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전 세계 PC출하량은 7060만대로 전년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PC출하량은 2억 2600만대로 2018년보다 0.6% 늘었다. [자료=가트너]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PC출하량은 7060만대로 전년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PC출하량은 2억 2600만대로 2018년보다 0.6% 늘었다. [자료=가트너]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7060만대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지난 한 해 PC 출하량은 2억2600만대로 2018년보다 0.6% 늘었다. 한동안 감소세였던 PC 수요 증가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작고 가벼운 고성능 PC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노트북에서는 데스크톱에 버금가는 고성능 제품과 함께, 5세대(G) 이동통신·폴더블 PC도 새롭게 등장하며 모바일 지향성이 강화되고 있다. 혁신은 지난해 성장하는 모바일 PC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CPU 업계가 벌인 치열한 기술경쟁의 산물로 볼 수 있다.

◇모바일 PC 기준 잡는 인텔

지난해 5월 말 컴퓨텍스 2019에서 사전 언급된 인텔 프로젝트 아테나 1.0 세부 내용. CES 2020에서는 여기에 폴더블 PC를 위한 새로운 규격이 추가됐다. [사진=인텔]
지난해 5월 말 컴퓨텍스 2019에서 사전 언급된 인텔 프로젝트 아테나 1.0 세부 내용. CES 2020에서는 여기에 폴더블 PC를 위한 새로운 규격이 추가됐다. [사진=인텔]

인텔은 지난해 5월 대만에서 울트라노트북의 새 기준 '프로젝트 아테나'를 발표했다. 아테나는 항상 연결되고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 가능한 준비된 노트북을 지향한다. 얇은 베젤의 터치 디스플레이는 물론 배터리도 오래 지속돼야 하며 절전모드에서 1초 이내로 동작 가능한 상태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 CES 2020에서는 폴더블 PC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추가됐다. 이동통신만 빠졌을 뿐 노트북을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는 제조사 역량만으로는 실현이 어렵고 CPU에서 미세공정 기반의 획기적인 저전력·고성능 혁신을 필요로 했다. 같은 시기에 발표한 아이스레이크, 레이크필드, 타이거레이크도 이를 위해 준비된 인텔의 첫 10㎚ 기반 CPU 로드맵이다.

지난해 5월 8일(현지시간) 진행된 인텔 투자자 미팅에서 발표된 인텔 모바일 CPU 로드맵
지난해 5월 8일(현지시간) 진행된 인텔 투자자 미팅에서 발표된 인텔 모바일 CPU 로드맵

이 중 아이스레이크는 지난해 10월 공개됐다. 당시 인텔은 “향상된 성능과 응답 속도는 물론 인공지능(AI), 그래픽, 연결성 그리고 입출력(I/O)을 시스템온칩(SoC)에서 최적화해 PC 제조사가 제품 크기를 작고 얇게 유지하며 풍부한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서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칩셋은 단일 코어 기준 최대 4.1㎓와 와이파이6·썬더볼트3를 기본 지원한다. 이전 세대 대비 두 배 향상된 11세대 그래픽 '아이리스 플러스'도 적용됐다.

CES2020 키노트 연설에서 공개된 타이거레이크 [사진=엔가젯]
CES2020 키노트 연설에서 공개된 타이거레이크 [사진=엔가젯]

타이거레이크도 올해 CES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중국 기술 포털 지후에서 유출된 벤치마크에 따르면 이 제품은 아이스레이크보다 최대 31%(25W 기준) 빠르다. 인텔 최신 Xe 그래픽 엔진을 지원하고 AI 성능과 그래픽 처리속도를 이전 세대 대비 두 배 이상 향상했다는 설명이다. 그 외에 썬더볼트4와 와이파이6를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에 인텔 다공정 3D 패키징 기술 '포베로스'에 바탕을 둔 레이크필드는 저전력 코어와 고성능 코어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CPU로 개발되고 있다. 전력공급 상황에 따라 성능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폴더블 PC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현재 레이크필드는 시제품 단계에 머물러 있다.

CES 2020 인텔 키노트 연설에서 공개된 레노버 X1 폴드(왼쪽)와 델 콘셉트 듀엣. 두 제품은 레이크필드 탑재가 예상되는 모델로, 2021년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사진=엔가젯]
CES 2020 인텔 키노트 연설에서 공개된 레노버 X1 폴드(왼쪽)와 델 콘셉트 듀엣. 두 제품은 레이크필드 탑재가 예상되는 모델로, 2021년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사진=엔가젯]

◇기준을 넘는 AMD

CPU하면 보통 인텔을 떠올리지만 AMD 행보는 통념을 뛰어넘는다. AMD는 지난해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애플, 아마존, 구글, 트위터 등과 협업하며 업계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고, 올해 CES에서 선보인 라이젠 4000 시리즈는 가격 경쟁력은 물론 성능에서도 아이스레이크(i7-1065G7 기준)를 크게 앞질러 인텔보다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리사 수 AMD CEO가 CES 2020 키노트 연설에서 라이젠 4000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라이젠 4000 시리즈는 인텔 CPU보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싱글코어 성능도 개선했다. [사진=AMD]
리사 수 AMD CEO가 CES 2020 키노트 연설에서 라이젠 4000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라이젠 4000 시리즈는 인텔 CPU보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싱글코어 성능도 개선했다. [사진=AMD]

울트라노트북용으로 개발된 AMD 라이젠7 4800U는 15W 소비전력으로 인텔 코어 i7-1065G7 대비 단일 스레드에서 최대 4%, 멀티 스레드에서 최대 90% 향상됐으며, 그래픽 성능도 최대 18% 빨라졌다. 45W 소비전력으로 가동하는 게이밍·크리에이터노트북용 프로세서 라이젠7 4800H도 단일 스레드 최대 5%, 멀티 스레드 최대 46% 향상됐다. 이 같은 성능은 AMD 소프트웨어와 그래픽카드를 함께 사용하면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록 AMD가 인텔 프로젝트 아테나처럼 거창한 기준을 시장에 제시한 바는 없지만 고성능 CPU를 선보인 이상 AMD가 전보다 얇고 가벼운 고성능 노트북 또는 새로운 폼팩터 PC 개발 가속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건 분명해 보인다.

CES 2020 AMD 키노트 연설에서 공개된 울트라노트북 레노버 요가 슬림7(왼쪽)과 게이밍 노트북 에이수스 ROG 제피루스 G14 모두 이전 세대보다 작고 가볍고 강력해졌다. [사진=AMD]
CES 2020 AMD 키노트 연설에서 공개된 울트라노트북 레노버 요가 슬림7(왼쪽)과 게이밍 노트북 에이수스 ROG 제피루스 G14 모두 이전 세대보다 작고 가볍고 강력해졌다. [사진=AMD]

업계 전문가들은 AMD가 이 같은 저전력·고성능 CPU를 꾸준히 선보이는 바탕을 인텔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마이크로아키텍처 'Zen2'의 르누아르 7㎚ APU를 개발한 데서 찾고 있다. APU는 오래 전 AMD에서 개발한 GPU 통합형 CPU다. 초기에는 AMD를 파산직전까지 몰아간 원흉이었지만 지금은 재기의 원동력이 됐다.

2019년 발표된 AMD 컴퓨트 아키텍처 로드맵. 올해는 7nm+ 공정의 Zen3 단계에 와 있다. [사진=AMD]
2019년 발표된 AMD 컴퓨트 아키텍처 로드맵. 올해는 7nm+ 공정의 Zen3 단계에 와 있다. [사진=AMD]

AMD는 공개만 안했을 뿐 이미 차세대 Zen3까지 개발 완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Zen3는 지연시간 개선을 위해 기존 16MB+16MB가 아닌 32MB 단일 캐시 칩셋으로 구성된다. Zen3는 올해 CES에서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로드맵에 따라 연내 공개가 예상된다.

◇퀄컴 “올웨이즈 온 올웨이즈 커넥트”

퀄컴은 지난해 12월 인텔이나 AMD도 선보인 적 없는 새로운 CPU를 공개했다. CPU와 함께 LTE 또는 5G 모뎀을 SoC 형태로 장착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에서 공개된 스냅드래곤 컴퓨트 플랫폼 3종 [사진=퀄컴]
지난해 12월 열린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에서 공개된 스냅드래곤 컴퓨트 플랫폼 3종 [사진=퀄컴]

칩이 탑재된 노트북은 와이파이 연결이나 스마트폰 테더링을 고민할 필요 없이 항상 무선이동통신에 연결된 상태로 유지해 'ACPC(Always Connected PC)'라고 부른다. 퀄컴은 PC 칩셋 포트폴리오가 없던 만큼 성능 논란도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에서 공개된 스냅드래곤 컴퓨트 플랫폼은 이런 편견을 뒤집기에 충분했다. 컴퓨트 플랫폼은 퀄컴의 7㎚ 기반 스마트폰 AP 칩셋 기술을 노트북에 적용한 결과로 태생상 저전력 기반 △향상된 배터리 수명 △무선 연결성 △AI 가속화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위험한 와이파이 자동연결을 피할 수 있어 보안에서도 한층 유리하다.

니콜 데젠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파트너 부사장이 퀄컴 협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스냅드래곤 컴퓨트 플랫폼이 탑재된 삼성 갤럭시 북2, 레노버 요가 C630, 삼성 갤럭시 북 S, MS 서피스 프로 X, 레노버 5G PC [사진=퀄컴]
니콜 데젠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파트너 부사장이 퀄컴 협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스냅드래곤 컴퓨트 플랫폼이 탑재된 삼성 갤럭시 북2, 레노버 요가 C630, 삼성 갤럭시 북 S, MS 서피스 프로 X, 레노버 5G PC [사진=퀄컴]

퀄컴 CPU는 스냅드래곤 7c, 스냅드래곤 8c, 스냅드래곤 8cx 3종이다. 엔트리 모델 스냅드래곤 7c는 8코어 크라이요 CPU와 아드레노 GPU를 탑재, 경쟁사 대비 25% 높은 성능을 보여준다. AI엔진은 초당 5조회 이상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 플랫폼은 스냅드래곤 통합 LTE 모뎀을 지원한다. 메인 스냅드래곤 8c는 7㎚ 공정으로 제작돼 높은 전력효율을 자랑한다. 스냅드래곤 통합 LTE 모뎀 또는 5G를 연결하는 퀄컴 X55 모뎀을 지원한다.

프리미엄 모델인 스냅드래곤 8cx는 이보다 더 강력하다. 5G와 와이파이6를 지원하고 초당 9조회 AI 연산과 듀얼 4K 디스플레이 출력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특히 영상 회의 도중 화면 응시자 눈 모양을 조정할 때 필요한 AI 연산에는 불과 0.3W의 전력만 소비된다고 밝혔다. 이는 울트라노트북 평균 소비전력인 15W의 '50분의 1' 수준이다.

◇ACPC, 새 시대 기준 될까

노트북은 작고 가벼운 고성능 스마트폰처럼 변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LTE와 5G 이동통신 지원 노트북이 속속 출시되고 있고, 폴더블 PC라는 새로운 폼팩터도 등장했다. 윈도10 운용체계(OS) 기반 단말기나 다름없는 셈이다. 어쩌면 올해 안으로 노트북도 스마트폰처럼 통신사에서 전용 요금제 가입을 통해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

막 등장한 ACPC는 아직 노트북 주류로 자리 잡지 않았지만 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인텔도 잘 알고 있다. 인텔은 5G 모뎀을 적용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미디어텍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칩셋은 레이크필드 또는 차세대 인텔 모바일 CPU로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상반기에 델과 HP 신제품을 통해 출시될 전망이다.

인텔 5G 모뎀 기술력은 퀄컴보다 아래로 평가받고 있다. 일례로 인텔은 2018년에 애플 5G 스마트폰에 탑재를 위한 모뎀 XMM 8160을 발표했지만 개발을 접었고, 이로 인해 애플은 5G 스마트폰 출시를 위해 2년간 끌었던 퀄컴과 로열티 지불 분쟁 소송을 취하하기까지 했다. 인텔은 기존 모뎀 사업부를 애플에 모두 매각한 상태다.

AMD는 ACPC 언급이 일체 없지만 기술적으로 인텔보다는 더 ACPC에 가까이 있다. 공정 자체로만 보면 라이젠은 이미 스냅드래곤과 동급이다. 라이젠은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제조를 맡고 퀄컴과 애플의 스마트폰 AP도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AMD가 ACPC용 CPU 개발을 시작한다면 경쟁관계인 퀄컴 대신 5G 모뎀 통합 SoC '엑시노스980'을 개발한 삼성전자와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6월 초저전력·고성능 그래픽 설계자산(IP)에 관한 전략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해관계를 볼 때 엑시노스와 라이젠의 만남이라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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