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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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한돌과의 2국에서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19일 진행된 2국은 접바둑을 뒀던 1국과 달리, 호선(맞바둑)으로 치뤄졌다.

흑돌을 쥔 이세돌 9단은 바둑판 모서리에 가까운 소목으로 시작해 안정적인 선공을 취했다. 인공지능이 소목이 아닌 화점을 주로 두는 경향에 대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이에 한돌은 화점으로 응수하며 귀와 변에서 맞붙었다. 탐색전을 마친 이세돌과 한돌은 왼쪽 위 귀에서 치열한 초반 자리다툼을 전개했다.

이후 이세돌은 왼쪽 위 귀를 차지하고, 한돌은 귀를 내주는 대신 위쪽 변을 대신 차지하는 기세로 나아갔다. 이에 대해 중계진은 가능성에 투자하는 이세돌과 확률을 결정하는 것을 선호하는 한돌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30수에 접어들며 위쪽 귀와 변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한돌은 왼쪽 아래에 수를 하나씩 할애하며 이세돌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이때 한돌은 자신의 승률을 67.6%로 예측했다. 지금까지의 형세가 한돌의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해석이었다. 실제로 이세돌은 이때 한동안 수를 두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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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세돌은 한돌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35수를 좌상 귀에 뒀다. 안타깝게도, 한돌은 이를 악수를 둔 이세돌의 실수로 판단했는지, 거침없이 이세돌을 몰아치기 시작했고 38수까지 뒀을 때 한돌의 예상승률은 거의 100% 가까이 치솟았다. 이세돌은 기회를 노리며 분투했지만, 한 번 넘어간 주도권을 되찾지 못했고 결국 122수 만에 아쉽게 불계패했다.

지난 1국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1국에서 접바둑을 둔 이세돌 9단은 한돌에게서 78수부터 주도권을 뺏고 한돌이 81수에서 악수를 던지며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당시 78수부터 무너진 한돌의 무리수를 이해할 수 없었던 이세돌은 인터뷰에서 마치 저사양 AI와 대결한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프로기사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수에 AI가 전혀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NHN측은 지난번 패인에 대해 접바둑 대국 데이터의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훈련기간이 적었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예상대로 호선으로 치뤄진 2국에서 한돌은 1국과는 전혀 다른 형세로 바둑을 뒀고 이세돌은 다시 한 번 AI의 벽을 실감했다. 인간과 AI가 서로 한 번씩 주고받은 '이세돌 은퇴 대국'은 21일 정오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세 번째 경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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