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여론전쟁 / 현경보 지음 / 상상 펴냄

우리나라 정치권력의 부침을 여론조사 관점에서 조명한 책 '여론전쟁' [사진=도서출판 상상]
우리나라 정치권력의 부침을 여론조사 관점에서 조명한 책 '여론전쟁' [사진=도서출판 상상]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정치권력의 부침을 여론조사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 나와 화제다.

여론전쟁(저자 현경보)은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부터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30년 선거 역사에서 여론조사가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파헤쳤다.

이 책을 보면 대통령 후보들은 여론조사 지지율의 꼭두각시였음을 알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는 정치세력의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은 물론 후보 선정에 모종의 영향을 미쳐왔고, 특히 대통령선거에서 아주 중대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 예로, 저자는 1987년 대선을 꼽으며 노태우 대통령의 당선은 여론조사를 이용한 과학적 선거운동의 결과였다고 꼬집는다. 1992년 대선에서는 YS의 아들 김현철이 자체 여론조사팀을 꾸려 맞수 김대중을 누르고 김영삼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DJ 역시 여론조사 덕분에 당선됐으며,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여론조사로 바람을 일으키고 후보단일화에서 승기를 잡아 극적으로 당선됐다.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당심이 아니라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승리하며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손학규의 한나라당 탈당도 여론조사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그 외에도 2012년 대선 여론조사가 안철수 돌풍과 후보사퇴는 물론 박근혜와 문재인 양자 대결구도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역시 여론조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여론조사가 대선에 미친 영향을 언급하는 대목은 단지 도입부에 불과하다. 책에서는 과거 선거 여론조사 데이터들을 토대로 미래 선거결과까지도 예측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이 책은 현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제1당 가능성은 높지만 과빈 의석을 차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하며, 그 근거로 최근 한국갤럽이나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37~40%에 그치고 있는 사실을 들고 있다. 이는 총선에서 특정 정당의 과반 의석 확보는 전국 지역구 선거에서 42% 이상의 득표를 얻었을 때 가능한 사실과도 연관돼 있다.

그러나 책은 여론조사의 막대한 영향력을 언급하면서도 무조건적인 맹신은 피해야한다고 경고한다. 엉터리 여론조사로 빚어진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패배와 지난 30년 가까이 선거 예측을 위해 노력한 KBS, MBC, SBS 등 방송사들의 선거 예측모델의 실패 사례와 원인도 자세히 다루며 그 한계의 영향력도 여실히 고발하고 있다.

저자 현경보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과거 선거에서 예측 실패의 원인이 됐던 여론조사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게 되면, 여론조사를 통해 여론의 흐름을 올바르게 읽어 낼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BS기자로 일하면서 20년 가까이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예측을 담당했던 언론인이다. 현재 여론분석가이자 데이터과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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