 K-POP 팬들의 커뮤니티로 알려진 온라인 사이트에서 결성된 ‘아이즈원 팬연합’의 12인 활동 지지 성명서 등이 기사화되기도 하였다.

가짜인 투표 조작으로 진짜가 되어버린 팬심
가짜인 투표 조작으로 진짜가 되어버린 팬심
가짜인 투표 조작으로 진짜가 되어버린 팬심

‘엑스원 활동 지지’라는 타이틀의 트윗 계정은 그보다 조금 늦은 14일 성명문을 내었으나 아직까지 기사화된 것은 없는 듯 보인다.

아이즈원(IZ*ONE)의 팬연합이 낸 성명문은 아이즈원 열두 명의 활동을 지지한다는 것이 유일하기에 분열된 팬덤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X1(엑스원)은 조금 다르다 ‘투표 조작’ 의혹이 구체화되면서 그로 인해 데뷔 조로 선발되는 특혜를 얻게 된 멤버를 방출시키라는 성명문도 있고 아이즈원처럼 엑스원 열한 명 모두의 활동을 지지한다는 성명문도 있다.

그렇다면 X1(엑스원)의 분열되었다는 팬덤의 실체는 어떠한 것인지 확인이 있어야 한다. 우선 성명문을 낸 주체가 모두 트윗 계정이기에 해당 계정들의 팔로워 숫자를 살펴보았다. 27일 정오를 기준으로 ‘X1 재정비 요구 팬 모임’이라는 트윗 계정의 팔로워 숫자는 189. ‘엑스원 활동 지지’라는 트윗 계정의 팔로워 숫자는 6825였다.

검색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음’에 위치한 K-POP 가수들의 공식 팬카페 순위에서도 5위권 밖을 벗어나는 적이 거의 없어 보이는 X1(엑스원)의 ‘다음’ 팬카페 회원 수 26만여 명에 비하면 양쪽 계정의 팔로워 숫자는 터무니없이 적다.

하지만 ‘다음’의 X1(엑스원) 공식 팬카페에서도 열한 명의 활동을 바라는 ‘이미지 총공(팬덤의 단체 행동)’을 진행하였으며 ‘엑스원 활동 지지’라는 계정의 팔로워 수가 기사화된 성명문을 내었던 ‘X1 재정비 요구 팬 모임’의 팔로워 숫자의 36배 이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K-POP과 관련된 관심사에 대한 의견들이 주를 이루는 트위터 상에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팬들이 함께 한다. ‘엑스원 활동 지지’라는 이름의 트윗 계정에서 진행한 실시간 트렌드 총공은 연일 국내 및 해외 각국의 트렌드 최상위에 랭크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열한 명 X1(엑스원) 멤버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투표 조작’으로 가짜가 되어버린 프로그램. 그로 인해 진심이 되어버린 팬덤.

‘투표 조작’이 사회적 이슈인 양 확대되어버린 지금. 실질적인 주체가 아닌 파생그룹에 초점이 맞춰진 채 그들을 응원하는 이들의 진심을 폄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너무 쉽게 ‘분열된 팬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우롱하며 이어져 왔던 방송계에서의 관행들이 ‘프로듀스 X 101’을 통해 불거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시청자들이 바로 출연자인 연습생들을 응원하는 팬들이었고 ‘투표 조작’이라는 문제를 가시화하는 결정적인 핵심이 되었다.

물론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X1(엑스원)의 팬덤이 분열되었다고 하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그 근거가 부족하다.

아울러 ‘X1 재정비 요구 팬 모임’의 주장을 실현시킨다는 것은 ‘프로듀스 X 101’ 프로그램의 조작되지 않은 순위가 공개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꽤나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조작되지 않은 ‘진짜’ 순위의 공개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러한 데이터가 있었다면 벌써 공개되었어야 하지 않은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프로듀스 X 101’의 데뷔 멤버로 선발된 열한 명의 연습생들을 응원하던 팬들은 프로그램이 종영된 지난 7월 19일부터 검경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응원하는 연습생들의 확실치 않은 미래를 지켜보아야만 했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그러할 것이다.

‘투표 조작’ 사건이 어떠한 결론으로 매듭지어질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X1(엑스원)이 우리나라 신인 K-POP 가수로서 기록한 ‘하프 밀리언셀러’는 그들을 응원하는 팬덤이 보여준 진심과 같다.

방송 자체의 시청률이 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 조작’ 이슈는 모르는 이가 없는 현 상황에서 신인가수 최초 ‘하프 밀리언셀러’라는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 낸 X1(엑스원)의 팬들이 일부 멤버의 방출이나 그룹의 해체를 바란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어른들의 그릇된 판단과 행동으로 인해 소녀와 소년,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이들의 진심까지 무의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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